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철도' 누명벗고 평안한 한가위를
    2010년 09월 21일 10: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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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의 고향이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열차를 탈 때마다 어린 시절 정겨움이 떠오른다. 또한 철도는 미래의 상징이다. 친환경 교통이면서 여행 안전성도 뛰어나고 약속시간도 잘 지켜준다.

한국철도는 부실 철도일까?

그런데 한국철도에 종종 따라다니는 말이 ‘적자’이다. 한국철도공사 경영자료를 보면, 2005년 공사 출범 이후 매년 5~7천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고, 올해도 약 4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아무리 괜찮은 교통수단이라도 계속 적자를 낸다면 이건 곤란한 일이다. 이것을 이유로 철도민영화 주장이 나오고 비용절감을 위한 인력감축으로 노사간 갈등도 발생한다.

정말 한국철도는 부실 철도일까? 필자는 철도 적자 이야기만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안타깝다. 적자의 진짜 원인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철도의 적자는 경영부실에 의한 적자가 아니라 정부 정책에 따라 발생하는 ‘인위적 적자’이다. 다소 전문적인 용어이지만 공공서비스 보전금(PSO: Public Service Obligations)과 선로사용료를 살펴보자.

PSO는 세계 대부분 나라 철도에 있는 제도로서, 철도공사가 시민에게 철도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정부가 철도공사에게 지급하는 보전금을 말한다. 철도는 전국적 네트워크 교통으로서 지역에도 운행을 해야 한다.

이용자가 많은 도시에 비하면 벽지 노선은 수입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정부의 공익정책에 따라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들에게 요금 감면을 해 주고 있다. 이렇게 한국철도는 정부의 철도정책에 따라 채산성이 떨어지는 벽지노선도 운행해야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요금도 감면해 주고 있다.

기간산업 관리비, 이용자 요금으로 귀착

이러한 비용을 보전해 주기 위한 제도가 바로 PSO이다. 그런데 정부는 PSO를 제대로 보전해 주지 않고 있다. 그 금액이 매년 약 1천억원에 달한다.

한국철도의 적자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과도한 선로사용료이다. 선로사용료는 철도공사가 열차를 운행하면서 선로를 사용한 대가로 정부(철도시설공단)에게 지불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이 선로사용료가 너무 높다.

유럽 나라들은 선로사용료가 선로 유지보수비의 3~79% 수준이나 우리나라는 92%이다. 우리나라에선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교통망을 관리하는 책임이 지나치게 철도공사, 즉 이용자 요금으로 귀착되고 있다. 2005년 이후 철도공사가 지불하는 선로사용료가 매년 5~6천억원이다. 이것을 절반만 낮추어도 철도공사 영업적자는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PSO 미보전금, 지나친 선로사용료 부담금, 이것은 철도 경영의 결과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결과이다. 정부가 철도를 적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영업적자 금액은 경영회계상 계산되지 않는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감안하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철도가 지니는 공해절감 효과, 교통사고 감소 효과, 물류이동 정시 효과 등은 돈으로 계산하면 어마한 금액이다.

가끔 인건비가 과도하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이는 자의적인 인건비 상정방식이 낳은 착시 현상이다. 세계철도협회 자료를 보면 한국철도의 노동생산성은 일본을 제외하곤 서구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철도 적자는 경영 부실에 의한 적자가 아니라 정부 철도정책이 낳은 ‘인위적 적자’이다. 이제라도 한국철도가 적자 철도, 부실 철도라는 누명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서민의 정겨운 벗인 한국철도도 평안한 한가위를 맞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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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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