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조 '빅매치'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2010년 08월 30일 08: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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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분당이 이뤄졌고, 그리고 다시 진보대통합이 거론되고 있다. 그럼, 분당은 무의미했는가? 이에 대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듯하다. 그러나 분당이 무의미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분당 효과’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 것은 분당의 본질적 목적이 ‘진보의 재구성’이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분당 이후 벌어진 ‘분당 효과’를 개괄하고, 그 이후에 전개되었던 국내적-국제적 정세변화를 살펴보고,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가치와 세력의 재구성, 그리고 진보신당의 당직 선거 국면에 대한 의견을 보태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1. ‘분당 효과’ 혹은 ‘분당의 변증법’

    정파연합당으로 출발한 민주노동당은 2004년에 10명의 원내진입을 성공시킨다. 그중 8명이 비례의원이었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비례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가 아니라 ‘정파와 소통하는’ 정치가 자행된다. 여기에는 NL(자주파)과 PD(평등파) 모두 마찬가지였다. 

       
      ▲ 조승수 의원과 심상정 전 대표

    그리고 그 정점이 2007년 대선국면에서 드러난다. NL은 코리아연방공화국(이하 ‘연방제’)을, PD(전진)는 ‘민중대표자회의’(이하 ‘민중회의’)를 테제로 내건다. 연방제는 말할 것도 없고, ‘민중회의’는 삼권분립을 해체하고, 정치와 경제를 일치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소련식 중앙집중계획경제’를 모방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분당 이후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분당 이후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 양당은 모두 ‘연방제’와 ‘민중회의’를 입 밖에도 꺼내지 않게 된다. 이런 테제들이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쪽팔리는’ 행위임을 스스로 시인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NL/PD 모두가 ‘정치적으로 퇴장’되었음을 의미한다.

    민주노동당 시절, 진보의 재구성은 왜 제기되었을까? 지난 시절을 복기해보면, 그것은 △NL/PD가 좌우하는 편협한 운동권 정당 이미지 △(당권자를 많이 갖고 있는)민주노총에 대한 과도한 눈치보기 △그래서 당 발전의 임계치가 분명한 정당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2. 노회찬과 ‘삼성 X파일’ – ‘진보 재구성’의 유보 혹은 지체

    그렇기 때문에 분당 이후 진보신당이 ‘기대’를 받았던 근본 이유는 조직력이 아니라 ‘잠재적 확장력’ 때문이었다. 진보정당에 호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은 구(舊)시대적 유물이었던 NL도, PD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노회찬/심상정’ 같은 사람의 마인드가 지배하는 정당이라면, 한번 기대해볼 만하지 않나 생각했다. ‘지못미’ 현상 역시도 같았다.

    2008년 분당 이후 진보신당은 ‘진보의 재구성’을 표방했다. 그러나 공동대표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체제였고, 2009년 단일지도체제가 들어설 때 차라리 노회찬/심상정의 당 대표 경선이 이뤄졌다면, 진보의 재구성을 둘러싸고 훨씬 생산적인 논쟁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불운했다. 노회찬 대표는 삼성 X파일 문제로 이미 1심에서 유죄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결국 심상정 전 대표는 당 대표 출마 의사를 접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진보의 재구성은 노회찬 대표에게 위임된다.

    반면 진보신당이 제기한 진보의 재구성은 지지부진했지만, 그 사이 세상은 ‘유의미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국내적-국제적 정세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중에서 몇 가지 ‘상징적’ 사건만을 꼽아보자.

