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 빼든 감사원, 사상 첫 공직 인사 특별점검
        2010년 09월 07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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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오늘 신문도 유명환 전 장관 딸 특채 문제가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이어 정치적 공방이 예상되는 ‘공정(公正)’이 화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 이어 5일과 6일 연달아 "공정한 사회"를 거론하면서 촉발됐다. 검찰의 행보와 정관계의 움직임이 예의 주시되는 가운데 감사원이 먼저 칼을 뽑았다. 김황식 감사원장이 사상 첫 공직인사 특별점검을 선언했다(중앙·한국). 한나라당도 ‘공정한 사회’ 개념과 관련한 구체적 기준 마련에 착수, 정기국회에서 우선처리 할 공정사회 관련 법안 17개도 잠정 선정했다. 이대통령의 집권 하반기 구상으로 삼은 ‘공정한 사회’는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의 작품(조선일보)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 주된 방향은 불공정 거래 등 이른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갑’과 ‘을’의 관계 개선에 맞춰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음은 7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최저임금 떼먹고도 업주가 웃는 나라>
    국민일보 <"대승호 오늘 송환">
    동아일보 <‘남 지원 받겠다’ 북 메시지인듯>
    서울신문 <‘장관의 딸’ 특채 전과정이 특혜였다>
    세계일보 <유외교 딸 특채 때 ‘노골적 특혜’ 줬다>
    조선일보 <태풍 폭우 비상>
    중앙일보 <감사원, ‘공정사회’ 칼 빼들다>
    한겨레 <‘장관딸 특채’ 온통 꼼수였다>
    한국일보 <대승호 돌아온다>

    동아 "공정사회, 우리세대 숙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가 정치권과 관가를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 지진해일 같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 현상을 분석한 4면 기사에서 "보수 진영 전체가 진보 진영과의 대결구도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여권 일각에선 보수 진영이 펼쳐놓은 ‘공정한 사회’라는 프레임에 진보 진영이 끌려들어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 "감사원도 ‘공정사회’ 칼 빼들다"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공정한 사회’를 언급한 데 대해 김황식 감사원장은 6일 “법과 원칙에 따라 국리민복에 기여하는 감사원의 운영 기조 자체가 공정 사회라는 목표의 실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은 "금년 하반기 중 공무원 인사 전반에 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중앙일보가 1면 머리기사에서 이를 다뤘다.

     

    조선 "국정 후반기 타깃은?"

    조선일보는 4면에서 ‘공정사회’ 입안자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라는 점을 들어, 임 실장이 언급한 국정 후반기 사정타깃을 추측해 보도했다. 임 실장은 특히 방송환경과 관련해 "왜 드라마 제작사들이 만든 프로그램의 판권을 MBC와 KBS 등 채널을 독점한 거대 방송사들이 가져야 하느냐"며 "공정한 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는 전언이다. 임 실장은 그밖에도 카드 수수료 문제를 언급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관의 딸’ 뽑으려 특혜·불법 총동원

    외교통상부가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전문계약직 공무원 특채 공모에 지원한 유명환 장관의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 점수를 만점 가까이 주는 등 온갖 특혜와 불법행위를 총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 1면과 2면 기사에 따르면 한 기획관은 제척사유가 있는 자는 시험위원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관의 딸’ 유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서류전형과 면접에 직접 참여하는 등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임용시험령을 위반했다.

