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공정 사회'의 정체는?
        2010년 09월 08일 05: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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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발 ‘공정사회’가 정치사회적 주요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김태호 전 총리 내정자 등 8.8개각 일부 인사들과 최근 딸 특채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을 낙마시키는 등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고 있고, 대통령은 이를 기반으로 ‘기득권자’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대기업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이명박 정권의 이 하반기 국정운영기조에 대해 일각에서는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한 ‘사정, 공안적’ 성격”에 주목하고 있고, 또 다른 측에서는 ‘공정사회’ 담론을 역으로 이명박의 불공정성을 폭로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공정사회가 등장한 것은 지난 8.15 기념 경축사였다. 당시 이 대통령은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는 위장전입과 각종 비리 혐의로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른 김태호 전 총리 내정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등을 낙마시켰다.

       
      ▲ 8.15 경축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 내외 좌우는 김영삼 전대통령과 전두환 전대통령 (사진=청와대)

    8.15 경축사에서 첫 등장, 개각 인사청문회에서 본격화

    여기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논란이 벌어지자 직접 “공정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으며 지난 7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사회에 권력과 이권을 같이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는데 이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우리 모두 대단한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공정사회’ 구현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누구나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사회의 기본”이라며 또 다시 ‘공정사회’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있는 사람이 더 내고 적은 사람은 적게 내는, 모든 분야에서 기회를 균등하게 주자는 것”이라며 자신의 ‘공정사회’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전반기 국정운용 핵심담론으로 ‘선진화’를 사용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 정부는 ‘도덕성’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왔다. 대통령 자신이 대선후보 시절에 위장전입 등 각종 ‘도덕성’의혹을 받아왔고 ‘강부자, 고소영 내각’ 등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현재도 사찰논란과 각종 비리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야권과 각 언론들은 이를 지적하고 있다. “제 눈에 들보를 보지 못한다”는 것.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유명환 장관 딸의 특채 의혹이 발생하자 논평을 통해 “대통령 자신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공정사회를 외친다 한들, 국민이 이를 진심이라고 보겠는가”라며 “가장 불공정한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규의 부대변인 역시 8.8내각 인사청문회가 한창일 때 “‘공정한 사회’, 이명박 대통령은 차라리 말이나 말라”고 강조했고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말 따로, 실천 따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야당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도 ‘공정한 사회’라는 잣대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제 눈에 들보부터’

    이 같은 사실을 청와대가 모를 리는 없다. ‘공정사회 구현’의 잣대가 자신에게 유탄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고 실제로 이 때문에 8.8내각의 반절이 잘려나갔다. 전면에 내세웠던 ‘젊고 유능한 총리’도 낙마했다.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다. 그럼에도 왜 이명박 정부가 연일 ‘공정사회’ 구현을 외치고 있을까?

    하나는 국정운영 주도권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 잣대가 기업을 압박하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 ‘사정바람’을 불러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5공 시대 ‘정의사회 구현’과 같은 맥락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6일 집시법과 관련해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법안을 ‘17개 공정사회 실현’ 법안으로 선정하면서 이러한 가능성을 보였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야당과 시민사회들에 대한 공격 채비를 한 것으로 이들에 대한 사정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일방적으로 공정사회를 언급하며 자신의 친기업 정책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공격용 이데올로기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연 진보신당 정책위의장 역시 “‘공정’의 틀이 한나라당을 포함한 여야권 전반에 사정의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레임덕에 따른 권력누수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었을 경우 가장 권력과 가까워지는 것은 검찰 등 사정기관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8일 <YTN>인터뷰를 통해 “사정과 공정은 단어 자체가 틀리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다만 법의 집행을 엄격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공정사회’의 속내에 ‘사정바람’이 있음을 내비쳤다.

    또한 조국 서울대 교수는 “친서민 중도실용 담론과 마찬가지로 이번 ‘공정사회’ 담론에도 정권재창출 전략이 담겨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정권 내부에서는 이를 원하지 않겠지만 다음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내부를 치더라도 프레임을 새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프레임이 선전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 "사정과 공정은 다르다… 법은 엄정하게"

    김윤철 대안지식연구회 연구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사청문회에 이어 유명환 장관 사태에 대한 MB의 대응을 보니 ‘공정사회’ 기치에 대한 애착이 큰 것 같다”며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그것으로 돌파하려는 것 같고 공정사회에 대한 애착은 집권 직후를 제외하고 일관되게 ‘친서민행보’를 강조해온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역사 구조적인 관점에서 민주화 이후 출범한 이전 정권들의 연속선상에서, 신자유주의 체제의 리스크 관리를 부여받은 MB정권의 ‘국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것이 많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이전 정권들에 비해 안정적이고 탄력적인 국정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공정사회’ 프레임이 결코 야권에 불리한 프레임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 담론이 여권 내부에도 작동하는 상황에서 진보진영 등 야권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각 야권은 이명박 정부 정책 하나하나를 놓고 ‘공정사회’ 프레임에 대입시키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조 정책위의장은 “MB정부는 지난시기 동안 불공정을 현실을 만들어 낸 주범이라는 점을 우리가 치고 들어가면서 그것으로 레임덕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해야 한다”며 “담론의 긍정성은 있지만 자기 스스로 입지가 좁아지고, 자신의 권력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안티담론’으로서 공정사회를 활용하는 것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성희 최고위원은 “진보진영이 특히 노사관계 등에 대한 제대로 된 공정사회룰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제시했으나 공정사회는 진보진영에도 좋은 화두”라며 “진보진영은 대중들에게 ‘과연 공정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최근 야권에서는 공정사회와 관련 이명박 정부의 지난 행적에 대한 비판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 형태는 과거 ‘반MB담론’과 비슷한 면이 있다”며 “물론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를 내세우는 것은 모순이 있지만 이는 화두의 중심을 이명박 정권에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MB의 공정사회를 비판하는 것뿐 아니라 진보진영의 공정사회의 기준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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