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대표 선거에서 본격 정치 논쟁하자"
        2010년 09월 04일 05: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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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틴아메리카 대륙 곳곳에서 민주파의 대안으로 진보파가 집권하는 것을 목도하고 7년만에 귀국했더니 한국에서는 진보파가 대선에서 참패하고, 보수파가 압승을 거두었다. 민주파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아연 실색하고 있었고, 진보파는 참패를 둘러싼 논쟁으로 둘로 나뉘었다.

    난 ‘혁신파’ 지지자였다

    2004년 잠시 귀국한 이튿날 노동자(단병호)와 농민(강기갑)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하며 민주노동당 당원이 되었던 필자는 대선 참패를 둘러싼 당내 논쟁에서 당의 분화를 선도하는 이른바 ‘선도탈당파’가 아니라 당의 혁신을 위해 노력하던 ‘혁신파’를 지지했다.

    하지만 둘로 나뉜 진보정당 가운데 진보신당에 합류하기로 작정한 것은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진보 혁신의 구심을 만드는 것이 실패했다면 당 외부에서 그것을 구축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그것이 진보신당의 앞날이 순탄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은 아니었고, 진보신당이 타고날 수 밖에 없던 세 가지 운명에 대해 둔감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2008년 총선에서 진보신당은 지지율 3%를 넘지 못하면서 자신의 앞날이 탄탄대로이긴커녕 울퉁불퉁한 꼬부랑길임을 예감했지만, 총선 이후 지못미, 촛불 정국에서 당원들의 입당 러시가 이어지면서는 자신이 가야할 길이 고독한 길은 아닐 것이라는 모종의 희망도 발견했다. 그 희망이 크기는 결국 세 가지 운명과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었다. 

    진보신당의 세가지 운명

    진보신당의 세 가지 운명이란 무엇일까?

    첫째, 진보신당이 태어나던 해는 민주화 이후에 주도권을 상실해오던 보수파가 다시 권좌에 복귀한 해였다. 한날 한시에 운명처럼 함께 태어난 불구대천의 보수파 정부는 진보신당의 필생의 라이벌이 될 것이었다. 진보신당은 5년 집권, 혹은 집권이 연장될 수도 있는 보수파 정부를 패배시켜야 한다는 대의를 결코 저버릴 수 없다.

    2008년 총선과 촛불 시위 정국에 보여주었던 ‘입당 러시’는 바로 민주정부 10년간의 여당(민주파 정당)과 야당(민주노동당)에 실망한 시민들이 ‘대한민국 1%’ 정권, ‘강부자 정권’으로 불리던 MB에 맞서 싸우라는 격려였다. 진보신당은 촛불, 용산, 쌍용, 기륭, 4대강 등으로 상징되는 MB 정부 정책에 맞선 투쟁에 앞장 서왔고, 그 길에서 많은 시민들의 응원을 받았다.

    비록 작지만 용감하고 씩씩한 다윗이 MB라는 거대한 골리앗의 정수리를 가격하는 승리의 드라마를 시민들이 보고자 했는지 모른다. 나아가 무기력한 민주당, 칙칙한 민주노동당을 대신할 활력 있고 생동감 넘치는 당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기를 기대했을지 모른다.

    2010년 6.2 지방선거는 소년 진보신당이 맞은 첫 번째 도전이었다. 자, 진보신당은 보수파 정부의 패퇴에 기여했는가? 지방선거 평가를 위한 첫 번째 질문은 여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은 물론 그때까지 진보신당이 전개하게 될 운동은 모두 보수파 정부에 결정적인 일격을 가하는 데 진보신당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일 수밖에 없다.

    진보신당은 보수파 정부의 패배의 선두에서 투쟁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투쟁 방법으로만이 보수파 정부를 진정으로 패배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진보신당이 보수파 정부의 패배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한다면 그것은 곧 진보신당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는 시민들 모두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진보정치 대의에 충실해야 할 운명

    둘째, 진보신당은 진보정치의 대의에 충실해야 할 운명을 타고 났다. 진보신당은 특정 소수 계층, 혹은 특정 지역 엘리트들의 이해에 집착해온 보수파, 시장만능주의를 제어하기는커녕 이를 더욱 강화하는 정책으로 만인이 만인에 대한 투쟁의 사회로 만들어버리고 결국 민주화의 심화를 스스로 가로막은 민주파, 양자가 독점해온 한국 정치 구조를 혁파하여 제도 밖에서는 늘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제도 내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는 소수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엘리트 지배를 특징으로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시도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즉 진보신당은 범 진보진영인 진보정당, 시민운동, 민중운동 전체가 현재 앓고 있는 위기, 담론과 전략의 부재, 의제 주도력 상실, 사회적 대표성 위기, 시민적지지 상실 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전략과 비전, 실천과 실험을 보여주어야 한다.

