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립정부 구성 위한 개헌 필요하다"
    "대중 무관심, 문제는 개헌 아니라 정치"
        2010년 09월 13일 05:1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해 제헌절을 기점으로 불어온 청와대 발 개헌바람이 정부 형태와 선거법 개정론이 맞물리면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재오 특임장관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말하면서 청와대가 본격적인 개헌논의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개헌보다 현행 헌법 실천이 문제"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가 13일 개최한 ‘MB정부 선진국형 정치개혁 방안,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는 주로 개헌과 선거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비례대표를 더욱 확충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에는 한 목소리를 냈으나 이를 개헌과 연계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민주노동당 개헌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거연합을 통한 연립정부를 구상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하고 선거연합과 연립정부를 위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김장민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도 이와 같은 의견을 내었다. 또한 여기에 선거연합을 통해 민주당 등을 견인해 우선 2012년 총선을 위한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주장하는 토론자도 있었다.

    반면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의 경우 “개헌보다는 현행 헌법의 실천의 문제”임을 강조하며 선거법 개정과 개헌논의를 함께 가져가는데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문제는 헌법이 아니라 정치개혁”임을 강조하며 “개헌 한 번으로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장민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개혁은 ‘민의에 비례하는 공존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면서 “우리 정서에 맞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를 확충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결합하는 모델이 가장 이상적이고 비교적 명쾌하다”고 말했다.

    "선거연합 막는 선거제도 고쳐야"

    그는 이어 “선거연합을 막고 있는 정당-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다양한 정치단체의 선거참여를 보장토록 정당제를 폐지하거나 정당의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정당을 포괄하는 정당연합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정치단체의 공천을 허용해 정당이 아닌 정치단체의 지지 공표도 투표용지나 법정홍보물에 표시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대교수 역시 “개헌을 논하기 이전 국회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50% 확장을 통해 국회의 대표성을 적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며 “지방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마련한 뒤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선학태 전남대 교수 역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개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중대선거구제는 낡은 보수-중도 독과점 양당체제를 고착시킬 우려가 있고 일본식 소선거구+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역시 거대 정당에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 교수는 “그러나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거대 정당에게는 기득권 축소 우려가 있기에 외부에서 압박이 가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향후 야당 간 정치연합은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로의 개혁 문제를 핵심적인 매개 고리로 삼고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단독 집권의 환상을 버리고 이 정치적 어젠다에 몸을 던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도 “87년 헌법이 졸속적으로 구성된 것은 분명해보인다”며 “개헌을 야권연합정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삼고 연합정치를 만들어 나가는 기제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선 새 선거법을 통해 2012년 의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개헌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개헌을 야권 연합정치 위한 전제조건으로"

    반면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그 자체가 연합정치, 연립정부 구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선거연합을 형성해도 현행 대통령제는 연정이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 선출제도를 고쳐 연합정치를 촉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남미의 다당제적 대통령제 아래 연합정치 구성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최근 개헌관련 논의 중인 지방분권과 행정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도 몇가지 의견이 제시되었다. 김장민 연구원은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지역국가의 담세능력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통일에 대비한 북한의 경제발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을 위해 연방제의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동석 교수는 “헌법적으로 올바른 방향은 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의 생활에서부터 나와야지 중앙정부 차원의 합의로 지방분권과 행정제도 개편을 이룰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선학태 교수는 “중앙집권제 국가 틀을 대개조하는 그랜드 디자인을 통한 정치적 르네상스가 필요하다”며 “이 점에서 자유선진당의 강소국연방제는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헌법이 현실에 비해 앞서가고 있다”며 최근 개헌논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논설위원은 “잊을만하면 개헌론이 나오는 것은 정치인이 자기의 기득권을 지키려 하거나 정치, 국정의 실패에 대해 책임전가 혹은 알리바이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또한 엘리트들이 자기 전문영역에서 지식시장을 확대하려는 욕망을 표출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문제는 헌법이 아니라 정치"

    이어 “무성한 개헌론에도 사회 갈등의 폭발 우려와 시민들로부터 무관심한 의제이기 때문에 개헌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라며 “시민들의 의제는 개헌이 아니라 고용, 교육, 의료, 노후, 주거 같은 삶의 질 개선이며 이 것을 헌법이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헌법이 아니라 정치”라며 “소선거구제+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지만 권력구조의 문제, 수평적 분권, 양원제 도입, 기본권 확대, 정당 정치 활성화 모두 정치라는 현실의 영역에서 주요 참여자들의 투쟁과 협상, 타협과 대화로 이루어야지 공허한 개헌논의로 해결될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오동석 아주대 교수와 김장민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이 발제에 나섰으며 토론자로는 이대근 <경향신문>에디터, 선학태 전남대 교수, 조성대 한신대 교수, 김의겸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가 나섰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