    3. 정세변화 – 진보정치 위상변화, 신자유주의-제3의길 동시 퇴조

    먼저 국내적 정세변화이다. 2008년 한차례 촛불시위가 있은 이후, 2010년 연초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방연립정부론’(이하 연립정부론)이라는 것을 제기한다. 많은 사람들은 간과했는데 이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92년 전국연합과 민주당의 정책연합 이후, 민주당은 항상 자신들의 ‘오른쪽’과 정치연합을 시도했기 때문이다.(97년 DJP연합, 02년 정몽준과 단일화). 요컨대, 18년 만에 민주당이 자신의 ‘왼쪽’ 정치세력에게 정치연합을 제안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또한,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무상급식을 매개로 ‘복지 의제’가 급부상하게 되었고, 최근 민주당 대표로 출마한 정동영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자신의 반성문을 제출하게 된다. 불과 몇년 전을 생각한다면 모두 상전벽해(桑田碧海)같은 사건들이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정세변화들이 있었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가 퇴조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방어적 대응차원에서 등장했던 ‘제3의길 노선’(=사회투자국가론)이 함께 퇴조하고 있는 현상이다.

    2008년에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애초 제3의길 노선의 원조는 1992년 대선에서 승리한 빌 클린턴이었다. 이것을 1997년 총선에서 영국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수용한 것이다.

    2008년 11월에 치러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미국판 제3의 길’을 대표하던 힐러리 클린턴과 ‘미국판 사민주의’를 대표하던 버락 오바마의 대결에서 결국 오바마가 승리하게 된다. 그리고 2010년 5월에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영국노동당은 ‘경제위기’ 등의 이유로 패배하게 된다.

    이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 진보담론을 주도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제3의길’(=사회투자국가론) 노선이 원조국이었던 미국과 영국 모두에서, 신자유주의와 함께 쇠락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양대 사건이었다.

    4. 국내적, 국제적 정세변화의 함의 – ‘진보의 시대’ 도래

    1991년 사회주의 몰락 이후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진보의 대안모델’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식 사민주의였다. 그러나 스웨덴은 1990년대 초반에 ‘경제위기’를 겪으며 진보의 대안모델 자리를 ‘제3의길’에 내주게 된다.

    그러나 다시 2000년대 이후,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의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들은 ‘유연-안정성체제’로 재무장하여 노동안정성과 보편적 복지국가, 그리고 경제적 성과 측면 모두에서 미국과 영국보다 우월한 성과들을 보이게 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금융세계화와 한국경제의 진로』(조영철, 후마니타스) 참고)

    위와 같은 국내적-국제적 정세변화가 함의하는 것은 한 가지 꼭짓점으로 수렴된다. 그것은 바로 ‘진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적으로 볼 때, 한국의 진보정당은 △‘정치세력화 단계’와 △‘정치적 실체 인정’의 단계를 부분적으로 완료하고 △집권 가능한 진보정당의 비전을 보여주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또한 국제적 정세변화를 감안할 때, 신자유주의에 대한 ‘단순한 안티테제’ 수준으로는 더 이상 정치적 존재감과 주도권을 인정받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주체적’ 측면은 객관적으로 유리한 정세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도는 누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들은 난립해있고, 진보적 유권자 중 일부는 87년 6월 항쟁 이후 ‘전투성’이 아직은 남아있는 자유주의 정치세력(=국민참여당)에 대한 정치적 호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5. ‘가치와 세력의 재구성’ – 진보의 3대 가치와 진보개혁 유권자 삼분론

    그렇다면, 한국의 진보세력이 취해야 할 방향성은 너무 명백하다. 객관적으로 유리해진 국내적-국제적 정세변화를 십분 인지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그것은 세력의 재구성-가치의 재구성-전략의 재구성 모두의 측면에서 그래야 한다.

    먼저 가치의 재구성을 살펴보자. 한국에서 ‘진보’와 ‘진보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가치는 도대체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이 △노동 △생태 △보편적 복지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중에서 특히나 ‘노동’과 ‘복지’의 가치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현대 노동시장의 정치사회학』(후마니타스)을 펴낸 정이환 교수는 서구 사민주의적 복지국가에서 복지국가만큼이나 중요했던 것은 ‘노동시장 체제’였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 양자는 역사적으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해왔다. 그렇게 본다면, 복지국가 담론은 박근혜와 정동영이 주장하기 때문에 내어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 △생태 △복지국가의 가치를 모두 수렴하고 있는 진보정당이 올바른 방향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 된다.

