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스공사, 10개월 만에 단협 체결
    By 나난
        2010년 09월 07일 07: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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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 차례 단체교섭, 중노위 조정, 3차례 파업, 법원 가처분 인정, 청와대와 지식경제부 개입에 의한 노사합의 번복 등.  

    한국가스공사 노사가 지난 해 11월 단협이 해지된 후 10개월 동안 끌어오던 교섭을 끝내고 7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가스공사 노사는 지난 3일 9가지 주요쟁점에 합의하며 6일 오전 조인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단체협약 내용을 문제 삼음에 따라 한때 조인식이 불발되기도 했다. 

       
      ▲사진=한국가스공사지부 홈페이지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아

    노사는 6~7일 이틀 동안 대화 자리를 마련해 합의안을 수정해나갔으며, 7일 오후 4시 30분경 최종 합의안에 서명했다. 노사는 전임자 수, 조합원 범위, 유급휴가, 조합원 교육, 인사위원회 등에 대해 서로 양보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민정태 가스공사 노조 사무처장은 “노동조합 활동의 근간을 지키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면서도 “조금씩 양보안을 내며, 기존 합의안에서 문구 수정이 일부 됐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노사는 지난 3월 말과 9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단체협약에 서명하거나,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두 차례 모두 정부가 단체협약 내용을 놓고 수정을 요구해 합의안이 철회된 바 있다.

    지난 3월 노사 합의 이후 공사는 돌연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서 인정할 수 없다”며 단협 효력 소멸을 통보했으며, 6일 조인식을 앞두고는 지식경제부가 국회 예결위의 결산 심사에 참석할 것을 요구해 조인식이 연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22일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가스공사가 작성한 ‘노사관계 주요현안 보고’ 문건을 공개하며 “(지난해 9월 7일 열린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주재 노사관계 회의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 등이 단체협약 타결에 제동을 걸어 사측에서 이를 철회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청와대 제동으로 합의 번복되기도

    이처럼 가스공사 노사 단협을 놓고 정부가 꾸준히 개입해 온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번 합의서 체결을 놓고 공공부문 노사 관계에 대한 정부 입장 변화에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민 사무처장은 “정부가 입장을 바꿨다기보다는 지난 3월 노사 간 체결한 단협을 정부 개입으로 철회하면서 여론의 비판 등으로 인해 정부도 난감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공사가 불리한 입장에서 이번 합의서 체결까지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가스공사 노사가 단체협약 체결에 합의함으로써 발전 5개사, 국민연금공단 등 답보 상태에 빠져있는  단체협상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 사무처장은 “국민연금이나 발전은 단체협약 문제라기보다는 연봉제 등 정부 정책 및 개입과 관련된 문제 즉, 가스공사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합의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도 “정부의 공공부문 노조 무력화 정책이 변화됐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불투명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도환 가칭 공공운수노조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역시 “가스공사 단협 체결이 다른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을 섣불리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가스공사의 경우 정부가 개입해 노사 간 합의한 내용을 몇 차례 번복해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웠겠지만, 발전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은 외면상으로는 공사의 일방적 단협 해지로 시작된 갈등이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스공사 외에도 많은 공공부문 사업장에서 단체협상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에 각 기관장은 책임을 지고 소신 있게 노사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정부는 노사 자율원칙에 따라 체결되는 단협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씨말리려는 권력에 맞서 승리"

    한편 7일째 단식 중이던 황재도 가스공사 지부장은 이날 조합원에게 발표한 글을 통해 "모든 것을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정권에 맞서 우리는 최고 수위의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힘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단체협약의 일부는 고건이 후퇴되고 약화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황 지부장은 하지만 "시작부터 노조의 씨를 말리겠다는 폭압적 권력에 당당히 저항하면서 우리는 완강하게 버텨왔고, 그 힘은 오히려 우리 노동조합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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