    전통적인 캠페인, 시위, 집회는 물론이고 민중의 집과 같은 지역 공동체 창조 실험, 마을학교와 마들연구소 같은 지역 발전의 진지들, 에너지 기후 정책연구소와 정치바로와 같은 진보적 의제 및 정책 발원지 등의 실천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진보정당의 당원들은 물론이고, 시민운동가, 노동조합, 농민공동체 등과의 적극적인 연대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즉 진보신당의 다양한 실천과 구상은 그 근본에 있어서 카피라이트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고, 진보신당 당원들의 헌신에 대한 시민적 인정, 나아가 진보신당으로의 적극적인 참여로 구체화될 것이다.

    또한 지방 정치(의회, 정부)와 중앙 정치(의회,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진보정치세력의 연합과 연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방과 중앙 단위에서 단일한 진보 블록을 형성하여 진보정치세력의 집권을 현실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지방과 중앙 단위의 통치를 위한 안정적인 기반 형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진보신당은 이 과정을 통해서 진보신당의 분화가 진보진영의 전체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는커녕 진보진영의 소모적 경쟁에 기여할지 모른다는 진보적 유권자들, 관망하는 시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진보신당은 실질적 잠재적 진보적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받게 될 것이다.

    한국형 복지국가 이행 위한 정치노선 정립

    셋째, 진보신당은 진보정치 혁신의 주도자로서 진보정치가 ‘지금 여기’에 뿌리내리는 대중정치로 발전할 수 있도록 리더십, 주체와 지지기반, 노선(담론과 정책) 등을 전반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을 수행해야 한다. 민중운동 지도자, 시민운동가, 특정 정파의 리더 등에 불과한 진보정치의 리더십을 대중적 진보정당 노선에 적합한 리더십으로 발전시키고 책임정치의 전통을 뿌리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또한 당 운동의 주체와 지지 기반에 있어서 진보신당은 생산자 운동(특히 정규직 노동운동)과 학생운동 출신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당의 지지기반도 현재 중산층 사무직 남성 노동자 30~40대에 편중되어 있다.

    따라서 당 운동의 주체를 확대하고 지지 기반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만능주의 피해대중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그들이 해당 사회운동과 당운동의 적극적인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직 운동, 소비자운동, 집없는 이들(전월세입자)의 운동, 일자리없는 이들의 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개발하여 비정규직, 여성, 영세자영업자, 도시 빈민 등을 조직할 주체를 발굴해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현재의 사회운동의 대표성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지금 시민운동, 민중운동, 정당 등 범진보진영 전체는 노동자계급 중상층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 혹은 도시 중산층 고학력 사무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반면 다수 서민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확성할 조직도, 지원하는 운동조직도, 정당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노선(이념, 담론, 정책)의 전반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대안사회 형태로서 유효한 것이 사민주의 복지국가라는 현실은 인정하되, 사민주의 복지국가가 맞이하고 있는 위기인 지구적 생태 문제, 세계화 문제에 대한 대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를 한국형 복지국가(사회국가, 사회연대국가, 생태복지국가 등의 이름)로 이행시키기 위한 정치노선을 정립해야 한다. 

    지방선거 참패의 세 가지 이유 

    이것이 진보신당이 타고난 운명으로 필자는 이해했다. 따라서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신당이 가장 주도적으로 반MB 연대를 이끌 전략과 구상을 제시하고, 진보정치세력의 연합을 위한 방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등 대의에 복무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진보정치 혁신을 주도할 진보신당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치적 종잣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할 줄 알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필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첫째, 진보신당은 반MB 연대 틀에서 민주당의 패권주의에 맞서 나머지 야당 세력의 단일블록을 결성할 방책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진보신당은 반MB 연대 틀이었던 이른바 5+4 논의틀을 주도한 시민사회가 진정한 시민사회인지 문제를 제기하며 5+4 틀을 시민단체, 노동조합, 나아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해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기업형 슈퍼마켓과 거대한 유통체인에 맞서는 영세자영업자 등 시민사회를 제대로 반영하는 틀로 개조해야 했다.

