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호하고 위험한 개념
    By 나난
        2010년 09월 03일 11: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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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개념서 ‘비타 악티바’의 20번째 시리즈는 『자본주의』(홍기빈, 책세상, 8,500원)다. 지금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핵심 개념이 자본주의이니, 20번째 순서는 어떻게 보면 조금 늦어진 셈이다.

    ‘자본주의’는 누구나 쓰는 말이면서 아무도 정확한 뜻을 모르는 ‘모호한’ 개념이다. 그 탄생 시점부터 강력한 부정이나 옹호 같은 가치 판단이 개입되어온 ‘위험한’ 개념이기도 하다.

    모호하고 위험한 개념

    수많은 사상가들이 이 말을 근대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핵심어로 여기고 연구했음에도 그 보편적인 정의는 모호한 상태이며, 현실의 자본주의 체제가 놀라운 변이를 거듭하는 가운데 개념의 혼란상은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인류에게 가장 절실한 질문이 ‘자본주의의 미래’인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이 모호하고 위험한 개념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지구정치경제의 구조와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개진해온 소장학자 홍기빈(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자본’을 정의하는 세 가지 관점, 즉 ‘생산ㆍ화폐ㆍ권력’이라는 세 가지 열쇳말을 방향타로 삼아 ‘자본주의’라는 미궁을 헤쳐 나갈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은 이 세 가지 열쇠말을 중심으로 자본주의가 지난 몇백 년의 역사에서 보여준 진화 과정을 포착하며, 고전적인 자본주의 이론들과 자본주의의 장기적인 역사적 경향에 대한 논의를 역시 생산ㆍ화폐ㆍ권력이라는 축을 따라 살펴본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저자는 대안적 자본주의 이론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있다. 그동안 자본주의가 보여준 눈부신 변신의 역사를 바탕으로 생산ㆍ화폐ㆍ권력이라는 세 요소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자본과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모색하고 있는 이 책은 오늘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체제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18세기까지의 자본주의 발생의 역사를 압축한다.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치며 ‘이윤을 위한 생산’이라는 경제 원리로 사회 전체가 재구성되고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산 조직까지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낸다.

    새로운 자본주의의 기로와 방향

    저자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가 화폐 경제가 작동하는 자본주의 사회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여러 제도적ㆍ사회적 형식들이 생산 활동 그 자체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생산과 무관하게 온갖 대규모 수익의 기회를 좇는 권력체들의 대규모 사업 활동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말한다.

    이를테면 회사 제도, 화폐 금융 체제, 조세 국가, 산업 및 무역 정책들이 그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생산 활동의 재구조화와 조응해 사회 전체의 틀을 끊임없이 재구조화하는 것은 국가를 비롯한 대규모 권력체들의 활동이었다.

    이후 저자는 산업 자본주의의 축적과 발전에 대한 역사를 설명한다. 그리고 사회주의와 20세기 후반 들어서 변화한 자본주의(신자유주의), 그리고 최근 본격화된 전 세계 금융 위기와 재정 위기 이후의 새로운 자본주의의 기로와 방향을 언급한다.

    저자는 자본 축적을 이어온 자본주의에게 생태 위기라는 장벽은 현재까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생태적 한계에 직면한 자본주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진화해나갈 것인가? 생태적 한계와 자본주의의 작동 구조가 얽혀 엮어낼 인류의 미래는 어떤 내용으로 펼쳐질 것인가를 질문한다.

                                                      * * *

    저자 소개 – 홍기빈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외교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요크 대학 정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투자자-국가 직접 소송제―한미 FTA의 지구정치경제학》,《소유는 춤춘다―세상을 움직이는 소유의 역사》 등이 있다.

    역서로《거대한 전환―우리시대의 정치ㆍ경제적 기원》,《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다수 문명에 대한 사유 외》,《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권력 자본론―정치와 경제의 이분법을 넘어서》 등이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여러 매체에 지구 정치경제 칼럼니스트로 정기ㆍ비정기 기고를 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지구 정치경제의 구조 변화와 일본 자본주의의 구조 변화이며, 서구 정치경제사상사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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