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오 특수임무는 90도 인사?
        2010년 09월 06일 07: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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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의원과 함께 ‘권력실세’,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이 장관 인준 청문회를 별 무리없이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청문회 전부터 이미 이재오 청문회는 통과의례에 불과한 것이란 기운이 감돌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호통도 쳐보고 인사개입·불법정치자금 의혹을 따져도 봤지만, 이들 입장에서도 통과의례이긴 마찬가지였다.

    거래와 약속 이행

    이번 청문회가 김태호, 신재민, 조현오를 중심으로 진행된 탓도 있겠지만, 정권의 대야창구가 실세 장관으로 일원화되는 것도 야당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측면에서는 ‘거래’와 ‘약속이행’이라는 측면에서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대’일 수도 있다.

    지난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낙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미국체류 기간 중에도 심심치 않게 그의 활동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는데, 단연 관심의 초점은 그의 귀국 시기였다. 그런 그가 특임장관이란 직책으로 복귀하자 그 역할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인사하는 이재오 장관

    정부조직법 제17조 1항을 보면 특임장관이란 “대통령이 특별히 지정하는 사무 또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무총리가 특히 지정하는 사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1명의 국무위원(이하 "특임장관"이라 한다)을 둘 수 있다”라고 되어있다.

    1~3공화국 시기 무임소장관이란 직제가 있었는데, 주로 대야협상을 담당해서 ‘정치장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1970년에 대통령령으로 법제화되었고, 전두환 정권기 정무장관이란 직제로 처음 정부조직법에 포함되었다. 그 후 김대중 정부에서 폐지되었던 것이 이번 정부에서 다시 부활한 것이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의 한 인사는 특임장관의 역할에 대해 "국가 미래를 위한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과 개헌

    이재오의 특임장관 임명을 놓고 그의 역할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가지만 결국 2가지로 모아질 수 있을 것 같다. ‘4대강 전도사’로 불렸던 만큼 4대강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과 개헌추진 과정에서 막후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 ‘특무’라는 것이다. 또한 정국상황에 따라 당정청관계의 교통정리 역할도 맡아할 것이다.

    게다가 그에게 실세 장관으로의 무게감을 더욱 살려줄 공간도 만들어졌다. 바로 한나라당, 정부, 그리고 청와대의 핵심멤버가 참여하는 ‘당정청 9인회의’가 그것이다.

    한나라당에서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청와대에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그리고 정부 몫으로 임채민 총리실장과 국무총리, 이재오 특임장관이 참여 멤버로 되어있다.

    당정청간 의견조율과 소통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국회 입법 과제뿐만 아니라 현안에 대한 제한없는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정작 당과 국회의 고유권한을 침해하고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따르고 있다.

    비록 스스로 사퇴하긴 했지만, 김태호 전 국무총리 내정자가 인준되었어도 ‘얼굴마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나올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도 바로 이 ‘9인회의’의 존재였다.

    주목되는 당정청 9인회의

    또한 지난 주호영 특임장관 시절 장관실에 회의록이 한 건도 작성되지 않았던 것이 지적되었을 만큼, 정부조직법상의 공식적인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할 기본적인 절차도 업무특성상이란 이유로 ‘합법적’으로 무시할 수도 있다.

    요컨대 실세장관으로서, 정권 2인자로서 전방위적으로 그가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은 아주 잘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요즘 그는 ‘ㄱ자 인사’로 언론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에 대한 깍듯한 인사로부터 시작하여 그와 대척점에 있는 박근혜 의원, 그리고 전두환, 이희호 여사에 대한 ‘예의’가 연일 화제다.

    대중적인 이미지 쇄신과 더불어, 새로운 관계개선을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라는 느낌도 준다. 물론 앞으로 더욱 심화될 MB정권의 레임덕을 생각한다면, 제2인자로서의 새로운 관계 개선을 위한 인간적 신심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예의바른 행동’을 너무 정략적으로 해석할 필요도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특별한 사무’는 바로 ‘90도로 인사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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