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칼린, 따뜻한 카리스마
        2010년 09월 29일 08:30 오전

    Print Friendly

    <해피선데이 –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을 이끈 지휘자 박칼린은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상당히 특이한 사태였다. 그녀가 대단한 예능감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감동적인 인생사를 들려준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합창단을 지도했을 뿐인데 대중은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이번 합창단에 대한 엄청난 반응은 <남자의 자격> 제작팀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합창을 했을 뿐인데 그렇게 대단한 지지를 받을 줄 누가 생각이나 했으랴. 특히 박칼린은 이경규조차 압도하는 인기를 누렸다. 왜 2010년 한국사회는 이들에게 그렇게 반응한 것일까?

       
      ▲ 사진=KBS <남자의 자격>

    먼저 작품의 차원에선 합창단이 보여준 따뜻함을 거론할 수 있겠다. 요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이상한(?) 인기에 대해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체로 한국사회의 정의 부재 상황이 사람들로 하여금 정의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는 답이 1차적으로 제시된다.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의 따뜻함 부재 상황이 합창단이 보여준 따뜻함에 대한 열광을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합창단이 지속적으로 보여준 것은 등수와 상관없는 도전, 우애, 조화라는 가치였다. 이것이 경쟁의 비정함에 황량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휘자 박칼린에게 쏟아진 인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은 한국사회의 리더십 부재 상황과 연관이 있다. 사람들은 신뢰할 만한 리더십을 갈구하고 있다. 박칼린은 그것을 보여줬다.

    포용적이며 공정하고 엄격한 지도자

    박칼린에겐 기본적으로 소통, 포용이라는 가치가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을 이끌어주는 타이거JK의 소통의 리더십, 요리팀을 이끌어주는 양쉐프의 소통의 리더십이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호응했었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박칼린은 <해피선데이>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이경규와 강호동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사람의 말을 듣고 대화’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소통을 중시하는 사람답게 그 자신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포용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압적으로 윽박지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중은 지금 사람 좋은 지도자를 원하는 것일까? 아니다. 박칼린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칼린에겐 동시에 엄격성도 있었다. 합창단원들이 해이해진 모습을 보였을 때 그녀는 가차 없이 문제를 지적했다. 배다해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몰아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강압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것은 그 바탕에 애정이 깔려있기 때문이었다.

       
      ▲ 사진=KBS <남자의 자격>

    동시에 그녀는 ‘공정’했다. 요즘 공정한 사회가 화두다. 사람들은 아무도 한국사회가 공정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박칼린은 공정했다. 그녀가 ‘넬라 판타지아’ 솔로로 배다해가 아닌 선우를 선택했을 때 아무도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런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당락을 결정하고, 사람들을 배치하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시종일관 공정함을 유지했다. 그것은 신뢰라는 가치를 형성했다. 우리 사회에선 너무나 희박한 가치다.

    따뜻한 카리스마

    따뜻하고, 공정하고, 엄격하면 다 좋은 것일까? 그것만으로 좋은 지도자라고 하기는 힘들다. 공동체를 제대로 향상시키는 능력이 없다면 인성이 아무리 좋아도 지도자로서는 말짱 꽝이다.

    박칼린은 이 부분에 대한 믿음도 줬다. 합창단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고한 믿음. ‘저 사람이 이끄는 대로 가면 우리가 잘 될 수 있을 거야’라는 믿음. 이것은 지도자에게 대단히 중요한 덕목이다. 한국인은 그런 지도자를 갈구하고 있다.

    박칼린은 ‘보다 합창을 잘 할 수 있다’는 식의 기술적인 믿음만 준 것이 아니다. 그녀는 결정적으로, 매력적인 가치에 입각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였다.

    그녀는 합창단이 우승을 노리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불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창단의 목적은 우승 따위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합창의 가치는 경쟁이 아니라 조화에 있다고도 했다. 혼자 튀는 노래 실력보다 타인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더 소중하다고도 했다. 박칼린은 그런 식의 메시지들을 시시때때로 단원들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이것은 우리 공동체가 지향점으로 삼을 만한 가치였다.

    따뜻하면서 공정하고, 필요할 때는 엄격하며, 공동체를 확실히 잘 이끌 능력이 있고, 올바른 가치에 입각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 이것이 그녀의 엄청난 존재감을 형성했다. 합창단원들은 그녀를 캡틴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따뜻한 카리스마’라고 하겠다. 신뢰할 만한 리더십.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 구성원을 핍박하거나, 배제하거나, 차별하거나, 잘못된 길로 인도하지 않을 사람. 그녀는 그런 느낌을 줬고, 그것이 합창단과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이 때문에 <남자의 자격>과 박칼린이 예능프로그램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것이다. 현실의 황량함과 대비될수록 호응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