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음산하지만, 희망은 있다"
    By 나난
        2010년 09월 20일 01: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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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도시철도노조(5~8호선. 위원장 허인)가 본사와 시청 앞 등지에서 두 달 가까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만료된 단체협약 체결과 신사업 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인력 재배치, 안전문제 등을 폭로하고, 건전한 노사관계 및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이유다.

    하지만 공사는 노조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4월 단체협약은 해지됐으며, 노조간부에 대한 현장복귀 명령은 물론 임금 역시 지급되지 않고 있다. 공사는 노조 사무실 폐쇄를 명령했으며, 파업 참여 등을 이유로 조합원 30명에 대해 직권면직으로 해고했다.

    음성직 사장 취임 이후 고장률 48% 급증

    이에 지난 17일 <레디앙>과 만난 허인 도시철도노조 위원장은 “10월부터 국회 국정감사와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공사의 신사업 추진의 문제점과 파행으로 치닫는 노사관계를 사회 쟁점화시킬 예정”이라며 “지금까지의 지명 파업 등을 뛰어넘는 투쟁에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 허인 위원장(사진=노조)

    그는 공사의 성과주의를 내세운 신사업 추진에 우려를 드러냈다. 무리한 신사업으로 현장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공공서비스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허 위원장은 “흑자 경영을 이유로 한 신사업 추진과 그로 인한 각종 문제 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는 현장에 ‘불필요한 인원이 너무 많다’는 이데올로기를 퍼뜨려, ‘사장 지시를 듣지 않으면 퇴출된다’는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사업으로 인한 대대적인 인원 재배치에 안전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지난 2년간 내부 통계를 뽑아본 결과, 음성식 공사 사장 취임 이후 전동차 고장률이 48%까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노조는 공기업에서 추진 중인 무리한 성과주의에 따른 신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하지만 공사는 노조탄압이라는 수단으로 응대했다. 허 위원장은 “공사의 전면적인 노조탄압에 노조가 정당한 쟁의권을 확보하고 지명파업 등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불법파업을 운운하며, 조합원을 대량해고시키는 등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희망 잃은 조합원볼 때 난감하기도"

    공사는 지명파업을 이유로 조합원 30명을 해고한 데 이어, 허 위원장 등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한 33명의 조합원에 대해서도 징계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공사는 조만간 대규모 조직 개편 역시 예고하고 있다. 때문에 허 위원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앞만 내다보며 강공책을 펼치고 있는 공사 앞에 협상의 여지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만료된 단체협약을 갱신하기 위해 실무교섭을 요청하고 있지만 공사는 최근 음성식 사장이 ‘해피존 사업’, ‘스마트몰 사업’, ‘전동차 자체 제작’ 등과 관련해 각종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황에서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기 전까지는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현재 공사는 각종 신사업과 관련해 감사를 받고 있다.

    허 위원장은 “전면적인 투쟁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여론”이라며 “10월에는 지금보다 수위를 높인 투쟁계획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지하철이 시민 편의와 직결되는 공공서비스라는 점을 지적하며 국민 여론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허 위원장은 “아무리 정당한 투쟁이라 하더라도 이용자인 시민이 느끼는 불편은 따를 수밖에 없다”며 “노조의 파업 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10월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청원운동 진행은 물론, 국회 국정감사 때 신사업과 관련된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관계를 사회 여론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조합원들이 희망만 잃지 않는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다”며 “조합원들이 절망하거나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모습을 보일 때면 난감하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현 정권의 계속된 탄압에 아직 끝을 알 수 없는 음산함이 현장에 있다”며 “그간 노조 대표로서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고비를 겪으며 또 다시 절망에서 또 다른 희망을 갖게 되고, 조합원들 역시 희망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 성과주의 국민 피해로 돌아가"

    허 위원장은 지하철의 공공성을 살려 노조와 시민이 함께하고, 시민을 위해 끊임없이 노조가 활동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는 “남은 임기 1년간 실효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인 우선”이라면서도 “나아가서는 도시철도가 해야 하는 것은 사회연대적인 가치를 가진 노동조합으로 다시 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민의 안전이나 공공성 사업을 주도적으로 노조가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러한 모습을 꼭 한 번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공사의 일방적인 성과주의식 정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우려의 마음을 표하며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같은 수익구조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며 “도시철도 역시 각종 신사업을 추진하며 경영개선을 도모하고자 하지만 현재는 요금을 올리지 않는 이상 수익 확대는 기대할 수 없기에, 결국 공사의 성과주의식 경영의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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