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새로운 단일 진보정당 원해
'사회연대 복지국가' 노선 앞세우자"
    2010년 08월 24일 08: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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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보신당에 입당한 날은 2008년 4월 14일이다. 나는 당시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었고 국민승리21 당시부터 변함없는 민주노동당 지지자였지만 한 번도 정당에 몸담은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4월 14일 진보신당에 입당한 것은 그 전날인 4월 13일에 방영된 ‘노회찬과 상계동 사람들’이라는 TV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노회찬이 홍정욱에게 석패하는 것을 보면서 진보신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입당했다. 입당을 하면서도 사실 정치활동을 하겠다는 뜻은 없었고 그저 한 달에 한 번 내는 당비로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바로 촛불 시위였다. 나는 시위를 주도하거나 맨 앞에 나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이 그랬듯이 조용하게 촛불을 들고 촛불 시위 기간 내내 광화문으로 나갔다. 그러는 과정에서 참여를 고민하게 되었고 진보신당 지역모임에 나가다가 정당 활동가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 자신이 촛불시민이고 내가 촛불시민의 입장에서 진보정당 운동의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단일한 ‘새로운 진보정당’은 촛불시민의 요구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일한 새로운 진보정당의 출현은 촛불시민의 요구다.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정치는 촛불 에너지와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진보적 시민의 지지를 받는 대안정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는 그의 문제제기에 동의한다.

그가 말하는 진보적 시민, 즉 촛불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안정당을 건설하지 못한다면 한국사회는 6.2 지방선거와 같은 역사를 반복할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역사 말이다.

2008년 광장에 나섰던 촛불시민들은 다양한 성향을 지닌 집단이지만 대체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더 나아가서 사회경제적인 차원의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려는 욕구를 가진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철저히 반대하지만 민주당에게는 비판적이고, 한편으로 진보정당에게는 합리성과 국가 운영 능력을 의심한다.

촛불 시민은 한국사회의 강력한 반독재 민주화투쟁 전통에 영향 받아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여러 정치세력이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중심의 단결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민주당의 보수성을 싫어한다.

민주당은 김대중과 노무현 두 대통령을 배출하고, 민주화에 기여한 정당이라고 인정하지만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실현에 소극적이고,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게 지역주의에 의존하면서 사회발전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정당이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여론조사 땐 노회찬, 투표는 한명숙"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진보정당을 선뜻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보기에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은 개혁적이고 진보적이지만 ‘수권능력’은 없는 정당이다. 게다가 불필요하게 과격하거나 이념적으로 급진적인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진보정당을 전폭적으로 밀어주지도 않는다.

물론 나처럼 진보정당을 택해 입당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당파로 남거나 선거 때마다 어떤 당을 지지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러다가 여론조사에서는 노회찬을 지지하고 투표장에 가서는 한명숙을 찍는다. 어떤 사람들은 민주노동당도 지지하고 진보신당도 지지하며, 국민참여당과 창조한국당을 함께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런 상황, 즉 촛불시민이 주저하지 않고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의 부재 또는 비슷한 성격의 정당이 복수로 존재하는 상황을 타개하지 않고서는 진보정당이 수권 가능한 세력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일한 새로운 진보정당’은 촛불시민의 요구다.

그렇기 때문에 촛불시민이 주저하지 않고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기 위한 연합정치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단일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만 진보정치 세력은 민주당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고 진보적인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구체적인 힘을 얻을 수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진보진영이 단결한다면 매우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엄청난 반MB 민심의 영향으로 진보 성향의 표가 상당수 민주당에게 갔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제외한 야4당이 얻은 지지율을 다 합쳐서 17%가 넘었다. 이 수치는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비례대표로만 9석을 얻을 수 있는 수치다.

그리고 경기도 고양시의 선거연대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양에서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5당 연대가 실현되었는데 시장을 비롯한 도의원, 시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1대 1 구도가 실현된 모든 선거구에서 야당이 승리했다. 덕분에 고양의 진보정당들이 큰 성과를 얻은 것은 물론이다. 무릇 고양뿐만이 아니었다. 야권연대가 실현된 전국 모든 선거구에서 국민들은 진보정당 후보들을 기꺼이 밀어주었다.

진보신당-민주노동당의 ‘단순 재통합’은 반대

진보신당은 지난 22일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관련 기구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긴 당 발전 전략안을 채택하고 다음 달 5일에 열리는 임시당대회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민주노동당은 일찌감치 당 대회의 결의로 진보정당 통합을 선언하고 진보신당의 새 대표단이 선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양 당이 주장하는 바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양 당이 모두 통합진보정당 건설로 방향을 잡고 함께 나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단순 재통합해 ‘도로 민주노동당’이 되는 방식은 결코 촛불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러한 양 당만의 재통합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불가능하기도 하다.

