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박근혜 무슨 얘기 했을까?
        2010년 08월 24일 01: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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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간의 회동에 대해 무성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8.8개각에 따른 국회 인준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범법·탈법·막말 행태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상황에서도 주요기사로 처리되었으니, ‘깜짝쇼’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에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사실 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나고, 패인 중 친이-친박간 갈등문제가 다시 거론되자 7.28재보선을 전후해 두 사람의 만남이 추진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전격적으로 단행되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회동이 사전에 언론에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는 점과 대화내용에 대해 양측 모두 공식적인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 등에서는 “이례적”이라는 점을 수용할 수도 있겠다.

       
      ▲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그러나 청와대와 친박측 모두 둘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성공적이었다”는 자체의 평가만을 전함으로써 뭔가 큰 것이 숨겨져 있지 않겠느냐는 여론의 추측보도를 유도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립’과 ‘협조’?

    언론들은 이런 저런 ‘관계자들’의 전언을 통해 이번 회동에서 크게 두 가지가 논의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차기 대권경쟁에서 이대통령의 중립”과 “4대강사업과 대북사업에 대한 박근혜 의원 협조”가 그것이다.

    이는 정황상 어떤 시점에서든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비밀에 붙여진 회담내용 치고는 너무 평범하다. 즉 중립표명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총리후보자로 지명한 것이 차기 대권에 대한 이대통령의 ‘특별한 구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과 관련된 것이고, 박의원의 협조 약속은 두 사람 간 회동때마다 나왔던 얘기일 뿐만 아니라, 반환점을 돈 이명박 정권의 남은 임기에 대해 박근혜 의원이 약속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회담내용에 대한 함구는 오히려 언론의 주목을 받는 만큼의 무엇인가가 없는 데서 오는 ‘빈곤한 의제’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즉 ‘이례성’보다는 ‘의례성’에 더 무게감이 가는 회동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회동 이후다. 이대통령이 집권 이후 이번까지 모두 여섯 차례 박근혜 의원과의 회동이 있었다. 다섯 번째 회동은 ‘친박 총리설’에 대해 박근혜 의원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한 후 양측 간 갈등이 또 한 번 고조되었던 시점인 지난 해 9월 16일에 있었다.

    진짜 이유는 ‘그냥’

    이때도 보수언론들은 두 사람의 회동이 끝난 후, 친이-친박간 “해빙무드”, “국정파트너 예우”, 심지어는 “데탕트” 등의 표현을 써가며, 사실보도보다는 희망사항을 피력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해를 넘기자마자 세종시 문제 처리를 놓고 마치 여야처럼 싸우며 분당설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도 회동내용 발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의원에게 일임하는 등 박근혜 의원 위상을 매우 존중하는 듯한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박근혜 의원이 이번 회동에 응한 것에 시점상 특별한 이유가 존재한다면 그건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거치면서 그의 존재감이 약화되어 갔던 점에 있을 것이다. 그는 차기 대권선호도에서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그의 정치적 존재감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현직 대통령이 그를 여전히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 손해볼 것이 없는 장면이다.

    박근혜 입장에서는 대통령제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이고 제도적 레임덕 상황이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아마도 이대통령와의 회동이 친이계에 그나마 하나의 메시지 혹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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