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에 도리어 감봉 3개월
By 나난
    2010년 09월 03일 05: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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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업체 관리자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를 1년 넘게 성희롱한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여성 노동자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동료에게 성희롱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는 것은 물론 어떠한 보호 조치도 받지 못하고 있어 인권유린 논란이 일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지회장 송성훈)은 3일 이와 관련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하는 한편, 원청인 현대차에 대해 성희롱 예방교육의 의무를 이수하지 않은 것 등을 규탄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사건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했다.

성희롱 피해자에 도리어 협박

   
  ▲ 가해자 ㅈ 조장이 보낸 문자메시지.

지회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업체 관리자의 성희롱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현대차 아산공장 내 금양물류 관리 조장 ㅈ씨가 피해자 ㅂ씨에게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더니, “둘이 자고 나면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며 노골적으로 성희롱을 한 것이다.

여기에 같은 업체 ㅇ소장이 하룻밤에도 수차례 전화를 걸어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며 성희롱을 해 피해자는 해당 통화내용을 녹취해 놓은 상황이다.

소장의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작업도중 피해자의 엉덩이를 무릎으로 치고, 어깨와 팔을 만지는 등 신체적 접촉을 통해 피해자를 괴롭혔다. 

차마 입에 답을 수 없는 욕설과 음담패설도 거침없었다. 회사 동료들과의 회식자리에서 ㅇ소장은 “야, 이년아, 이리 와봐”라며 욕설을 하는 가하면, 작업도중 “간밤에 힘을 썼더니 오늘은 기운이 딸린다”, “나는 밤새 해도 끄덕없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특히 피해자의 직장동료에 따르면 ㅇ소장은 또 다른 동료와의 대화에서 “(피해자의 이름을 대며) 그년이 한 번 대줄 것 같은데, 영 대주지 않는다”며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들게 하는 발언도 서슴없이 자행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경 이 같은 사실이 업체 내 퍼지자 ㅈ조장은 피해자에게 “밤길 조심해라”는 협박전화를 하는가 하면, ㅇ소장은 휴대전화 문자와 녹취된 통화 내용을 삭제하기 위해 피해자의 퇴근을 가로막고 2시간여 동안 "휴대전화를 가져오라"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회사 이미지 실추 핑계 정직 6개월 조치

피해자를 협박한 것은 가해자들뿐만이 아니었다. 노조에 따르면 업체 사장은 “전화녹취는 불법이기에 당신이 불리하다”며 휴대전화를 가져올 것을 요구했고, 직원들에게는 “불법행위에 대해 고소고발할 경우 증인을 설 수 있으냐”며 진술서를 강요하기도 했다.

또 업체 사장은 지난해 12월 9일 피해자가 휴대전화 문자 내용을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그간의 사실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회사의 규칙을 위반하고, 잘못된 언행으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정직 6개월과 보직변경 처분을 내렸다. ㅈ조장에 대해서는 조장직 박탈과 정직 6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문제는 당시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또 다른 가해자인 ㅇ소장이 맡았다는 것이다. 이에 피해자는 재심을 요구했고, 12월 17일 업체 사장이 직권으로 피해자에게는 감봉 3개월과 시말서 제출을, ㅈ조장에게는 조장직 박탈과 감봉 3개월의 징계가 내렸다. 물론 소장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여기에 피해자가 노조에 가입하고 문제를 공론화하자 업체는 더욱 노골적으로 탄압해 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9일 노조가 해당 성희롱 내용을 소식지를 통해 배포하자, 업체 사장은 직원들을 모아 놓고 “(성희롱)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는 건 인사권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조합원은 1명(피해자)이니 너만 가서 받아라”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또 업체 조장은 노조를 찾아 “징계하면서 문제는 끝난 거다”, “왜 또 다시 문제를 삼느냐”며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양물류 측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성희롱 사건은)사실이 아니”라며 “이 사건과 관련해 따로 말씀을 드릴 게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금속노조 현대차 아산비정규직지회가 공장 내 하청업체 관리자의 성희롱을 규탄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사진=이은영 기자)

피해자 왕따 취급당해

피해자는 이혼 후 자녀 3명을 혼자 키우며 사내하청 노동자로 힘겹게 일해 왔다. 하지만 계속된 업체 간부의 성희롱에 스트레스를 받아오다 지난해 11월 결국 급성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ㅂ씨는 “노조 가입 후 문제가 확대되자 회사는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왕따를 시키고 있다”며 “그동안 나는 죽어살았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와 아산사내하청지회는 3일 해당 내용을 인권위에 제소하며, 피해자 처벌과 성희롱 예방교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원청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물어, 현대차 아산공장 공장장에 대한 공개사과 및 성희롱 사건의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이들은 진정서 제출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대차 공장 내 사내하청업체에서는 성희롱 피해자에게 오히려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이윤구조의 그늘에는 하청구조 속에서 부당한 대우와 인권유린, 성희롱에도 말 못하고 일해야 하는 여성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미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진 구조적 문제 속에 비정규직으로 사는 것도 서러운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더 많은 차별을 겪고 있다”며 “가해자에 대한 격리조치와 파면을 요구하는 동시에 원청인 현대차가 사실을 알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행위에 대해 규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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