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련되고 감성적인 것 선호"
        2010년 09월 27일 09: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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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은 매년 메이데이, 전국노동자대회, 여성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은 물론 노동계 현안을 알리는 수단으로 포스터를 작성해 배포한다. 이는 조합원을 상대로 현장 활동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국민을 상대로 최대 현안 및 노조를 알리고, 노동계의 입장을 선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포스터는 대상을 조합원으로 하느냐, 대국민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 콘셉트와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타깃에 따라 포스터의 내용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다르다. 이에 <레디앙>은 2차례에 걸쳐 지난 몇 년간의 민주노총 포스터를 몇 개 선정해 장단점을 살펴보는 동시에 시대의 흐름과 함께 달리한 포스터, 그리고 포스터 속에 담긴 에피소드 등을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포스터 논쟁들

    ‘노동조합의 포스터’라고 하면 왠지 강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제조업 남성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구성된 데다 빨간 조끼와 머리띠, 투쟁하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노동조합의 구성원 역시 변화했다. 여성 비율이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노동조합은 기존의 남성적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여성문화를 받아들이고, 보다 사회 일반의 정서와 사회 분위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그 같은 노력은 포스터에서도 고스란히 들어난다. 남성적 이미지보다는 사회연대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 시민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다.

    지난 2009년 전국노동자대회 포스터는 ‘초심으로 돌아가 손을 잡자’는 의미로 두 개의 손이 서로 맞잡고 있는 이미지가 사용됐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연대 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윤재설 민주노총 선전국장은 “연대를 위해 주변 사람과 손을 잡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낸 포스터”라며 “기존 ‘조합원이 응집해 있는 집회’ 사진만으로는 연대를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의 사진이 사실적이고, 명확했다면 이미지는 추상적이고 사람에 따라 의미부여가 달리 될 수 있다. 때문에 당시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너무 상징적이다’, ‘이미지만으로 포스터의 의미를 조합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직설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또 다른 일각에서는 ‘조합원의 수준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 의견이 제기되며, 기존의 방식에 변화를 준 이미지가 사용될 수 있었다.

    월드컵과 포스터

    이에 앞서 지난 99년 전국노동자대회 당시 제작된 포스터는 ‘남성적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문제가 제기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포스터에는 ‘이제 당신만이 희망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빨간 조끼에 주먹을 불끈 쥔 남성의 모습이 큰 이미지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작은 이미지로 담겼다.

    하지만 이를 보고 ‘남성만이 강조됐다’, ‘남성은 돈을 벌기위해 일하러 가고, 여성은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남녀 차별이다’는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윤 국장은 “당시 포스터와 관련해 남성 위주로 제작됐다는 비판이 많았고, 향후 남성과 여성의 비중을 맞추는 가하면, 때로는 여성이 부각되는 형태의 포스터가 많이 제작됐다”며 “당시 논란을 계기로 특정 성이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 분위기를 담은 포스터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02년 구속자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제작된 포스터에는 16명의 구속자 노동자가 한 팀을 구성하고, 축구선수 유니폼을 입은 채 그라운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포스터에서 “월드컵 열기 못지 않은 유월 더위와 씨름하여 뜨거운 분노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며 “세계가 인정하는 노조활동을 대한민국에서 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고 수배된 노동자들이 있다”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 2002년 구속자 석방 촉구를 위한 포스터.

    당시 포스터 제작에 참여한 황혜원 진보신당 용산구당원협의회 위원장은 “구속자들이 대거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구속노동자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해 사회적 시류를 이용해 포스터를 제작했다”며 “당시 외국 노총에서 2002 월드컵을 이용해 한국이 외국에 알려지는 상황을 한국을 알리고, 노동탄압 현실과 구속자 문제를 한국 시민은 물론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 알려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당시 포스터는 지하철과 공공장소 등에 부착되며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국민 눈높이 포스터 주문

    이어 그는 노동조합의 포스터가 다양성을 추구하고 보다 감성적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포스터는 즉흥적이고 직접적, 공지성 매체라는 측면에서 표현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조직과 조합원을 연결한다는 측면에서 지속된 변화를 통해 조합원에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조합원의 생각, 의식, 삶의 변화까지 생각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국장 역시 “강력한 이미지와 과격한 구호를 담은 포스터는 현장에서 더 반발이 많다”며 “보건의료노조나 공공운수연맹 등 환자나 민원인들이 포스터를 볼 수 있는 사업장에서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해 포스터를 제작해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반 시민들이 포스터를 붙이는 사업장에서는 직설적이고 과격한 표현방식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이에 포스터를 제작할 때 노조가 표현하고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되 보다 세련되고 감성적인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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