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당, 통큰치킨제국에 맞선 유기농반군
        2011년 10월 13일 11: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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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생협 그리고 팔당

    2008년 봄의 촛불 속에서 눈의 띄던 사람들 중 하나가 일명 유모차 부대였다. 다른 하나는 2010년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금의 남양주 일대에 있던 유기농단지에 정부의 강제 측량을 막겠다고 남양주 유기농 단지에서 만났던 생협회원들이다.

    팔당 농민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 그리고 생협회원 포함해서 약 50여명이 인간 방패를 형성하며 약 700명의 전경과 대치하고 있었다. 오전에 밀고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던 경찰이 늦은 오후까지도 공격을 하지 않자 자연스레 참석한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 중에 흥미를 끈 것은 30~40대의 생협소속 주부 회원들이었다. 나는 속으로 자신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그것도 강한 충돌이 예상되는 현장에 농민들과 활동가가 아니면 쉽게 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던 터라 여기온 대부분은 소위 한때 한가닥 하셨던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분은 한때 학생운동을, 또 어떤 분은 노동운동을 하다가 생협회원이 되거나 생협에서 일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나머지 반 정도가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분들이었다.

    그냥 아이들 먹거리가 걱정되어 생협회원이 된 후 인연을 맺은 농민들이 하루 아침에 쫓겨나게 된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오신 분, 2008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유모차부대에 주위 사람들과 참여하면서 정치란 거, 운동이란 거에 관심 갖고 여기까지 왔다고 하시는 분. 그곳에서 나는 촛불과 생협 그리고 오늘 팔당에 이르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흐름과 참여를 목도하였다.

    팔당, 강과 먹거리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지는 공간

    올해 10월 22일 정부는 4대강공사 완공기념식을 중비중이다. 소위 4대강 그랜드오프닝이다. 이 행사는 물리적으로 우리가 그토록 막고자 했던 4대강 보와 준설이 나름 일단락됨을 알리는 장례식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우리는 아직 두 곳을 지켜내고 있다. 바로 팔당 두물머리와 지율스님이 버티고 계시는 내성천이다.

    그중에서도 팔당은 특별하다. 팔당을 소개받은 이는 모두 무엇인가에 홀린듯 나중에 자연스레 그들만의 방식으로 인연을 만들고 확대해가고 있다. 매주 시민텃밭을 가꾸는 사람들, 몇몇은 아예 팔당에 눌러앉아서 농민이 다 되었다.

    해외에서 오게된 어떤 이는 지금도 가끔 안부를 물어보고 자신의 결과물이 뉴스에 나왔다고 흥분하고 있다. 어떤 이는 자전거길과 수변공원 대신에 유기농 생태공간으로 만들자는 멋진 청사진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마도 팔당이 갖고 있는 독특한 지리적 배경, 그리고 아픈 역사적 경험 그리고 그 속에서 한국 유기농의 씨앗을 뿌렸다가 갑자기 쫓겨나게 될 이들 유기농부들의 선한 얼굴들을 도저히 뿌리치지 못한 인연들이 있어서일 것이다. 수십 년간 농부들과 우리들이 만들어온 이 무형의 자산을 고작 황량한 자전거길과 시멘트 공원으로 바꿀수는 없지 않은가?

    통큰 치킨 vs 팔당 상추

    2008년 촛불로 확인된 먹거리에 대한 불안, 그리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친환경무상급식”으로 상징되는 먹거리가 최대 정치사안이 된 2010년. 이미 한국사회는 국가도 자본도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줄 의향도 능력도 없음이 드러났다. 통큰치킨, 통큰피자 등이 큰 호응을 얻었던 그 아찔한 순간에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없을까? 난 바로 팔당의 강제철거가 연상되었다. (여기엔 어떤 사실적 연관도 없다)

    국가는 포기하고, 자본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먹거리. 이미 거대한 자본의 통제에 놓인 대규모 농산물. 시민의 건강은 안중에 없고 소비자의 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는 그런 싼 식품들을 먹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물론 이러한 횡포를 저지하고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이제 반대에 머물지말고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국의 먹거리 생협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은 당연히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간혹 팔당의 가치를 생각할 때 이런 가정법을 동원한다면 끔찍하다. 극단적으로 유기농지와 농민이 사라지면 분명 생협이 존재할 수가 없다.

    이미 거대한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자본이 우리의 일상 곳곳에 먹거리를 제공하고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든 직장이든 심지어 작은 음식점이든 내 집에서든 오직 이윤만을 남기려는 거대 유통자본이 완전 통제하는 세상. 이들이 카길과 같은 거대 식품, 유통 자본과 손잡고 시민들의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물론 팔당이 사라진다고 전국 친환경농산물 생산이 급감하고 생협 기반이 바로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팔당은 화학약품과 방부제가 권해지던 시대에 유기농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채소류의 경우, 최대 60%를 수도권 생협에 공급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팔당과 유기농에 대해 알고 여름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딸기를 따러 가는 그곳이 지금 강제철거 직전이다. 이곳은 4대강을 되찾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 그러나 동시에 팔당은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몇 안되는 소중한 공간이다. 팔당은 통큰치킨 제국에 맞서는 유기농 반군의 수도인 것이다.

    팔당스탁, 모두 구성지게 놀아보자

    수 없이 많은 사람이 강에 갔고 글과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도로 한복판에서 노숙도 하고 농성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보에도 올라가 보았다. 비록 물리적으로 보와 준설은 막지 못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직간접으로 체험하면서 왜 우리가 강을 지켜야하는지도 동시에 배웠다.

    이 아픔과 자각 속에서 자연의 위대한 힘과 우리의 지혜를 모아서 다시 백사장과 물고기들이 살아 숨쉬는 강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중한 기억을 갖게 되었다. 이젠, 강을 되살리는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킬것인가만 남았다.

    2011년 10월 15일, 팔당에선 흥겨운 잔치가 열린다. 그것도 강변가요제! 청명한 가을 하늘과 서늘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기다려줄 것이다. 또한 형식적인 노래자랑만이 아니라 이날 온 가수들, 시민들, 농민들 모두 모여 음악에 흥겨워하며 술잔을 높이 들것이다. 참고로 이날 어디서도 맛볼수 없는 팔당만의 특제 음식들과 구리빛 옆집 형님들의 구성진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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