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넌 누구냐?"
        2010년 08월 25일 03: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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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선거평가 및 당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특별위원회(당발특위)’가 당발특위 발전전략안을 전문가들에게 공개했다. 진보신당 당발특위는 25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노회찬 대표가 직접 발제하며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체로 당발특위안에 대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너무 소략해 어떤 전망을 갖고 장단기 실천을 추진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고, 당 정체성 확보-정치적 위상 제고에 실패한 원인에 답을 하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전략이 있는지도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 진보신당 당발특위 회의 모습 (사진=정상근 기자)

    김 교수는 “진보신당이 정당인지 운동단체인지 혼돈스럽다”며 “지지자의 요구와 관심을 반영하는 정치보다 내부 노선투쟁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고 ‘반신자유주의’노선은 진보신당이 지식인 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의 이념은 과학적 분석과 이론이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국가 내 정당임에도 국가발전의 이념과 전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진보정당의 전략적 과제 역시 보수와 진보 구도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가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근, "진보정치에 유리한 조건 활용 못해"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진보정치를 위한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지만 진보정당의 자원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의 복지수요를 진보정당이 조직하고 확산해 진보정당을 강화하는 선순환구조를 이뤄야 함에도 무상급식 논쟁에서 보듯 진보 담론은 진보정당과 무관하게 발생하고 확산되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와 함께 “진보정치가 쇠퇴하고 있다”며 “자유주의 정당과 진보정당을 동일시하는 한국사회 현상에서 자유주의 정치의 붕괴는 진보정당의 위기를 불렀고 내부에서도 낡은 노선, 조직적 경직, 분열, 새로운 지도력 창출 실패로 진보정당은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향후 진보정치의 과제로 “이명박 정권, 민주당, 진보정당이 서로 대안이 되지 못한 채 어긋나 있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의 부침은 민주당의 종속 변수로 기능하게 된다”며 “민주당이라는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진보정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따라서 민주당의 정체와 퇴행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연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반MB를 진보정당이 주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안을 두고 민주당과 협력과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어떤 진보정당도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수 없기에 진보정치 대통합이 필요하다”며 “공동사업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구체성을 띤 반신자유주의 연합으로 의제와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진보정치세력이 분열된 상황에서 ‘역동적 복지국가’를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새로운 진보담론 속에 진보정당들 내부의 기성 진보정치 담론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정당들은 이를 통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통합적 재편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범야권 정치질서의 진보적 재편에서 ‘진보정치의 재구성’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민주당의 정치적 재편’”이라며 “2012년 총선까지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진보개혁정당’을 만들어 진보 쪽으로 견인해야 하고 민주당이 복지국가 정치세력으로 재편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도권을 놓고 진보정당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인, "야5당 연합 협의체 구성하자"

    이 교수는 그 밖에도 “진보신당 창당정신인 비정규노동, 생태, 여성의 가치를 전면화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진보신당이 이것에 대해 제대로 했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며 “특히 ‘건강보험 하나로’시민운동을 통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비정규직, 빈곤층, 서민과 중산층에게도 이득인데 이에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놀랍고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비정규노동, 생태, 여성 등 노동 집중성으로부터 아젠다의 확장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 생태와 여성 문제에 대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치만 걸어놨을 뿐 실제로 여전히 노동 아젠다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진보운동에서도 가장 낙후한 것이 이념과 정책”이라며 “아젠다 뿐 아니라 여기에 담긴 진보적 내용이 중요한데 이 점에 있어 진보신당이 얼마나 이념과 정책에 대해 진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역사의 진보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진보적 지식인과 전문가 그룹과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종인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존재감 없는 제1야당과 분열과 전망이 부재한 진보정당, 대안없는 ‘반MB’만으로는 2012년도 가망이 없다”며 “야5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2012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의원은 “반성과 성찰, 진보와 복지, 연합정치를 통해 집권을 해야 하고 ‘야5당 연합정치 협의체’구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 전 의원은 “그런 차원에서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럭키7 공화국 연정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각 당의 내부정비가 끝나는 대로 야5당+시민사회단체+지식인 등이 참여하는 ‘연정 협의체’를 통해 집권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의 ‘럭키7 협의체’는 통합론과는 선을 긋는 ‘연합론’이다.

    노회찬 "연합체보다 통합 우선"

    이와 같은 비판과 대안에 대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발제문(당발특위 토론안)이 당 내 토론용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내용이 부족하다는 여러 지적은 사실”이라며 “이대근 논설위원이 지적한 민주당과 등락을 함께 하는 현상은 진보신당의 가장 큰 고민이며 지난 정부 10년 간 민주당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또한 “임 전 의원이 밝힌 ‘연대 협의체’는 진보정당이 나뉘어져 있는 상황에서 각각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의사를 보였다. 노 대표는 “제대로 된 새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하며 우선적으로 선거 공동대응을 통해 상호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당발특위안을 발제하였으며 토론자로는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임종인 전 의원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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