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3조원짜리 인수에 나서는 이유
By 나난
    2010년 09월 06일 11:09 오전

Print Friendly

지난 8월 말 몇몇 신문이 “공정거래위가 대기업의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부당지원행위와 중소기업의 피해에 대해 조사 중이고,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보도하였다. 하지만 정작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는 너무나 빠르게 “그런 계획이 없다”라고 해명 보도자료를 뿌렸다. 단순한 오보인가, 아니면 그럴 계획이었지만, 결국 윗선에 의해서 짤린 것인가?

공정거래위는 지난 3월부터 자산규모 5조 이상 43개 재벌에 속하는 1139개 계열사의 ‘상품 및 용역에 대한 특수관계자거래(이하 내부거래)’를 조사하고 8월 중순 현재 그 결과에 대한 분석을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에 공정거래위는 재벌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법 위반 협의가 있는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추가조사를 실시한다고 공포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정거래위는 이에 대한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왜 공정거래위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걸까? 내부거래의 문제점이 워낙 심각하여 공정거래위가 스스로 발표를 미루고 있는가? 아니면 그 사이 재벌의 전방위적 로비에 의해서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가 용두사미로 정리되고 있는가?

공정위, 조사 후 침묵

왜 재벌대기업은 부당지원행위라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를 계속 자행하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문어발식 경영을 통해 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의 변화를 통한 경영권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벌 일가가 대주주인 법인을 신설하거나, 타 법인을 인수한 후 계열사의 용역이나 물량을 몰아주거나, 수급가격을 조작한다. 이러한 상품 및 용역의 내부거래는 해당 계열사의 거래비용을 낮추거나 초과이익을 유발시킴으로써 시장가격기능을 왜곡시킨다.

   
  ▲ 자료=금속노조 정책연구원

또한 내부거래를 통해 해당 계열사에게 수급물품을 몰아줌으로써 규모의 경제실현을 통한 비용절감과 수익증가를 이룰 수 있다. 즉 단기간 내에 해당 계열사는 급격한 매출신장과 초과수익을 달성하고 비상장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상승시킨다.

그러고 난 후 주식시장의 상장과 일부 지분의 매각을 통해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을 하고 그 결과로 자본초과이득을 얻게 된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경영권승계에 필수적인 지분확보를 위한 종자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편 이러한 재벌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는 공정거래의 기초가 되는 시장정상가격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재벌 일가 외의 수많은 이해관계자, 즉 소액주주, 소비자, 노동자, 협력업체, 경쟁업체 등에 심각한 피해를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피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먼저 재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특정계열사에게 특혜성 물량몰아주기를 행하고 수급가격의 조작을 통해 초과이익을 실현시켜줌으로써, 다른 계열사의 수익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해당 계열사의 주주와 노동자들의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비용부담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에 대한 가격전가가 이루어지거나, 특정상품의 독점적 공급가격이 결정됨으로써,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특정 계열사의 수요독점으로 인해 협력업체가 이윤압박을 받을 뿐만 아니라, 동일업종 경쟁업체의 경우 시장진입을 못하거나 더 큰 비용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한마디로 재벌의 부당한 내부거래는 산업사회의 공정한 거래행위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행위이다.

시장 참가자들에게 막대한 혼란

과연 그렇다면 재벌대기업의 내부거래의 실태는 어느 정도인가? 대표적인 한국의 재벌인 현대기아차그룹의 사례는 부당내부거래의 실상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연결재무제표 적용대상 종속회사들의 감사보고서를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간 총 매출액 대비 내부매출액을 의미하는 내부거래비중은 2001년 이후 줄곧 상승하고 있다. 2009년 12월 말 현재 내부거래비중이 50%가 넘는 계열사가 15개 이르며, 80%이상인 자회사도 10개에 이른다.

특히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대형부품을 생산하는 핵심계열사들은 물론, 1차 부품계열사 또한 내부거래 비중이 매우 높다. 연결재무제표 적용대상 종속회사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 위아의 내부거래비중이 81.5%, 현대파워텍은 100.0%, 다이모스는 97.0%, 위스코는 65.9%에 이른다.

또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1차 밴드에 속하는 계열사 또한 내부거래의 비중이 역시 아주 높게 나타난다. 이는 이들 계열사들이 자동차생산의 모듈화와 외주화를 통해 기존에 완성차에 직납하던 비계열사 부품하청업체로부터 단순부품을 대부분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는 반면, 자신이 생산한 완성부품의 경우 대부분 완성차업체나 동일계열사인 핵심부품업체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정몽구회장을 비롯한 재벌일가가 대주주인 자동차 비관련 계열사, 특히 비상장계열사들의 내부거래비중 또한 아주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류업체인 글로비스의 경우 내부거래비중이 83.4%, 건설업체인 현대엠코의 경우 73.8%, 광고대행업체인 이노션의 경우 46.4%, IT업체인 오토에버시스템즈는 86.7%, 철강제조업체인 삼우는 82.1%에 이른다.

그렇다면 왜 현대기아차그룹의 비상장 계열사들도 자동차산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이렇게 높게 나타나는 걸까?

정몽구회장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 비상장 계열사들에게 ‘회사기회의 유용’과 ‘지원성 거래’를 통해 물량을 몰아줌으로써, 비용절감과 수익극대화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기업가치를 높인 비상장 계열사는 주식시장에 상장이 되고 결국 지배주주인 정몽구회장 일가는 엄청난 자본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가 3조 원짜리 인수에 나서는 이유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재벌일가의 자본초과이득을 실현하기 위한 공작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 8월 말 현대건설인수를 공식화하였다. 약 3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현대건설인수에 현대기아차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보수언론들이 흔히 이야기 하는 ‘장자론’은 포장에 불과하다. 자본의 논리에 ‘큰 아들에게 대물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5대 건설사에 속하는 현대건설을 인수한 후 기존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하는 데 일차적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왜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러한 우회상장방식을 취하려고 하는가? 이는 현대엠코를 지금 상장해봤자 고작 1만원에 불과하지만 현대건설과의 합병 후 주가는 적어도 5만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현대엠코는 졸지에 500%이상의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물론 현대엠코의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정몽구일가의 지분가치 또한 엄청나게 늘어날 것은 뻔하다. 바로 이것이 재벌대기업이 ‘앉아서 돈 벼락을 맞는’ 방식인 것이다.

한편 정몽구회장을 비롯한 재벌일가와 그 가신들은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기 위해 저지른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행위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실증법 위반혐의로 실형을 살아야 할 위기에 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재벌대기업은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물량몰아주기를 아직도 계속하고 있으며, 회사기회를 유용한 불법행위를 통해 부의 증식을 통해 불법적 경영권승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또한 사면의 대가로 국민에게 약속한 사회공헌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이 내팽개치고 사상최대의 실적에 취해 주판알만 튕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재벌의 이러한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행위를 감시, 감독해야 할 정부 또한 팔짱만 끼고 이를 방조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부당 내부거래의 실태와 문제점을 정확히 국민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재벌일가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공정거래위가 부당내부거래의 실태를 숨기고 문제점을 은폐하려고 한다면, 정부가 재벌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