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 '해결사' 역할하면 안돼"
        2010년 08월 24일 01: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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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정규직인 부산지하철노조와 비정규직인 공공노조 부산공공서비스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한 노조로 모였다. 대기업 공공부문 기업별노조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단순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넘어 하나의 노조가 된 부산지하철노조의 사례를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하고 통합 부산지하철노조의 전망과 과제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처음에 생각했던 만큼 조직화가 확 늘어나지 않았어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통합을 하게 되면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이 대거 가입할 것이라고 봤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네요"

    조직 통합됐는데, 집단 탈퇴한 이유는?

    그랬다. 부산지하철노조 청소용역업체는 모두 7개업체, 조합 가입 대상 환경미화 노동자는 1,000여명이다. 이중 약 500여명이 통합 당시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에 속해 있다. 당초 집행부는 조직확대가 전체 가입 대상자의 최소한 70%는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봤다. 그것이 정규직 비정규직 통합의 목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2010년 임금 협상 중에는 오히려 50여명이 집단 탈퇴하기도 했다. 조합원수가 늘기는 커녕 더 줄었던 것이다.

       
      ▲ 청소 도구를 가지고 지하철 역사로 내려가는 서비스지부 조합원들 (사진=윤춘호 현장기자)

    조선자 서비스지부 지부장은 이와 관련 "노조 통합 이후 사측의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조합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며 탈퇴 원인을 분석했다.

    박양수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도 "그 동안에는 서비스지부와 용역업체간에 긴장 관계가 그렇게 심하게 조성되지는 않았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용역업체도 ‘서비스지부를 그대로 놔두면 안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서비스지부와의 통합을 준비하면서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 하는 파업’을 통해 필수공익사업장으로서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조합원에게 설명했다. 또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늘 하던대로(?), 법에 따라 교섭이 결렬될 경우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조합원 좋아졌으나, 간부들 죽을 맛

    이런 과정에서 청소용역업체가 더욱 노동통제에 나서고 이런 노동통제가 비정규직 조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질감도 아직은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들이야 좋아졌을지 모르겠지만 간부들은 죽어납니다"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지부 한 간부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 간부는 "(예전에는) 주먹구구로 하기도 하고 바쁘지 않을 때는 농땡이도 치고 좀 그랬는데 정규직노조하고 같이 하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간부는 "회의 시간이 죽을 맛"이라며 "아는 얘기는 거의 없고 졸지도 못하고 그저 몇 시간씩 가만히 앉아 있는게 고역"이라고 토로했다.

       
      ▲ 임금교섭 중인 부산지하철 노사 (사진=윤춘호 현장기자)

    부산지하철노조 한 집행간부는 "아무래도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이 회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문화 차이 때문에 서로 오해가 벌어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07년부터 비정규직과 함께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를 만들어 활동해왔던 공공노조 현정희 부위원장은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노동조건은 물론, 사용자와의 관계, 노동자성 등이 같을 수는 없는데 이를 일방적으로 하나로 묶어나가면 서로가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지부 투쟁이 여론 움직여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문제만을 해결해주는 ‘자판기’가 되는 순간 서로가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비정규직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3년은 더 준비하고 일관되게 노력해야 어느 정도 화학적 결합과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 일관된 견해다.

    박양수 위원장은 "우리는 단순히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주는 시혜 차원에서 정규직, 비정규직이 함께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분명한 것은 부산지하철노조에서 파업시 필수유지업무라는 합법적 틀 안에서는 가장 파괴력 있는 투쟁,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투쟁이 가능한 곳이 서비스지부"라고 말했다. 즉 서비스지부와의 화학적 통합, 조직화 확대를 통해 투쟁력과 교섭력을 올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박양수 위원장은 "결국은 실력이 모든 걸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그래서 노동조합의 임단협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올해 임금 협상에 이어 단체 협약 갱신을 통해 소정의 목적을 이루고 노조의 힘을 보여 준다면 조직화 역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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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막 인터뷰 박양수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

    –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한 노조로 가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무엇인가?

       
      ▲ 박양수 부산지하철 노조위원장 (사진=윤춘호 현장기자)

    = 지난 해 부산지하철노조 정규직이 파업을 했다.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필수유지업무를 제외한 파업이었다. 사측이 눈 하나 깜짝 안했다. 하지만 서비스지부가 파업을 벌이면 다를 것이다. 공공부문 사업장에서는 여론의 향배가 매우 중요한데 전철 며칠 만 안 치우면 화장실부터 쓰레기 천지가 될 것이다.

    – 생각보다 조직화 성과가 없다

    = 우리도 기대했던 것보다 성과가 없고 오히려 더 줄어들어서 고민이다. 여기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올해 임금 협상 과정에서 용역업체의 경영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측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안된다는 생각을 용역업체나 부산교통공단 모두가 하는 것이다. 당연히 현장 통제가 강화됐는데 우리의 대응은 거기에 맞추지 못했다.

    – 아무래도 정서적 문화적으로 차이가 많을 텐데?

    = 많다. 그래서 서로 오해도 있을 수 있고 섭섭한 점도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규직 중심, 대공장 위주로 하는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서비스지부가 자생력을 갖고 조직적 기반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간부들을 양성해야 한다. 당장 사측이 전에 없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현장 통제에 나서고 있다. 이럴 때 간부들이 중심을 갖고 잘 버텨줘야 한다.

    – 통합 과정과 이후에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 큰 조직에서 작은 조직을 흡수한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우리는 비정규직을 흡수한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과 함께 하는 것이다. 서비스지부 조합원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가져야 한다. 자칫하면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시혜를 주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는 모두에게 가장 안 좋은 것이다. 정규직이 도와줄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스스로가 먼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정규직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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