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전당대회, 재미도 새로움도 없다
        2010년 09월 14일 09: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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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지도부를 구성을 위한 10월 3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10일 광주 방송토론회를 시작으로 경선레이스가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도부 선출방식을 놓고 계파간 줄다리기가 시작될 때부터 이미 당권레이스는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기존 당대표와 최고위원 분리선출방식(단일지도체제)을 고수할 것이냐, 아니면 당대표와 최고위원 통합선출방식으로 바꿀 것인가의 문제는 민주당의 지분을 삼분하고 있는 이른바 빅3, 즉 정․정․손 간 이해관계에 따라 갈리기 때문이다.

    사인(私人)적 정당 운영시스템 여전

    당대표 선출의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는 선출방식 경쟁에선 손학규와 정동영의 판정승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전 대표로서, 정세균 2년 체제의 평가무대가 될 이번 선거에서 정세균은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대로 그에 대한 정치적 심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두 주자의 입장에서는 설사 당대표로 선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재야인사’에서 중앙무대로 진출하여 공식적인 지위를 갖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미를 지닐 수 있다.

       
      ▲ 사진=민주당

    전초전의 또 하나의 쟁점은 이른바 당권과 대권의 분리 문제였다. 기존 당헌당규대로라면 이번 전당대회에 선출된 대표가 2년 임기를 다할 경우, 2012년 총선의 공천권은 물론, 대선후보까지 겸임할 수 있기 때문에, 당대표가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 1년 전 사퇴해야 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3김시대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제1야당 당헌당규가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것은 여전히 시스템에 의해서보다는 유력주자들간의 이해관계와 상황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사인(私人)적 정당 운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참고로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당헌에 명시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미 2005년 당헌개정을 통해 대선후보는 모든 선출직에서 경선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못 박아 놓고 있다.

    한편 대표선출에 대한 천정배 의원과 일반 당원들의 당원직선제 요구가 있었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당헌 제5조 당원의 권리와 의무 첫째 항에 “당직선거 및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선거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장 처음 제시된 권리란 그 만큼 부가적인 설명이 굳이 필요없는 당연한 권리임을 의미한다.

    2008년 말을 기준으로 중앙선관위에 제출된 민주당의 당원 수는 모두 1,643,021명이다. 이중 당비납부 당원은 전체 당원의 1.4%인 23,233명으로 보고되었다. 민주당에서 당원직선제 실시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다.

    카메라 앵글과 후보자 수

    민주당은 당헌 제6조(당비) 2항에 “당비를 납부하지 아니한 당원에 대하여는 당직선거 및 공직선거후보자선출선거의 피선거권과 당직 권한 행사를 제한한다. 다만, 당규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당헌당규에 의해 당원직선제를 하더라도 참여자 수에서 현재 간선제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물론 단서조항에 따라 경과규정을 둔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당원들의 참여폭을 넓혀주거나 당원직선제가 실행되면 역으로 당비 납부자의 비율이 높아질 수도 있어, 결국 이는 지도부들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본선 경쟁을 9명으로 제한하기 위한 ‘컷오프’제를 시행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 이유가 너무 후보자가 많으면 상호토론이 힘들다는 것인데, 까놓고 얘기하면 결국 TV토론회 카메라 앵글에 9명 이상 잡히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한나라당도 같은 문제가 불거졌지만, 결국 컷오프제를 백지화하면서 13명 후보를 그대로 본선경쟁에 합류시킨 바 있다. 그렇다고 후보자간 공방이 제한되지도 않았고, TV중계도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이제 본선경쟁의 쟁점에 대해 살펴보자.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정․정․손의 순위경쟁과 이른바 486후보의 지도부체제 입성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예비경선 결과를 비대위에서 공개하지 않아 그 득표를 놓고 말들이 무성하지만, 정세균 전 대표의 1위설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결국 선거방식이 1인2표제로 시행된다는 점과 30%가 반영되는 당원 여론조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세균-최재성, 손학규-박주선, 정동영-천정배 등의 시나리오들이 그것이다.

    내용 없는 ‘새로움’

    이번 경선이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당내 선거이지만, 결국 형식적인 당권과 대권의 분리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선출된 대표가 대권후보에 가장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당의 대의원들과 당원들, 그리고 지지자들에게 당권과 대권의 분리는 당헌당규상 하나의 절차 이상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레임덕에 들어간 MB정권과 후반기 의제 선점을 놓고 벌이는 제1야당의 수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우 인지력 강한 정치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빠져있다. 8명의 후보들은 저마다 “새로운 민주당”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새로움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즉 내용의 문제다.

    이른바 ‘486’후보들의 지도부 진입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재성 후보의 “스마트한 리더십”, 이인영 후보의 “6월항쟁 완성”론도 이른바 세대교체의 선명성을 부여하기에는 취약하기 그지없다.

    또한 486의 “탈계파 선언” 역시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당장 486 두 후보 모두 특정한 기존 계파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두 후보의 단일화가 이미 두 사람의 문제를 떠나있는 것이 이들이 근거하고 있는 정치적 토대를 웅변하고 있다.

    돌아온 탕자, 정동영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콘텐츠를 가지고 쟁점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돌아온 탕자” 정동영이다. ‘담대한 진보’를 케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그는 대표적 콘텐츠로 ‘부유세’를 내세우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내놓은 부유세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내용적인 차별성은 쟁점 주도성을 담보해 준다.

    이는 2007년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자인 정동영 후보의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즉 추미애 의원의 컷오프 탈락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역적 기반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탈당의 전력이 있는 정후보에게 이른바 ‘충성심 강한’ 대의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데는 분명 아킬레스건이 있다.

    하지만 ‘486’ 주자들의 세력교체 주장이 현재까지 보여주었던 바와 같이 광주에서는 김대중 정신을, 부산에서는 노무현 정신을 외치는 등의 이미지 호소에 그친다면, 개혁지향적인 대의원들이 ‘진보 민주당’에 대한 논쟁을 주도하고 있는 정동영 후보에게 일정 부분 이동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하나 모든 후보들이 주장하는 공통 공약은 2012년 대선에서의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이다. 모든 후보들이 진보적 시민사회 및 정당과의 연합을 얘기하고 있지만, 모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식의 당위성에 그치기고 있다.

    반면, 정동영과 천정배 후보 정도가 복지국가, 혹은 복지를 매개로 한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동영 후보의 부유세 공약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에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전당대회 프리미엄도 어려울 것

    한국정치의 민주화와 진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바로 야당의 역할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주정권 10년 동안 국민들이 행복하지 못했던 것에는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책임도 크다.

    MB 정권 하 ‘민주주의 위기’가 제기되는 데에는 제1야당인 민주당의 무능력에도 원인이 있다. 지금이라도 제1야당의 위기 원인과 그 대안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논쟁이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것처럼 제1야당의 지도부 선거가 일방적 선언의 충돌로 이어지고, 언론지면은 계파간 짝짓기 분석을 중심으로 이어져 간다면, 선거 이후 민주당은 전당대회 프리미엄조차 누리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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