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과 감정을 떼어 놓아라"
        2010년 08월 31일 07: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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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이 발달하면서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건강을 지킨다는 여러 가지 음식들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아무리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도 건강의 가장 큰 적은 ‘마음’이고, 가장 좋은 약도 역시 마음입니다. 병이 되는 ‘마음’이라는 건 욕망이 충족되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감정, 자극에 대한 불편한 느낌들이 되겠죠. ‘스트레스’와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이해해도 될 겁니다.

    건강의 가장 큰 적은 ‘마음’

    마음이 병이 되는 과정을 한번 살펴볼까요? 어떤 사건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사실’이라는 팩트와 ‘감정’이 결합된 형태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팩트는 그림자처럼 이미지만 가지고 있고 무게가 없습니다. 낡은 흑백필름처럼요. 반면 감정은 저마다의 ‘성질’과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성질’은 같은 계통의 장기와 경로를 통해 인체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칩니다. 가령 분노는 간을 통해 간 자체와 대장, 심장, 위장 등에 나쁜 영향들을 줍니다.

       
      

    기억에 무슨 무게가 있나 싶죠? 기억은 실제로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숨이 끊어지면 무게가 21g 줄어든다던가요? 숀 펜 주연의 영화가 있었죠. 암튼 심리적인 무게를 물리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것이 물리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것은 어깨를 짓누르고, 척추를 굽게 하고, 골반이 뒤틀리게 하며, 팔다리를 무겁게 만듭니다. ‘마음’이 우리의 내장은 물론 몸의 구조까지도 왜곡시켜버리는 겁니다.

    기억에서 무게를, 즉 감정을 덜어내면 짓눌렸던 어깨와 척추가 펴지고 뒤틀렸던 골반이 바로잡힙니다. 왜곡되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 가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환골탈태’라고 합니다. 제 친구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키가 3cm나 커졌습니다. 완전한 환골탈태도 아닌데 말입니다. 물론 시간이 좀 필요하고 엄청난 고통이 뒤따릅니다. 뼈가 새로 맞춰지는 것이니 오죽하겠습니까?

    감정의 성질과 무게는 마치 인간의 영혼과 육체처럼 유기적 관계입니다. 이것이 온 몸을 휘젓고 다니며 여러 가지 작용을 일으키고, 다른 기억들과 결합하여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증식된 감정 덩어리는 무형적으로는 하나의 인격이 되고, 유형적으론 뒤틀린 몸을 만들고, 종양 같은 것도 만듭니다. 주인 노릇을 하는 거죠. 우리는 모르고 있지만.

    마음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방법

    이제 ‘마음’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살펴봐야겠죠? 간단합니다. 그것이 생겨난 과정을 반대로 하면 됩니다. 핵심은 ‘사실’과 ‘감정’의 결합을 떼어내는 겁니다. 그림자 같은 ‘사실’만 남으면 ‘마음’은 병을 만들지 못하고, 만들어진 병도 해체되어 버립니다.

    ‘사실’과 ‘감정’을 분리시키는 힘은 집중과 각성입니다. 바로 우리가 ‘명상’이나 ‘수행’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가만히 마음을 집중하면 우리 몸에 붙어있는 기억이 표면으로 떠오르죠. 이때 기억을 억지로 누르려 하거나 생각을 이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보이는 그대로만 확인해줍니다. ‘망상’이라고 부르면서요. 이런 훈련을 반복해나가면 ‘사실’과 ‘감정’의 연결고리가 점점 약해지면서 분리됩니다.

    가벼운 것은 잠깐의 집중만으로도 떨어져 나갑니다. 털기만해도 우수수 떨어지는 흙먼지처럼요. 무겁고 깊은 것은 오래 오래 반복해야합니다. 셔츠의 목덜미와 소매에 배어있는 오래된 땟자국처럼요. 집중만 할라치면 잡념이 일어나서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건 사실 집중이 잘 돼서 기억의 때가 밀려나오고 있는 겁니다. 빨래를 세제와 함께 물에 담그면 물이 더러워지는 것만 보이죠. 그렇지만 빨래는 그만큼 깨끗해지고 있죠.

    집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외부의 소리나 물건을 기준삼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고통을 가하면서 그것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근데 이건 좀 좋지 않습니다. 왜냐면 고통이나 소리 같은 외부자극을 키우기보다는 각성하는 힘을 키우는 게 바람직하거든요. 어떤 소리를 내어 거기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배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걸을 때는 발바닥에 집중합니다.

    일단 기준점을 정하면 있는 그대로의 움직임을 관찰합니다. 다른 어떤 현상이나 생각이 일어나도 사실 그대로만 정확하게 보고 느낀 뒤 다시 기준점에 집중합니다. 중요한 건 어떤 인위적인 동작을 하거나 의도를 갖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 끼어드는 순간 거짓이 만들어집니다. 심하면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주화입마'(走火入魔)라고 들어보셨죠? ㅎㅎ

    죄송하지만 그냥 맘 편하게 먹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이미 왜곡된 마음구조가 주인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은 결코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정확하고 지속적인 훈련만이 몸과 마음을 제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을 끝으로 저는 <이야기 한의학>을 닫으려 합니다. 부디 저마다 마음을 잘 치료해서 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깨어있는 행복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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