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미국 신좌파 운동 고찰
        2010년 09월 25일 02: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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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2008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자 했던 신자유주의 세력에 맞서 거리에서 외쳐진 구호 중 하나는 ‘거리의 민주주의’다. 당시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과거에도 그랬고, 민주화의 과정을 거친 모든 국가에서도 바로 이 ‘거리의 민주주의’는 분출하기 마련이다.

    정치이론가이자 음악비평가인 제임스 밀러의 저작 『민주주의는 거리에 있다』(제임스 밀러, 개마고원, 32,000원)는 특히 미국 신좌파운동의 역사를 인물 중심으로 탐구하면서, 그것의 위상을 지성사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재정립하고 있다.

    미국 신좌파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끈 민주사회학생연합(SDS)의 결성을 출발점으로, 그것이 1968년 미국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시위에서 폭력적으로 변질되기까지 다루고 있고 미국 신좌파운동이 추구한 참여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이 책에서 돌아보는 1960년대는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에너지가 격렬하게 분출하는 혁명의 시기였으며 미국 역시 냉전 질서 속에서 베트남전쟁 개시, 1963년 워싱턴 행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1967년 펜타곤 행진 반전시위,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등 폭력과 비극으로 얼룩진 혁명과 반동의 시대를 보냈다.

    저자는 실제 미국 신좌파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단체 가운데 하나인 민주사회학생연합(SDS)에 참여하며 1968년 시카고 시위에 참여했고, 머레이 북친과 함께 무정부주의적 강령을 기초했으며, 1969년 SDS의 마지막 전국총회에도 참석했다. 그런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좌파운동이 추구했던 참여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미국 신좌파운동은 노동자계급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유한 중산계급의 대학생들이 주도했고 그들의 이론적 토대는 ‘대중’과 ‘공중’을 구분하여 정치적 공중의 형성을 역설하고, 노동자가 아닌 학생들을 변화의 행위자로 정당화시킨 C. 라이트 밀스였다. 마치 지난 2008년 촛불과도 비슷하다.

    미국 신좌파는 참여민주주의를 추구했고 이들의 참여민주주의 정신은 『포트휴런선언문』으로 정립되었다. 이 선언문은 그 내용도 내용이나 선언문을 탄생시키기까지 이들이 함께 토론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 또한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이라 밝힌다.

    그러나 SDS는 이후 혼란 가운데 폭력적으로 변질되어 결국 붕괴되고 말았다. 폭력적으로 변질된 운동은 대중들에게 더 이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운동에서 점점 자라나고 있던 폭력은 방어적이고 대응적이었을 뿐 건설적인 목적이 없었다. 또 폭력은 신좌파운동을 벌인 이들이나 이들에게 동조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저자는 흑인들과 학생들이 점점 더 호전적으로 바뀌어가면서, 이 초기 활동가들이 이룬 업적은 나중에 그들 자신에게조차 시대와 맞지 않고 급진적이지 못한 선사시대 이전의 일처럼 치부되었다. 자신들이 중산층 출신임을 점점 부끄러워하게 되었고, 많은 학생들이 자기들의 정치적 관심의 원천이던 학문적 맥락을 극구 거부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대 미국의 신좌파운동을 실패한 운동이라고 규정지을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레이건 시대 극우화를 완화시켰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탄생의는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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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제임스 밀러James Miller

    밀러는 정치이론가이자 저명한 음악비평가다. 『뉴스위크』지에서 편집자, 도서비평가 및 음악비평가로 10여 년간 활동한 경험도 있다.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교, 보스턴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브라운 대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현재 뉴스쿨 정치학과에서 정치이론 및 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작가들과 문예비평가들을 양성하는 리버럴 스터디의 학과장을 맡고 있다. 밀러의 첫번째 책은 박사논문을 고쳐 쓴 『역사와 인간존재: 마르크스에서 메를로퐁티까지History and Human Existence: From Marx to Merleau-Ponty』(1982)다. 신좌파의 정신을 담은 작품으로는 『루소: 민주주의의 몽상가Rousseau: Dreamer of Democracy』(1984)와 이 책이 있다.

    이 책에 이어 또다시 전미도서비평가 서클상 최종후보작에 오른 『미셀푸코의 열정The Passion of Michel Foucault』(1993)은 영어권에서는 푸코에 관한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성찰하는 삶: 우리는 위대한 철학자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Examined Lives: What We Can Learn from the Eminent Philosophers』라는 책을 쓰고 있다.

    한편으로 신좌파 정신을 음악을 통해 탐구한 『쓰레기통에 핀 꽃들: 록앤롤의 부상, 1947-1977Flowers in the Dustbin: The Rise of Rock and Roll, 1947-1977』(1999)으로 권위 있는 음악도서상인 랠프 글리슨 음악도서상(Ralph J. Gleason Music Book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역자 – 김만권

    정치철학을 시민들과의 소통길로 삼아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현대 자유주의 정치철학입문』(2001), 『불평등의 패러독스: 존 롤스의 정치와 분배정의』(2004), 『그림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2005), 『세상을 보는 열일곱 개의 시선: 정치와 사회에 관한 철학에세이』(2007), 『참여의 희망: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만나다』(2009)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존 롤스의 『만민법』(공역, 2009)이 있다.

    이 책의 번역은 형식으로만 치우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반성의 일환으로, 참여민주주의에 관한 비판적 탐구에서 비롯되었다. 지금은 자유주의자가 아닌 이들이 자유주의자로 당당하게 자처하는 우리 사회를 바라보며 『자유의 계보학』이라는 저서를 집필 중에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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