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리 ‘호남 출신’이면 괜찮다?
        2010년 09월 17일 02:0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16일 새 총리로 지목된 김황식 감사원장은, “공정사회”를 부르짖으며 ‘젊고 유능한 총리’를 낙마시킨 이명박 정부가 선택한 카드다. 정운찬-김태호 등 지난 몇 차례의 총리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정권의 정체성과 기득권의 모럴 헤저드를 제대로 보여준 상황에서 이번 총리 내정자는 ‘모의 청문회’까지 거쳤다니, 실제 청문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간다. 

    맥빠지는 소식

    그런데 실제 경기에 돌입하기도 전 부터 맥빠지는 소식이 들려온다. 검증 공격의 핵심이 돼야 하는 민주당에서 벌써부터 김황식 총리 내정자를 인정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조영택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그간 이명박 정부 인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지역 편중인사·지역 간 불균형인사 해소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논평했다.

    물론 “그간 대법관·감사원장 등의 주요 공직을 거치면서 상당한 검증이 이루어진 인물로 알고 있으나, 앞으로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동안 민주당이 총리 내정 소식이 들릴 때 마다 보였던 반응에 비하면 이번 김황식 내정자에 대해서는 유독 ‘친절’하다.

       
      ▲ 지난 3일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회의 장면 (사진=민주당)

    이유는 단순하다. 조영택 대변인이 앞서 밝힌 ‘지역 편중인사’는 김황식 총리 내정자의 고향이 호남(전남 장성)임을 말하는 것이다. ‘영남라인’이 지배하는 고위공직에 호남인사가 올라섰으니 이것이 “불균형 인사 해소”이고, 이것이 “긍정적”이란 얘기다.

    이 정부의 영남 편중인사도 보기 좋지 않지만 민주당의 이러한 정체성 고백도 낯 뜨겁다. 제1야당이 단지 호남 출신이란 이유로 병역 문제와 <KBS> 정연주 사장 해임 문제 등 여러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에 대해 ‘출신 지역’이란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모양새는 보기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청와대, 한나라당이 김황식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 ‘무사 통과’를 물 밑에서 합의했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으며, 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호남 총리가 아니라 서민 총리가 필요하다

    지역 논리보다는 자본 논리 아래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호남자본과 영남자본은 대동소이 하고 호남 비정규직과 영남 비정규직의 삶, 농민들의 삶은 똑같이 괴롭고 힘들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남 총리’가 아니라 서민들의 삶을 지켜줄 총리, 도덕적으로 깨끗한 총리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게 아닌가 보다.

    하긴, 4대강 사업 반대를 부르짖었으나 소속 단체장은 영산강 4대강 기공식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 찬양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바로 몇 년 전 호남지역 개발을 외치며 새만금의 금 같은 갯벌을 콘크리트로 매워버렸던 민주당이다. 호남 기득권 유지를 위해, 야당연대를 부르짖으면서도 광주에서 민주노동당을 "친북정당"이라 불렀던 것이 바로 그 민주당이다.

    어쨌건 그랬던 민주당이 스스로 눈치가 보였는지 17일 갑자기 강경 발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일각에서 ‘호남 출신이기에 민주당이 호감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되나 대변인 논평은 지역균형인사가 평가될 만하다는 내용이었지 도덕성과 자질의 검증은 매섭게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늦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총리 선임 직후 “민주노동당은 이정희 대표를 국무총리 청문 특위 위원으로 결정하고, 총리 청문특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병역기피, 탈루 의혹 등 철저히 파헤칠 뿐 아니라, 불공정 감사, 정치 감사 행적을 낱낱이 폭로하여 부실 인사가 국민 검증의 벽을 함부로 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서늘한 논평을 날렸다.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도 “오늘 총리로 내정된 김황식 감사원장에 대해 진보신당은 한 번의 총리 후보 낙마 이후 새롭게 내정된만큼 더욱 더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적합성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며 “또한 2008년 감사원장 청문회에서 제기된 병역기피, 세금 탈루 등 이미 불거진 의혹에 대한 재규명과 함께 김 지명자의 업무능력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게 민주당의 한계이며 ‘담대한 진보’가 될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이것이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민주당에게 ‘호남’이란?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