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부터 잘할게요", MB식 유머?
        2010년 08월 24일 05:1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먹은 뒤 친구들과 2차를 어디 갈지 상의하다 한 친구가 말을 던졌다. “2차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할까?”, 재미는 없어도 ‘역설’의 유머다. 역설로도 충분히 유머는 가능하다. 그런데 실제로 1차 삼겹살에 2차도 삼겹살을 먹는 사람은 없다.

    23일, 이명박 대통령은 역설의 미학에 정점에 올라섰다.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모든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이 사실로 드러나자 이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엄격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요구했다고 한다. 물론 ‘유머’는 아닐 것이다.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사진=민주당)

    이 대통령의 저 같은 발언은 이번 개각 인사들의 도덕성에 분명한 흠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따라 정밀하게 평가한 뒤 추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놓고 해석하자면 “이번 내각 문제 많지, 하지만 뭐 다음부터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란 것이다.

    ‘엄격한 기준’, 언제?

    내각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그 대통령이 선택한 인사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 역시 ‘엄격한 기준’을 운운하며 이번 도덕성 논란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 아직 임명장을 받기 전에, 아니 임명장을 받은 이후라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그 책임을 뒤로 미뤘다.

    상황을 오도하는 것이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 문제가 하루이틀이었는가? 강부자, 고소영 내각에 ‘땅을 사랑해 투기를 했던’ 장관후보자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내각이었다. 지난해 7월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스폰서 의혹과 관련해 사퇴했을 때도 한 차례 인사검증 시스템 이야기가 나온 바 있고, 인사기획관도 신설되었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 2년 6개월여 동안에 ‘위장전입’ 정도는 범죄로도 느껴지지 않을 만한 내구력이 생겼고 “뭔가 범죄라도 하나 저지르지 않으면 사회 주류로 편입될 수 없다는 것인가”란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모든 것이 ‘시스템’의 문제인 것 마냥 ‘엄격한 기준’을 운운하다니.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엄격한 인사검증 기준을 이번 개각에서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원내대표는 “보다 엄격한 인사 검증을 요구했다는 것 자체가 또 한편으로 보면 역설적으로 더욱 이번 인사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암 수술은 않고 건강검진 강화"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암을 발견했지만 수술은 못하겠고 건강검진을 강화하겠다는 말, 도둑을 집안에 모셔놓고 자물쇠나 고친다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암이 발견되었으면 제거하는 것이 먼저고 도둑이 들어왔으면 잡는 것이 먼저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자신의 그릇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통령은 이번에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했다. 대통령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를 ‘PD수첩’의 책임으로 돌렸고 747공약이 사실상 실패하자 ‘세계적 경제위기’ 뒤에 숨었다. 그리고 이번 인사실패의 책임을 ‘시스템’에 돌렸다. “난 죄 없다”는 듯.

    뭐 그렇다 하더라도 ‘엄격한 인사검증 시스템’은 굉장히 중요하다. 앞으로 이런 ‘쓰레기 내각’을 다시 보기 괴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소급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내각은 물론 대통령 포함 고위공직자 전원에 대한 엄격한 인사검증이 다시 필요하다. 서민 마음 울리는 ‘위장전입’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분명 낙마해야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