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공장'이 늘어나고 있다
    By 나난
        2010년 09월 02일 09: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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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들에게는 악명 높은 동희오토 같은 ‘비정규직 공장’이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파견, 정규직 지위 확인’ 판결 이후 외주 ‘사내하청 공장’의 실태 역시 주목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비껴가는 수단으로 사내하청공장 건설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97년 IMF 이후 공장들은 인건비 삭감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사내하청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노동조건 후퇴, 고용불안 등의 문제를 낳으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대한 자본측 대응책으로 우려

    사내하청공장의 대표적인 예는 기아자동차의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다. 동희오토 생산라인에는 17개 업체의 약 900여 명의 생산직 노동자가 있지만 이들은 사내하청 노동자다. 모두 1년 계약직으로, 150여 명에 달하는 품질관리, 생산과정을 체크하는 사무관리직만이 정규직이다.

       
      ▲ 사진=금속노조

    현대모비스 전국 12개 공장 중 울산, 이화, 아산, 서산 공장 역시 관리직을 제외한 생산직은 모두 사내하청이다. 여기에 12개 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율은 정규직 대비 140%며, 울산 수출물류, 광주, 창원, 진천 등 4개 공장을 제외한 8개 공장의 사내하청 비율은 최소 287%~최대 1,989%까지 이른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모비스는 신설공장을 세우며 연구개발 및 사무관리직을 제외하고 대부분 생산직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며 “현대모비스는 지난 10년간의 엄청난 규모 확대와 실적 갱신에도 불구하고 고용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0년부터 10년간 매출액은 무려 5배, 매출총이익은 6배, 영업이익은 7배, 당기순이익은 20배가 늘었다. 이 연구위원은 “영업실적의 지속적인 호조에도 불구하고 고용창출을 회피하고 필요노동력을 비정규직이나 외주화를 통해 대체함으로써 고용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의 변속기생산을 위해 서산에 건설 중인 현대파워텍 또한 생산직이 모두 사내하청이 비정규직 공장”이라며 “기아차가 소하리에서 만드는 변속기 생산라인을 서산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회사 측의 계획으로, 서산공장은 100%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직은 모두 비정규직

    이뿐이 아니다. 2006년 대우버스 부산공장에서 이전한 울산공장 역시 관리직 외 생산직은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들로 채워졌으며, 선박용 저속디젤엔진을 생산하는 STX중공업 역시 1800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로만이 생산공정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공장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식칼과 커터날을 생산하는 도루코 문막공장 역시 40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로 운영되고 있으며, 자동차부품회사인 경주의 대동산업 역시 정규직 없는 비정규직 공장이다.

       
      ▲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100% 비정규직으로 형성된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기아차의 원청 사용자성’을 요구하고 있다.(사진=금속노조)

    이 연구위원은 사내하청공장의 발생과 관련해 “한국의 파견법이 심각할 만큼 미흡하고, 파견과 도급에 대한 규제가 미약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유럽은 물론 파견업무 및 사용기간 확대로 비정규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일본 역시 비정규직으로만 구성된 ‘사내하청 공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위원은 “유럽은 한시적 고용에 대해서만 파견이 허용될 뿐 아니라 기간과 사유제한을 확실히 하는 등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아울러 파견이 되더라도 산별지역단위의 노조와 임금 및 처우 등에 대한 협약을 체결한 업체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 사내하청공장의 문제점에 대해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자본은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대폭적인 비용절감은 결국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고용불안, 경쟁력 약화로 기인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내하청 노동자들로 구성된 공장에서는 계약해지가 자유롭게 발생하는 등 상시적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며 “이는 결국 노동조합의 약화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불법파견 인정과 정규직 지위를 확인한 이후, 노동계는 자본의 대응방안 중 하나로 외주화 즉, 사내하청 공장 건설을 주목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사내하청의 근로자 지위 확인 판결 이후 동희오토와 같이 공장 자체를 외주화하는 사내하청공장 형식으로 법망을 빗겨갈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했다.

    당기순기익 2조5천, 정규직화는 1500억

    그는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인건비 절감이나 사내하청노동자 투입이 아닌, 품질과 고부가가치, 고생산성, 노동가치 등으로 평가된다”며 “1년에 2조5천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기는 현대차에서 1년에 만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1,500억 원 정도일 뿐으로, 현대차는 투자와 고용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사내하청 공장의 발생과 관련해 “미흡한 파견법이 문제”라며 “파견과 도급에 대한 법을 재정비하는 것은 물론 인건비 절감 위주로 가는 기업에 대해서는 벌칙을 적용하고, 품질과 고부가가치, 노동가치를 만족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종합적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그는 “사내하청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끌어안고, 이들의 임금조건과 노동조건을 교섭요구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럴 때만이 비정규직 공장을 세우려는 사용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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