    그리고 세력의 재구성을 살펴보자. 2004년~2010년 선거결과를 분석해보면, 소위 진보개혁 유권자의 ‘미니멈’은 대략 35%~39% 수준이다. 또한 이들은 대략 진보파(13%)-개혁파(13%)-호남파(13%) 정도로 삼등분되어 있다.

    한국에서 비판적 지지제도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소선거구제’ 그 자체이다. 소선거구제 그 자체가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제도인데, 개혁파-호남파의 정치연합을 이루었던 민주당이 소선거구제 효과와 맞물려서 그동안 진보파(진보정당)을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다.

    6. 통합진보정당과 천하삼분지계론 : ‘헤게모니론’의 관점으로 민주당을 ‘제3당’으로

    그렇다면 진보정당의 △노동 △생태 △복지의 가치를 분명히 하면서 진보신당-민노당-사회당을 뛰어넘어 창조한국당과 국민참여당까지를 포함하는 세력의 재구성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서 명백히 할 것은 국민참여당의 경우 ‘진보정당의 가치’를 분명히 천명하면서 합류 여부를 묻는 방식이어야 한다. (우리의 가치를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

    분당 직후 치러진 2008년 총선 때 진보신당은 2.9%를, 이번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은 3.1%를 받았다. 득표율은 0.2%포인트 올랐지만 정치적 위상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진보신당이 갖고 있는 정치적 에너지의 본질이 ‘정치적 잠재력’ 때문이었음을 의미한다. 진보신당을 ‘완결체’로 인식하는 순간, 이 문제는 해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보신당은 진보의 재구성을 기치로, 가치-세력-전략의 측면 모두에서 재구성을 이뤄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진보신당-국참당-창조한국당-사회당의 지지율 합계는 17%였다. 이들 정당이 ‘진보적 가치’를 분명히 하면서도 통합진보정당으로 나아간다면 20대, 30대, 40대 촛불 시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민주당을 ‘심리적 제3당’으로 밀어낼 수 있을 것이다.(정당투표율의 경우, 실제로 더 많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한나라당-민주당-통합진보정당이 삼등분되는 한국 정치의 ‘천하삼분지계’도 실현 가능할 것이다.

    7. 조승수와 심상정의 빅매치 – ‘진보의 재구성’과 ‘당내 통합’을 위한 ‘유일한’ 방법

    필자는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조승수의 선도탈당도 그동안 역할을 했고, 심상정의 ‘연합정치’ 화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방향성과 실천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진보신당 당직 선거에 조승수와 심상정의 빅매치가 반드시 성사되어야 한다. 그것은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봉합’을 넘어 진정한 당내 ‘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진보신당은 ‘독자노선’의 가치와 ‘연합정치’의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한다. 그러나 조승수-심상정 둘 중에서 하나는 출마하고 다른 하나는 출마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해당 당원들은 ‘심리적 보이콧’을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그것은 당의 ‘봉합’은 될지언정 오히려 당의 ‘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선거 참패는 ‘봉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봉합’이 넘쳤기 때문이다.

    둘째,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조승수-심상정의 빅매치는 오히려 ‘진보의 재구성’을 둘러싼 전면적인 토론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것이다. 이러한 생산적 경쟁과정은 자신의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도, 상대방의 합리적 문제제기는 수용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리하여 결과에 대한 승복도 용이하게 할 것이다.

    셋째,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당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선도탈당파의 핵심 상징인 원내대표 조승수와 혁신비대위 및 연합정치의 핵심 상징인 심상정의 빅매치는 진보신당 대표 선거에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게 될 것이다.

    만일 심상정이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정말로 자신이 제시한 화두에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정치인으로 진보정치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진보신당의 당원들도 심상정에 대한 저열한 ‘마녀사냥’을 중단하고, ‘노선’을 둘러싼 생산적 논쟁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것이다. 마녀사냥과 협박에게는 비난을! 노선논쟁과 참여에는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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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신당 내부에서 노선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연합정치’를 강조하는 의견을 가진 진보신당의 당원들이 <레디앙>이 지속적인 투고를 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4~5차례 정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다른 견해를 가진 독자 여러분들의 활발한 투고를 기대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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