진보신당의 일부 당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논의가 결국은 민주노동당과의 단순 재통합을 의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내가 알기에 소위 ‘연합파’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 양 당의 통합만을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노회찬 대표도 이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혀 왔다.

따라서 촛불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은 최대한 다수 진보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적 대중조직, 진보적 시민사회 진영, 지식인 및 전문가 그룹, 개별 인사들을 포괄해야 한다. 국민과 언론이 보기에 한국의 진보적인 정치세력은 다 모였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고 민주당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진보정당’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과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진보정당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반드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세력의 연합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러 진보정치 세력이 하나로 모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매개로 하나가 되느냐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민주노동당의 정성희 최고위원이 자주, 평등, 복지, 생태 등등의 가치를 나열하자고 하는데 그런 접근방식은 반대한다. 물론 그러한 가치들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는 도대체 뭘 하자는 정당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을 국민들로부터 받게 될 것이다. 추상적인 언어를 나열하는 식으로는 정치공학적인 몸집불리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새롭게 건설되는 진보정당은 어떤 노선을 표방해야 할까? 무엇을 매개로 하나가 되어야 할까? 어떻게 진보정치가 나아갈 길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할까?

나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다양한 구성을 고려했을 때 ‘사회연대 복지국가 건설’을 새로운 노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연대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노선은 여러 진보정치 세력이 합의하기에 어렵지 않은 노선이면서 동시에 현 시기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절박한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노선이다. 그렇기에 폭넓게 다수 국민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고 촛불시민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노선이다.

사회연대의 원리에 입각해 모든 국민이 고루 잘 사는 복지사회를 만들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연대 복지국가’ 노선으로

지금까지 나는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표현을 써왔는데 박근혜 등 보수 정치인들이 말하는 복지국가와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을 받아왔고, 시혜적 복지 또는 차별적 복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사회연대 복지국가’라는 표현을 쓴다.

‘사회연대 복지국가’라는 표현은 보편적 복지시스템을 사회연대의 원리로 만들어 나가는 복지국가를 의미한다. 나는 이것을 진보신당이 기존에 주장해온 ‘사회연대국가’와도 내용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노선의 채택 과정 또한 중요하다. 현재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에 나서야 할 여러 세력은 둘러앉아서 몇 마디 말로서 합의하면 될 만큼 서로 신뢰하고 있지는 못하다. 따라서 공동의 실천을 통한 신뢰 구축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크게 벌어지고 있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같은 것이 좋은 소재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진보정당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세력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운동에 함께 하면서 물리적인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화학적으로도 하나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진보신당이 표방하고 있는 반신자유주의 정치연합도 마찬가지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치러야

이상 논의한 바와 같이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고 새로운 노선으로 무장한 진보정당을 만들기로, 여러 진보정치 세력들이 원칙적으로 합의한다면, 가능한 빨리 만들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그 시기를 2011년 하반기로 잡고 있는데 2011년 하반기든 2012년 상반기든 총선을 잘 치를 수 있게 진도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은 한국사회의 정치 구도를 크게 흔들어 놓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과연 누가 한나라당과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사회양극화 해소 등 노동자 서민의 살림살이를 개선할 수 있는 세력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말하는 복지와 새로운 진보정당이 말하는 복지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살펴보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민주당도 복지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국회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며 유력 대선주자를 배출해 진보정당 역사상 가장 뜨거운 대통령 선거전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이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수 정치세력인 민주당 집권 10년 시기에 진보정당 운동이 활동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확보했듯이 촛불 시민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성공은 보다 왼쪽에 위치하는 진보정당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열쇠는 바로 선거제도 개혁에 있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출발부터 일관되게 선거제도 개혁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자기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때’까지는 하나의 진보정당으로

나는 한국사회의 진보정치 세력이 장기적으로는 유럽처럼 ‘사회민주당’, ‘녹색당’, ‘좌파당’ 노선으로 분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세력이 자유롭게 경쟁해서 자기들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를 사표로 만들지 않고 딱 지지율만큼의 지분을 갖고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제도로 한국의 선거제도가 바뀌게 된다면 굳이 다양한 성향을 가진 진보정치 세력이 한데 모여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선거제도가 독일식이 되었든 네덜란드식이 되었든지 간에 말이다.

나는 그런 때가 오기 전까지는 사회민주주의자도 녹색주의자도 반(反)자본주의자도 하나의 진보정당으로 모두 함께 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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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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