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의 재탄생' 또는 진화?
        2010년 08월 23일 09: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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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정규직인 부산지하철노조와 비정규직인 공공노조 부산공공서비스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한 노조로 모였다. 대기업 공공부문 기업별노조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단순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넘어 하나의 노조가 된 부산지하철노조의 사례를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하고 통합 부산지하철노조의 전망과 과제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8일 부산지하철노조 회의실에서는 의미 있는 임금협상이 타결됐다. 부산지하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단에서 청소 업무를 위탁받은 청소용역 7개 업체와 부산지하철노조가 2010년 임금교섭을 타결한 것이다.

    의미있는 임금협상 타결

    이날 부산지하철노조와 7개 청소업체는 임금인상률 1.45%~3.66%와 설과 추석 상여금 각각 기본급의 50% 지급, 근로시간과 근무형태 현행유지 등이 포함된 임금협약서에 서명했다. 7개 청소용역업체가 직접 부산지하철노조와 임금협상을 벌인 것은 부산지하철내 청소용역노동자 역시 부산지하철노조의 조합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 전동차를 청소하는 서비스지부 조합원 (사진=윤춘호)

    부산지하철노조는 지난 해 9월 규약을 손질해 부산지하철 내의 외주용역, 하청, 도급 등 비정규직은 물론 노조 채용 상근자도 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역사를 관리하고 개표, 발권 업무를 하는 ‘역무’와 지하철의 신호 등을 제어하는 ‘기술’, 차량 운행을 책임지는 ‘승무’, 지하철 차량의 개보수 일을 하는 ‘차량’ 등 4개 지부로 구성됐는데, 여기에 역사, 전동차 등을 청소하는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서비스지부가 신설되어 5개 지부가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부산지하철노조라는 한지붕 아래로 모인 셈이다.

    통합의 효과는 당장 올해 임금협상에서부터 나타났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7개 업체의 임금 기준은 제각각이었다. 대체로 최저임금 수준이었지만 기본급과 각종 수당, 상여금의 책정 방식 등이 다 달랐던 7개 회사의 임금 지급 기준을 통일한 것이다.

    부산지하철노조 박양수 위원장은 "올해 임금 협상에서는 틀을 갖추는 것을 제일 큰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산지하철노조는 그 동안 임금협상의 경험을 토대로 7개 업체의 경영 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임금 협상에 나섰고 임금 체계의 통일을 이뤄냈다.

    정규직 조합원 동의 얻기 쉽지 않았다

    부산지하철내 7개 청소용역업체 중 하나인 부산장애인총연합 김영규 본부장은 "본조 조사통계부장이 각 회사별로 규모별로 경영상태를 파악하고 합리적인 자료를 제시하니까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오히려 사측이 노조에게 많이 배웠다"고도 했다.

    통합 이후 정서적인 유대감도 많이 생겼다.  서비스지부 조선자 지부장은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서비스지부 조합원들과 정규직 조합원들이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지는 못하다"면서도 "그래도 이전보다는 확실히 서로 인사도 하면서 챙겨주는 모습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조선자 지부장은 "본조에서 소식지 등을 통해 청소용역노동자도 하나의 노조에 속해 있다라는 것을 꾸준히 알려줬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미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등을 비롯해 몇몇 노조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한 노조나 지부로 운영되고 있긴 하나, 이들은 대부분 산별노조여서 가능했다. 기업별 노조 특히 공공부문 대기업 사업장의 정규직과 청소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환경미화원노동자가 하나의 노조가 되어 교섭을 포함한 일상 사업을 같이 하는 사례는 없었다.

    김태진 전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어떻게 청소용역노동자와 같은 노조가 될 수 있나’하는 정서가 강해 정규직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반면 청소용역노동자들은 하루 빨리 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

       
      ▲ 지난 해 11월 부산지하철노조는 서비스지부 출범식을 갖고 청소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과 하나의 노조가 됐다. (사진=윤춘호)

    예산 걸림돌, 판공비 삭감 등으로 해결 

    직접적인 작업 지시는 이뤄지지 않지만 부산교통공단 소속 노동자와 청소용역업체의 노동자 사이에는 쉽게 넘기 힘든 벽이 존재했다. 서비스지부의 한 간부는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규직 조합원 중에 아직도 우리를 같은 노동자로 보지 않고 그저 일을 시키는 사람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전 위원장은 "일부 간부들도 ‘시기상조’론을 들고 나왔다. 그들은 아래로부터의 토론이 부족했다고 했다. 집행부도 이런 지적들을 수긍하고 지부와 지회를 통해 토론을 활성화 시키고 ‘공청회’등을 열어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을 보였다.

    여기에 부산지하철노조의 예상보다 큰 예산 부담도 걸림돌로 다가왔다. 김태진 전 위원장은 "예산 문제는 서로가 굉장히 민감한 문제였다. 막상 통합을 앞두고 보니 예산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라며 "이런 문제들에 대해 대의원과 조합원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서비스지부 소속 조합원의 경우 워낙 임금액수가 적기 정규직 조합원에 비해 조합비도 적게 내는 반면 의무금을 비롯해 각종 기금과 복지비 등을 같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부산지하철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조직사업비와 임원의 판공비 등을 줄이면서 예산 문제를 해결했다.

    우대권! 우대권! 우대권!

    "우대권 좀 잘 나눠줬으면 좋겠어요", "’일하러 가는데 우대권 좀 부탁합니다’고 하면 좀 주면 되지 꼭 안 주시는 분들이 있다니까요"

    부산지하철노조 서비스 지부 조합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거의 모든 조합워들이 한결같이 ‘우대권’ 얘기를 꺼냈다. 아무리 회사에서 ‘우대권’을 주지 말라고 했다손 치더라도 지하철에 일하러 가는데 ‘우대권’ 하나 못 주냐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정규직인 역무지부 조합원들도 공사가 ‘청소 용역업체 직원에 대한 우대권 교부 금지’라는 공문까지 내려 보내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역에 근무하는 조합원들이 같은 지하철에서 일하는데 출퇴근할 때 요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너무 하다고 생각해서 우대권을 교부하곤 했다"라며 "아무리 비정규직이라지만 이런 것까지 차별하는 건 너무 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지하철노조는 내년 임금협상에서 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의 교통비 신설을 주요한 요구사항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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