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 투쟁, 끝까지 싸운다는 뜻"
By 나난
    2010년 09월 14일 06: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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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이다. 기륭전자, GM대우자동차, 동희오토 등 ‘장기투쟁’으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사업장 명단에 또 하나가 추가됐다. 재능교육 노조(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지난 2007년 시작된 노동조합의 농성이 15일 1,000일을 맞았다. 비닐 천막 하나 없이 온몸으로 맞서 온 시간이다.

임금 아닌 수수료를 받는 노동자들

지난 1999년 특수고용노동자 최초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2003년 6월,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후 수수료 삭감으로 시작된 노사 갈등은 무단협, 조합원 6명 해고, 급여통장 가압류, 3억여 원의 손해배상청구, 조합원 탈퇴 등으로 이어졌다. 노조로서는 막대한 출혈이 동반된 투쟁이었다.

위탁계약서로 고용관계가 체결된 노동자들. 그들은 임금이 아닌 수수료를 받았다.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 노동자 지위에 있어 임금, 퇴직금, 연장 및 휴일수당, 업무상 재해보상 등의 노동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 재능교육지부의 농성이 15일 1,000일을 맞았다.(사진=재능교육지부)

2007년 5월, 당시 노조 집행부는 임단협을 체결하며 장기 근속 교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수료율 55%를 43%로 줄이는데 합의했다. 조합원들의 반발이 잇따랐고, 집행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투쟁이 시작됐다.

아울러 회사는 지난 2008년 회원에게 받지 못한 회비를 교사가 대신 납부하도록 하는 ‘신수수료 제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수수료 제도를 개정해 교사들의 임금이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까지 깎인 지 1년만의 일이다.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 역시 반발했다. 수수료제도 개편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고용관계를 미끼로 ‘신수수료 제도에 서명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약속할 수 없다’며 합의를 받아냈다. 이후 단체협약은 파기됐고, 노조 전임자는 해고됐다. 노조가 농성을 벌이자 회사는 영업직 관리자의 인사고가 평가에 ‘조직 내 조합원 감소율’을 반영해 조합원 탈퇴를 종용했으며, 용역업체 직원이 아닌 정규직 직원에게 노조의 농성장 철거를 주문했다.

노동자 취급도 못 받는 노동자들

노조가 원하는 것은 단체협약의 원상회복과 해고자 복직이다. 하지만 회사는 여전히 “노조가 요구하는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복직 등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수용할 수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2003년 6월 대법원 판결에 이어 노동부도 2005년 11월 ‘학습지교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으므로 전국학습지노동조합은 노조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가 노동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위탁계약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노동자라는 이름 앞에 ‘특수고용’을 달고 있지만 그들은 분명히 재능교육에 고용돼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 제 노동 시민사회단체가 재능교육지부 농성 1,000일을 맞아 100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참세상)

재능교육 농성 1,000일을 맞아 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 정당, 대학생들이 다시 재능교육을 주목하고 있다. “3년간의 싸움을 이제는 끝내자”며 다시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10일부터는 회사에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100인 릴레이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불매운동, 모금운동 진행

또 재능교육에 대해 “반교육․반여성․반노동 기업에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맡길 수 없다”며 불매운동과 함께 입사 지원 거부운동도 들어간 상태다. 온라인에서는 재능교육 불매운동 서명광고를 위한 3,000원 모금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농성 1,000일인 15일을 전후에 각종 집회와 문화제 등도 열리고 있으며, 15일에는 ‘1,000일 투쟁 영상’ 방영과 함께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1,000일간의 투쟁. 유명자 재능교육지부장은 지난해 12월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꽃피는 춘삼월에는 일상생활에 돌아가 조합원들 만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봄이 되기 전에 상황이 마무리 돼야 한다”며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춘삼월을 넘기고, 가을 문턱에서 농성 1,000일을 맞은 재능교육지부 조합원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싸움이 끝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도 어김없이 마음을 다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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