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과 반칙왕들의 '공정 쇼'
        2010년 09월 29일 10:42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 7월 중순 이후 최근까지 언론지상에서는 중소하청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납품단가인하, 유명무실한 중소기업 지원책, 생색내기식 상생협력 프로그램, 고용과 투자에 대한 무책임성 등이 집중적으로 보도되었다.

    돈 잔치와 빚 잔치

    이는 작년 말에 이어 올해 상반기 재벌대기업의 경영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화려한 영업실적에 힙입어 임직원에 대한 돈잔치를 벌리고 있는 반면, 이들의 하청업체들이 대부분인 중소영세기업들은 원자재가격의 상승, 납품단가의 인하, 필요인력의 부족, 운영자금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발생하는 기업위기상황을 목놓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 때문인지 지난 9월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12대 재벌 총수들을 조찬모임에 초청하여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위한 재벌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독려(?)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결국 정부는 늘 그렇게 해왔듯이 이번에도 한 판의 그럴싸한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대기업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기 위해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마디로 이번 회동은 한마디로 ‘쇼’에 불과하다. 세상이 다 아는 ‘편법의 고수’인 정부의 수장이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반칙왕들’과 회동하여 ‘공정사회’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최근 재벌들이 쏟아내고 있는 하청업체 지원책은 지금까지 그들이 하청업체에게 일방적인 횡포를 자행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고, 정부의 재벌때리기(?)는 공정사회의 화두를 선전하기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화장으로 얼굴의 흉터를 가릴 수는 있지만,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명박 정부는 중소기업문제를 이렇게 사회적 문제로 전면화시키고 있는 것인가? 속내야 다를 수 있겠지만, 2008년 말 세계경제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전반적인 경기호조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과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경제의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중소기업문제 이슈화시키는 이유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지난 몇 달 동안 발표하고 있는 대응방안은 여전히 구색맞추기에 머물고 있다. 연일 언론지상에 보도되는 정부의 발표문은 한국경제의 핵심적인 구조적 문제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루기 보다는 구태의연하고 상투적인 미봉책으로 채워지고 있다.

    또한 최근 쟁점화되고 있는 원하청기업간 하도급거래는 중소기업과 노동자가 겪고 있는 다양한 방식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있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는 원하청기업간 하도급거래뿐만 아니라, 물량몰아주기와 가격 조작으로 대표되는 재벌 계열사간 상품 내부거래, 사내하청과 불법파견으로 상징화되는 비정규직의 투입, 국내소비자의 가격부담을 가중시키는 불공정판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가 지닌 문제의 심각성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러한 불공정거래가 개선되고 중소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며, 이로 인한 피해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노동자, 일반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즉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은 일부 재벌에게 초과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단가인하, 비정규직 확대, 가격 및 비용전가를 통해 중소기업간 과당경쟁, 고용관계의 악화, 소비자의 부담증가를 초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노동자는 비용축소 압박과 인건비절감 경쟁에 시달리게 되고 고부가가치와 고품질에 대한 헌신과 기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저진로 전략에 기반한 비용경쟁력의 추구로 인해 공정거래를 준수하는 좋은 기업은 퇴출되고 불공정거래의 관행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의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다. 특히 이러한 악순환의 구조는 대표적인 재벌이며, 한국자동차산업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실태를 보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 현금성자산 12조3천억, 노동자 몫 급격 하락

    현대차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생산, 매출, 이익 측면에서 고속성장을 거듭하였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매년 갱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장신화의 이면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2009년 12월 말 현재 사내유보금은 6조 8438억, 이익잉여금은 29조 786억, 현금성자산은 12조 3300억이라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매출액 1억 대비 고용계수는 물론, 1인당 부가가치 대비 인건비의 비중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으며, 국내에 대한 생산적 투자를 나타내는 설비투자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약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성장신화가 중소기업, 노동자와 소비자, 더 나아가 국민들의 피해와 희생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중소하청업체의 하도급거래, 사내하청과 불법파견에 의한 인력거래, 국내소비자에 대한 불공정판매 등으로 유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행위를 한국의 대표적 기업집단인 현대차그룹이 여전히 자행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현대차그룹은 편법적 주식거래를 통해 부를 증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품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들에게 생산물량을 몰아주고 있으며, 부품 및 원자재의 수급가격의 조작을 통해 초과이익을 얻고 있다.

    또한 원하청기업간의 종속적 하도급관계를 이용하여 단가인하, 임률억제 및 통제, 과당경쟁과 출혈납품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중소하청업체들은 수익성악화에 계속 노출되고 있으며, 생산혁신과 품질향상을 위한 여지가 좁아지면서 부품산업의 퇴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비정규직 확산, 현대차 아킬레스건될 것

    이 뿐만이 아니다. 생산확대로 인한 필요인력을 대부분 비정규직 사내하청으로 투입함으로써, 질 좋은 일자리의 고용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이라는 저진로전략에 자신을 매몰시키는 크나큰 우를 범하고 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투입을 통해 단기간에 비용경쟁력은 일정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대차그룹이 질적 경쟁력전략인 고품질-고부가가치 지향의 고진로전략을 추구하는데 있어 비정규직의 확산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자신의 시장지위를 악용하여 국내 판매가격의 일방적 인상을 자행하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시장점유률을 높이기 위해 저가경쟁과 출혈 할인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판매가격의 차별화와 공격적 해외마케팅 전략이 현대차그룹의 성장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국내소비자와 국민의 비용부담은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공정거래의 문제가 비단 현대차그룹만에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10대 재벌은 물론,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이러한 횡포를 자행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와 관련된 법제도적 장치의 정비 및 개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대기업 자체의 결단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지 사회공헌활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와 사회구조내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중소기업, 지역주민, 소비자와 국민에 대한 진정성있는 사회적 책임기업이 되기를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대기업들에게 호소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