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된 쟁점, 애매한 노선 투쟁
    2010년 09월 09일 05: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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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내부 노선 논쟁이 헷갈린다. ‘독자파’, ‘통합파’로 통칭되는 이 논쟁이 뜨거운 듯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쟁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 논쟁을 ‘사이비 논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서로 상대방 입장 번복 주장

독자파의 주축을 이루는 것으로 평가되는 소위 ‘선도탈당파’의 지지를 받고 대표에 출마할 예정인 조승수 의원은 자신이 ‘적극적인 통합파’라고 선언했고,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것”이라며 호감을 드러낸다.하지만 이에 대한 독자파들의 비판이나 반대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에 노회찬 대표가 조 의원을 만나 진보정치 통합에 대해 적극적 입장을 내세워달라는 주문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양측은 상대방을 향해 서로 입장을 바꿨다고 말한다. 통합파의 한 인사는 “조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며 “노선 논쟁만 따지면 통합파가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반면 독자파의 한 인사는 “심상정 전 대표가 애초에 발언에서 한 발 빼고 있는 모습”이라며 “2012년 이전 당 통합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보신당의 논쟁의 실제 쟁점은 무엇인가? 각자의 주장을 살펴보면 통합파도 당장의 진보신당 강화를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이견이 없고, 독자파의 경우도 당 통합 이외의 다양한 연합정치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당발특위가 조직 노선이랄 수 있는 두 가지 발전전략을 한 번에 담아내는 봉합안을 채택한 것도 쟁점이 선명해지지 않은 원인 가운데 하나다. 

대표 출마선언이 유력한 심상정 전 대표, 조승수 의원, 정종권 부대표 등도 당발특위안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독자’와 ‘통합’의 대립구도만으로는 다가오는 3기 지도부 선거의 쟁점을 형성하기 쉽지 않다.

결국 남는 것은 진보대연합의 구체적 내용 중 당 통합에 대한 이들의 입장 차다. 진보대연합의 구체적 내용과 시기 그리고 연합의 범위와 통합의 공동 가치 등 각론에서 차이를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진짜 쟁점은 무엇인가?

다만 통합파는 “2012년 총선-대선의 정치적 격변기를 목표로 진보정치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연대의 범위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을 우선 대상으로 해야된다는 점에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독자파는 당 통합 이외의 다양한 연대, 특히 선거연대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 통합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내보이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으로는 매우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이다. 특히 이들의 경우 분당에 이르게 한 현 민노당 세력의 ‘반성’을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민노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통합파들은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독자파들은 도로 민노당이 아닌 올바를 진보정치 재구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당 통합에 대한 입장과 특히 민주노동당과 당 통합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두 입장의 가장 차별성이 분명한 쟁점인 것으로 보인다. 통합파가 2012년 대선 이전의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반면, 독자파가 시기를 특정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생각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진보대연합과 당 통합은 분명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독자파 측 한 인사는 “당장의 세력 개편이 아니라 진보정당의 색채를 강화하고 노선을 분명히 세워야 진보정치의 재구성이 가능하다”며 “비정규직-환경 등을 중심으로 지역과 부문에서 진보정체성을 강화해 나가면서 진보대연합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임시 당대회에서 독자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진보대연합당’ 건설은 살리면서도 ‘통합논의기구’를 부결시킨 것도 이와 같은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의 속도와 내용에 제동을 건 셈이다. 그러나 통합파 측 인사들은 “이미 진보대연합의 틀에 동의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선거전 돌입하면 쟁점 선명해질 것"

결국 이번 3기 지도부 선거의 핵심 쟁점은 당 통합 등 진보대연합의 ‘구체적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 발전전략 안이나 현재의 논쟁구도가 총론적이라 쟁점이 도드라지지 않지만 민주노동당과 분당 과정의 평가와 사회당과의 선통합 문제, 진보대연합의 시기와 범위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분명한 논쟁의 지점이 세워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러한 쟁점의 본 모습이 대중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독자파 일부 인사들은 진보정치 통합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당 통합에 대해서는 여러 전제조건을 걸며 소극적으로 나서거나 아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독자파 인사는 조승수 의원 역시 ‘통합’은 말하지만 ‘합당’에는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반면 통합파로 불리는 인사들 역시 주쟁의 논점이 ‘진보대연합’에 집중되면서 동의한다고 밝힌 당의 독자강화에 대한 이렇다 할 구체적 내용과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형적으로는 서로 당 발전 강화와 진보대연합을 ‘두루’ 찬성하는 것은 쟁점을 은폐시키고, 논쟁 구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노선과 당권 경쟁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과 관련해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노선 논쟁이라는 것이 보통 쟁점이 선명하고, 양보가 어려운 치열한 싸움인데 현재 모습을 보면 솔직한 자신들의 견해와 입장을 제출하지 않고 있어, 의미 있는 논쟁이 실종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미 시작된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 같은 불투명하고 애매한 논쟁 구도가 보다 대중적으로 선명해질지, 여전히 원론적 차원에서 언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맥 빠진 논쟁으로 진행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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