    또한 초기 9차례에 걸친 협상을 큰 정당에 유리한 비공개협상이 아니라 공개협상으로 가져가 진보신당이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가치들과 의제들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시민적 관심사로 만들어가는 일에 나서는 것이 옳았다. 뿐만 아니라 반MB 연대틀이 민주당의 패권주의로 무산되기 전에 협상틀에서 탈퇴하는 실책을 저질러 스스로 분열주의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했다.

    둘째, 진보신당은 적극적으로 진보대연합에 나서서 MB의 통치에 저항하고 분노하는 시민들에게 MB 정부의 아이콘들이 지방선거에서 낙선하기 위해선 진보대연합 후보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할 줄 알았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선거 전 진보대통합을 선언하라고 압박할 때에도 중요한 것은 시기가 아니라 진보대연합의 가치와 내용이라면서 진보대통합 논쟁의 논점을 시기에서 내용으로 전환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진보대연합 논쟁을 주도할 것을 기대했다.

    연속되는 실책과 분열주의 오명

    그러나,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이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진보대통합 공세를 편다고 정확한 비판을 하기는 했지만, 진보진영의 연합을 바라는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진보신당의 방안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진보대연합에 지극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결국 이는 민주노동당이 반MB 연대에서 민주당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나아가서는 서울과 경기에서 진보진영의 단일후보의 정치력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기는커녕 민주당의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막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셋째, 진보신당은 중앙 차원의 반MB 연대의 좌초, 진보대연합의 실패라는 악조건 속에서 지역 정세 속에서 다양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는 지역 정치에서 진보정치의 미래를 위한 종잣돈 마련이라는 당적 요구와 보수파의 패배라는 대의에 복무해야 하는 요구(진보연합이든, 반한나라당 연합이든)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했다.

    따라서 대의를 위해 사퇴를 결정하는 전술, 당의 미래를 위해 사퇴하지 않고 완주하는 전술 등 여러 가지 막판 전술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대의에 복무하기는커녕 당의 고립화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당은 막판으로 갈수록 제대로 된 전술을 제시하기는커녕 부산의 사퇴, 충남의 사퇴, 경기의 사퇴 등에 대해 만류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것 외에 어떠한 적극적인 전술을 제시하는 일도 수행하지 못했다. 

    진보신당의 과제에 대한 두 가지 견해: 독자론과 연합론의 대결

    심상정 사퇴를 둘러싼 지금의 당내 논쟁은 바로 이와 같은 배경에서 불거진 것에 불과했다. 2008년에 가장 주목받았던 정당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가장 참혹하게 패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진보신당의 탄생 비화에 담겨 있는 세 가지 운명을 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정당은 보수파의 패배, 진보정치블럭의 형성, 진보정치의 혁신이라는 상호 불가분의 운명 속에서 탯줄을 잘랐다.

    지금 진보신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자론과 연합론의 대결은 이 세 가지 운명을 둘러싼 해석 투쟁의 일환이다. 이 두 가지 견해가 공유하고 있는 운명은 진보신당이 진보정치의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보수파의 패배 및 진보정치블럭의 형성이라는 과제를 놓고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연합론은 진보정치의 주체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진보파(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사회당, 사노위)의 단결은 물론이고 나아가 시장만능주의 정책을 반성하는 민주파들도 적극적으로 결합시켜 진보파가 주도하는 진보파-민주파 통합으로 제3정치세력을 형성하여 민주당의 대안으로 발전시켜 의회에서 유의미한 정치블록을 구성하자는 입장이다. 이 방안에는 민주파가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퇴조, 한국 내에서의 반발 속에서 새로운 모색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입장 모호한 ‘독자론’

    반면 독자론은 입장이 모호한 것이 현실이지만 대체로 진보정치 주체를 진보신당으로 한정시키고 기존의 진보파와는 연합할 수 있지만, 민주파와의 연합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보수파와 민주파가 공히 시장만능주의를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고, 민주파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

    이 같은 대립은 궁극적으로 진보정치 혁신의 경로와 방법에 대한 상이한 입장으로 귀결될 것이다. 연합론은 진보정치세력이 운동집단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고 적극적인 연합정치를 통해 지방과 중앙의 의회 및 정부에 참여하여 책임 있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 독자론은 그와 같은 연합론이 진보정치운동의 독자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진보신당 내에서 논쟁다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논쟁에 대해 활동 당원들을 뛰어넘어 일반 당원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첫째, 논쟁의 제기자들이 공식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심상정, 김석준, 이용길처럼 선거 시기 연합론과 독자론의 문제의식을 대변한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논쟁을 주도할 계기를 당 지도부가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 둘째, 진보신당의 허리에 해당하는 선출직 혹은 임명직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논쟁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을 꺼려해왔다. 