    외교부는 유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시험관리 과정을 임의로 변경했다. 2009년 이후 시행된 6차례의 특채 중 4차례는 어학 요건이 ‘토플(TOEFL)과 텝스(TEPS)’로 돼 있었지만 유씨가 응시한 2번의 특채에서는 텝스만으로 제한했다. 게다가 통상 관련 법적 분쟁 등을 다루는 FTA 담당자를 선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격 요건을 업무 유관성이 높은 변호사 대신 ‘석사 후 2년 경력자’로 정했다. 이 두 가지 요건은 유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외교부는 심지어 유씨의 영어점수를 높이기 위해 서류 접수기간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늘렸다. 이 결과 유씨는 앞서 제출한 점수보다 50점 정도 높은 영어점수를 추가로 제출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특혜에도 불구하고 외부 면접위원 3명이 유씨가 아닌 다른 응시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자 한 기획관 등 외교부 공무원 2명은 유씨에게 만점에 가까운 면접점수를 줬다. 이들은 또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실제 근무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외교부 근무 경험이 있는 유씨를 채용토록 유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행정안전부가 외교부에 대해 특별 인사 감사를 실시한 결과 드러난 사실이다. 행안부는 6일 특히 유 장관의 딸이 응시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 한충희 외교부 인사기획관 등이 관계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너무 먼 공정사회

    백화점에서 수입화장품을 판매하는 ㄱ화장품에 다니던 이지애(가명·25)씨는 직장에 다닌 지난 3년여 동안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 최저임금이 얼마인지조차 몰라 자신의 월급이 그에 못 미치는 줄도 모르고 지냈다. 회사는 이씨에게 최저임금액을 알려준 적도 없다. 다른 직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민주노총 산하 ㄱ화장품 노조는 올해 초부터 회사 쪽에 ‘최저임금 미지급액을 추가로 지급해주고 월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씨가 회사에서 받지 못한 최저임금 총액은 2년여 동안 47만1930원에 불과하지만 회사는 이마저도 지급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달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받았다’며 회사를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 위반 업체들을 관리·감독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해도 형사처벌을 받거나 과태료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9면 보도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공동대표 서경기)가 6일 노동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2104건에 달했으나, 전부 ‘부족한 최저임금액을 지불하라’는 시정조처에 그쳤고, 처벌까지 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최저임금법 위반 건수는 2006년 3440건, 2007년 4612건, 2008년 1만813건, 2009년 1만5625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제6조(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 지급)를 위반해 처벌된 건수는 각각 21건, 8건, 8건, 6건으로 미미한데다 오히려 줄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11조(사용자의 최저임금 주지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에도 과태료 부과 건수가 2006년 2건, 2007년 1건에 그쳤다. 최저임금법은 제6조를 위반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제11조를 위반했을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노사정책실 관계자는 “최저임금법 위반 업체는 주로 영세 소규모업체들이 많고, 근로자도 임금을 받는 게 목적이라 주로 시정조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도 지난 4월 ‘앞으로 3년간 두 차례 이상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노동위원장은 “명백한 처벌 규정이 있는데도 시정조처에 그치면 사용자는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각 노무사는 “고의로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와 회사 사정상 주지 못하는 경우의 경중을 가려, 고의성이 강한 회사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굽은 잣대 펴지 않고 공정한 사회 말할 수 없어

    김상철 한국일보 사회부장이 MB식 공정사회론에 일침을 놨다. 김 부장은 <굽은 잣대부터 펴야>라는 칼럼에서 "왜 이 시점에서 갑자기 ‘공정한 사회’일까"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문제는 이 대통령이 주창한 ‘공정한 사회’의 실체가 아직 불분명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고, 승자가 독식하지 않으며, 노사가 협력해 발전하고,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상생하고, 서민과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사회라고도 했다.

    하나 같이 좋은 말이지만, 구체성이 없어 공허하다. 이 대통령은 시장경제를 위한 규제개혁, 사교육비 절감을 포함한 교육개혁, 든든학자금, 보금자리 주택,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을 그 구체적인 실천으로 거론했지만, 그것들이 공정사회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그 효과는 또 어떤지 의문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공정사회 기조가 현재 예고되는 것처럼 기득권층의 비리와 특권, 반칙에 대한 사정(司正) 차원이라면, 큰 기대는 접는 게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힘 있는 이들의 반칙과 특권 못지 않게, 오히려 그보다 더, 규칙 자체가 불공정한 탓이 크다. 용산참사가 드러낸 도심 재개발지역 상가 세입자 문제는 그 중 한 예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분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굽은 잣대를 펴지 않은 채 그것을 엄격히 들이댄다고 해서 공정한 사회라 말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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