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 빠진 청문회’, 재산형성과정 의혹
        2010년 09월 29일 06: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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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치러진 김황식 국무총리 내정자의 국회 청문회는 핵심이슈였던 ‘병역’문제가 이미 일정부분 해명되면서 다소 맥 빠진 진행이 되었다. 김황식 내정자가 27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시력검사를 한 결과 왼쪽이 -1디옵터, 오른쪽이 -7디옵터로 5디옵터 이상 차이가 아는 ‘부동시’임이 진단서 상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황식 내정자(사진=정상근 기자) 

    때문에 이날 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재산형성 과정과 세금탈루 의혹, 공관을 관리하는 공무원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쟁점이 되었다. 또한 김 후보자가 감사원장에 재직할 당시 “‘4대강 감사’를 고의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김 후보자 누나가 총장으로 있는 동신대 특혜지원 의혹이 제기되었다.

    세금탈루, 공무원 사적 활용 등 쟁점

    재산형성과 관련해서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2006~2009년까지 총 소득 4억3500만원 보다 6400만원이 더 지출됐는데 예금은 6700만원이 늘어났다”며 “이는 자녀 유학비용 1억5000만원이 포함되지 않는 액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폰서 등 다른 수입원이 있거나 재산신고의 고의적 은폐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 역시 “총리실에서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것에 대해 ‘비과세 수당이 포함되지 않아 수입이 축소됐다’고 해명을 했지만 이를 포함해도 2006년과 2008년에 수입보다 지출이 많이 초과되었다”며 “관용차 대신 리스차를 썼는데 이 부분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황식 후보자는 “부당한 돈을 받은 적 없다”며 “의원 질의시간이 짧아 답변하기 어려우니 지적한 사항들을 분석해서 추후 답변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고, 이에 김유정 의원은 “지난 일요일 부터 이미 제기된 의혹을 지금에서야 분석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공관 관리 공무원의 사적 활용에 대해서는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관용차 외에 따로 렌터카를 사용했는데 이를 내정자의 부인이 사용했다”며 “이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감사원의 7급 공무원으로, 감사원 원장이 공무원으로 하여금 배우자의 차량을 운전하는 것이 감사대상”이라고 비판했다.

    4대강 감사, 동신대 특혜 의혹도

    또한 “렌터카 회사에 문의한 결과 렌터카 이용 비용이 한 달에 300만원인데 감사원장 월급으로 이를 사용했다는 걸 믿을 수 없다”며 렌터카 활용 배경에 대해 추가의문을 제시했다. 이에 김 내정자는 “해당 차는 공관 연회 등 업무에 활용되었으며 일요일 등 사적으로 차를 쓸 때는 내가 직접 운전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공무원의 임무도 공관에 거주하며 관리, 시설, 행사지원으로 공관에 필요한 물품을 사올 때 등 공관 업무에 동원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용경 의원이 내정자의 딸 집 앞에 해당 렌터카가 주차되어 있는 사진을 공개하자 “오가는 과정에서 딸 집에 들리는 것”이라며 “순수하게 개인적인 용도로 쓴 적이 왜 없었겠나?”고 말을 흐렸다.

    ‘4대강 감사’와 관련해서는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역대 감사위원 중 정치인 출신은 5공 때 한 차례 있었을 뿐인데,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 대선후보 BBK팀장이었던 은진수 위원이 감사위원이 되었고 ‘4대강 사업 감사’가 은 위원에게 배당되었다”며 “감사원은 4대강 감사를 하고도 6개월 지나도록 결과발표도 없이 깔고 뭉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내정자는 “기계적인 주심위원 순번으로 은 위원이 4대강 감사를 맡은 것일 뿐 결단코 주심위원을 순번을 조정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정치인 출신이며 현 정부와 일을 같이 했다는 취지로 주심순번을 바꾸는 것이 감사원의 중립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밖에 김 후보자 누나가 총장으로 있는 동신대 특혜지원 의혹을 묻는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지원을)청탁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김 내정자는 “당시 광주지법원장이었는데 그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우리 사회가 그런 청탁을 받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는 아니며 내 성격을 알아 누님도 부탁하지 않을 분”이라고 말했다.

    민노 "박지원 러브샷 유감"

    한편 병역의혹에 대해 김 내정자는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군 법무관이 예정된 상황에서 신체검사 전 안경점에서 내 자신이 부동시인 것을 처음 알았다”며 “그 전에는 안경을 갖고 일상 생활하는데 불편은 없었지만 몸이 나른한 정도였고 시력은 대학에 들어와 나빠지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그러나 총리직을 고사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병역면제”라며 “군대를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것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공직자는 가능한 병역의무를 제대로 필한 사람이 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고사했지만 나에게 주어진 것을 사명이 있다고 생각해 수락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김황식 내정자는 수입과 소득, 지출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많은 의혹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해명하려면 속 시원한 자료제출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역의혹 관련해 부동시 진단서도 최근 것만 내놓고 있는데 이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드러나는 각종 의혹에 대해 김황식 후보자는 자료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해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물론 앞으로의 청문회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내용을 보면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병역문제 등 일부 해명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김황식 후보자에 대한 많은 의혹들이 풀리기에는 부족한 답변”이라며 “이러한 와중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어제 청와대에서 총리후보를 지명한 이명박 대통령과 러브샷을 하고 만찬을 가졌다고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29일에 이어 30일에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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