    당기위 규탄 결의문의 문제점

    9월 5일의 당 대회, 뒤이어 개최될 당대표단 선거는 진보신당이 자신의 세 가지 운명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독자론자들은 9월 5일 당대회에서 중앙당기위원회가 심상정 경기도 지사 후보의 사퇴에 대한 ‘경고’라는 가벼운 징계를 처분한 것에 반발하여 당기위원회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려고 하고 있다. 핵심은 심상정의 사퇴 행위가 정치적으로도 부적절했고,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얼마 전 진보신당이 공개한 당원 여론조사는 진보신당 전체 당원들의 다수는 심상정의 사퇴 행위가 정치적으로는 적절했지만(48.5%)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69.8%)을 취하고 있다. 당원들 다수의 견해는 대체로 중앙당기위원회의 판단과도 일치한다. 또한 심상정 전 대표가 정치적 정당성을 주장하면서도 절차적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과도 일치한다.

    그런데도 독자론자들이 당기위원회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려고 하는 것은 왜 일까? 그것은 당연하다. 바로 당대회가 끝나면 진보신당은 본격적으로 당대표단 선거가 개최될 것이고, 당기위 규탄 결의문을 바탕으로 연합론의 상징인 심상정 대표의 출마를 막거나 막을 수 없다 하더라도 출마의 정당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독자론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이같은 정치행위에 대해 존중한다. 그러나 당원으로서 그들의 규탄 결의문 내용에 대해선 명백히 반대한다.

    첫째, 당기위 규탄 결의문은 보수파의 패배라는 대의에 공헌하기 위한 심상정의 사퇴, 그리고 진보신당의 부분적 기여마저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당기위 규탄 결의문은 심상정의 사퇴를 절차적으론 문제가 있지만 정치적으로 적절했다고 생각하는 다수 당원들의 생각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당기위 결정 동의하지 않지만, 규탄은 문제

    셋째, 당기위 규탄 결의문은 또한 심상정 사퇴를 둘러싼 정치 논쟁, 연합론과 독자론의 논쟁 등 당의 논쟁을 ‘죄와 벌의 문제’가 아니라 당원들 간의 정치적 토론과 논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판결한 당기위 결정문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당기위 규탄 결의문은 당내 특정한 견해를 가진 당원들이 현재의 당내 논쟁에 대한 일종의 당내 사법부 역할을 하는 기구의 결정을 존중하기는커녕 그 결정의 의미를 반감시키려는 시도로써 이 같은 행위는 당원들간의 논쟁과 당적 합의를 이루는 데 기여하기보다 당내 기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당내 모든 기구들의 결정을 분파적인 항의의 대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필자는 심상정의 사퇴 행위가 정치적으로도 적절했고, 절차적으로도 불가피했다고 생각하는 당원으로서 당기위원회가 심상정의 사퇴 행위가 정치적으로 적절했다고 판결하지도 않았고, 절차적으로도 불가피했다고 판결하지도 않아서 당기위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항의하기 위하여 당기위원회 결정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상정하고 당기위 결정의 신뢰도를 훼손시키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당내 논쟁 수준을 다시 3개월 전의 사퇴 국면으로 돌리려는 것에 불과하다.

    9월 5일 개최될 당대회에서 이제 심상정의 사퇴에 대한 징계 논의는 일단락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곧 개최될 진보신당 당 대표단 선거에서 진보신당의 발전을 위한 본격적인 정치 논쟁이 개시되기를 바란다.

    어제(3일) 조승수 원내 대표가 공식적인 출마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현재까지 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심상정 전대표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필자는 이들 두 지도자들이 자신의 노선을 명확히 제시하고 선거를 통해 당원들로부터 심판을 받고 책임정치를 구현하기를 기대해본다.

    특히 당 대표 선거는 지난 3개월 간의 진보신당 논쟁을 사법적 징계 논쟁을 극복하고 당의 정치적 발전과 당의 정치적 운명을 새롭게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논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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