• "진짜 사장 나와라"
    By 나난
        2010년 09월 30일 10: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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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견노동자는 현대판 노비다. 전근대 시대의 인신매매제도인 추노(推勞)가 현대판 파견법이다.”

    29일 저녁 보신각.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의 실태를 알리는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우리는 노예나 소모품이 아니”라며 하청업체 사장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사장에게 ‘직접 고용’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증언대회를 시작으로 파견법 철폐 및 직접고용 쟁취 10만 선언 대국민 캠페인에 들어갔다.

    추노제도나 파견제도나

    지난 7월 22일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정규직 지위 확인’ 판결을 받은 현대차 비정규직 출신 최병승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 국장은 이날 증언대회에 나서 “사내하청은 실체도 없고, 자본금은 물론 기술력도 없다”며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장갑 하나까지 원청에서 타 쓰는 곳이 회사로서의 형태도 없는 사내하청”이라고 말했다.

       
      ▲ 29일 저녁 보신각.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의 실태를 알리는 증언대회를 개최했다.(사진=이은영 기자)

    그는 “제조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모두 실제로는 원청사가 고용해야 하는 정규직”이라며 “현재 구미에서는 20~40대 여성노동자의 대다수가 파견업체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6~8개월 단기계약직에 내몰려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이번 판결을 가지고 우리가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진짜 사장이 노동자를 고용하게 하는 현실’을 만들 수 있다”며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연대를 통한 투쟁을 강조했다.

    꼬리를 무는 다단계 외주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구 동산의료원 영양실 노동자도 이날 증언대회 무대에 올라 파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현자 공공서비스노조 의료연대 동산의료원 영양실분회 사무국장은 “3년 전 동산병원은 정규직화를 회피하기 위해 환자식당 운영을 한화리조트라는 외주업체에 맡겼다”며 “외주업체가 들어온 후 근무조건은 열악해지고, 식재료의 질은 떨어졌다”고 전했다.

    다단계 파견회사와 일회용품 노동자 

    하지만 동산의료원 영양실 노동자들의 고초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난 5월 31일 한화리조트와의 계약 만료 후 병원 측과 새 계약을 맺은 풀무원(주) ECMD가 고용부분을 인력파견업체인 (주)유니토스에 또 다시 외주를 맡긴 것이다. 박 사무국장은 “당시 병원은 ‘고용에 대한 책임 없다’며 ‘최저임금으로 유니토스에 입사할 사람만 남으라’고 했다”며 “결국 40여 명이 해고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단계 하청시스템은 노동자를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품으로 취급하게 한다”며 “결국 노조 조합원들은 한화리조트와의 계약이 만료된 지난 5월 31일부터 병원에서 나오지 않고 농성을 벌이며, 똘똘 뭉쳐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1,800일이 넘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기륭전자 역시 파견법의 희생양이다.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중소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2년 이상 근속을 넘기기가 어렵다”며 “구로공단 노동자의 대다수가 3~6개월짜리 단기계약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견법의 ‘2년을 넘겨야 직접고용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인해 대다수의 노동자가 최저임금과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단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기륭전자의 경우 검찰로부터 불법파견을 인정받았음에도 벌금 500만 원을 내는 게 고작이었다”며 파견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원래의 우리 자리로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며 다시 옥상에 올라간 지 47일이 됐다”며 “잘못된 법을 바꾸고, 노동자들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짜 사장이 고용해라"

    이날 민주노총은 “진짜 사장이 고용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파견법 철폐 및 직접고용 쟁취 10만 선언 대국민 캠페인에 들어갔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판정과 KTX 승무원의 코레일 근로자 지위확인소송 승소 등을 통해 간접고용과 불법파견의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간접고용 노동자 조직화와 파견법철폐 10만 명 서명을 통해 직접고용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민주노총은 출범 선언문에서 “파견노동자는 3개월, 6개월, 1년 초단기계약만 맺어야 하고, 고용안정은 꿈도 꿀 수 없다”며 “운이 좋아 계약기간을 연장해도 2년이 지나면 해고를 당하거나 업체 소속이 바뀌어야 하는 노동자가 파견 간접고용 노동자”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파해 수수료를 자율화하고, 인력소개업과 파견업 겸업을 허용하여 중간착취 시장을 확대․합법화하는 직업안정법 전면 개악안을 준하고 있다”며 “이번 직업안정법 전면 개악안은 간접고용을 또다시 실질적 확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로 하여금 고용불안에 떨게 하고,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당연한 거승로 받아들이게 하는 파견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정부에 “파견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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