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빚과 세금'으로 건설족 퍼줘
토목경제 산업구조조정 기회상실"
    2010년 08월 30일 08: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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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8월 29일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발표하였다. 강남 3구를 제외한 총부채상환비율(DTI : Debt to Income) 제한을 없애고 금융권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양도세 경감 조치 등 전방위적인 세제, 금융지원책을 내용으로 한다. 또한 여기에 보금자리 주택 공급의 전면 조정과 파격적인 건설사 유동성 지원정책이 포함되었다.

지루한 공방, 화끈한 결론

그동안 총부채상환비율 (DTI)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 간에 벌어진 지루한 공방이 화끈하게 결론 난 것이다. 즉 침체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DTI 비율의 상향조정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국토해양부의 입장과 DTI 비율 상향조정이 가계와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재경부와 금융위원회 간의 대립이 일단락 된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하락이 경제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부동산 경기 부양에 손을 들어준 모양이다.

   
  

그러나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라는 명분을 둘러싼 DTI 비율 조정의 대립은 표면상의 문제일 뿐이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한 상황에서 대출한도를 늘려준다고 해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지적했듯이 지난 6월 말 현재 실제 대출자들의 DTI 비율은 DTI 한도인 40~50%보다 훨씬 낮은 30% 미만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은행의 DTI를 자율적 결정은 대출의 양극화를 가져오기 싶다. 신용이 높고 자산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이른바 ‘서민’은 대출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다.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으로 천문학적인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하반기에 금리상승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서민’까지 대출을 크게 확대하기에는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금융권 종사자들은 DTI 비율이 25% 만 되어도 부실대출이 될까 염려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정부 당국이 이번 조치로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고, 거래침체로 인해 고통 받는 ‘서민’의 고통이 경감될 것이라고는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8.29 방안’은 오히려 대형 건설사들의 부실을 막고자 하는 미분양 해소책일 뿐이다.

대형 건설사 구하기 대책일 뿐

신규주택 분양 받은 자 또는 입주예정자에까지 확대하여 연 5.2% 금리, 20년 상환조건으로 2억원 지원(총 1조원), 미분양주택 매입조건 완화(업체당 1,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상향 조정), 총 3조원 규모의 P-CBO․CLO(건설사 및 기타업종의 회사채 또는 대출채권을 기초로 유동화자산을 구성하여 신보 보증을 통해 최우량등급으로 상향된 증권을 시장에 매각)발행을 도입한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결국 ‘8.29 방안’이라는 것은 부동산 투기에 기대어 대형건설사들이 마구잡이로 아파트 건설을 위해 투자했다가 회수하지 못한 매몰비용(Sunk cost), 즉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투여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 ‘세금’과 국민의 ‘빚’으로 대형건설사를 구하자는 것의 다른 말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정작 심각한 것은 한국 경제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건설·토목경제에 대한 산업구조조정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는 OECD국가 중 GDP 대비 토목건설업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이러한 경제가 대외경제에 대한 취약성과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경제학적 컨센서스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는 건설사의 과실과 투자 실패에 대한 어떠한 채찍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 정부가 토목건설사들이 이른바 안전한 ‘먹튀’를 돕거나 또는 ‘방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거래활성화’ 방안은 경제의 연착륙을 기대하는 정부당국자의 바램과는 다르게 역설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급격하게 터지는 경착륙으로 나타날지 모른다. 경제가 6%라는 고성장이 예견되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또 다시 자산유동화와 규제완화를 통한 유동성 확대정책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거나, 또는 역사상 가장 약한 고리인 ‘가계 경제’ 부실에 따른 거품의 급격한 붕괴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거품 붕괴의 고통이 온전히 중상층과 서민에게 집중될 것이 뻔한데, 정책집행자의 윤리와 도덕은 건설사와 함께 ‘먹튀’한 것은 아닌지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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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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