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치 뒷거래’ 있었나
    2010년 08월 23일 08: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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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8월25일)을 앞두고 여론 시선을 모을 사건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친위 개각’ 평가를 받았던 이들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계속되고 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터지는 ‘의혹 백화점’ 역할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신재민 후보자가 1993년 이후 1년에 한 번 꼴인 17차례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점을 23일자 1면 기사로 폭로했다. ‘시세 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 의혹이 짙다는 주장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를 포함해 이명박 정부 2인자라는 이재오 특임장관까지 23일에는 5명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그렇다면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는 국회 인사청문회로 집중돼야 하는데 의미심장한 사건이 터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깜짝 회동’이다. 현재 권력과 차기 권력을 상징하는 두 사람의 만남은 자체로 뉴스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어떤 이유로 만남을 가졌고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 정확하게 정보를 취득해 보도한 언론이 없다.

조선일보도 동아일보도 다른 신문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극도의 보안’에 성공했다는 의미인데 거꾸로 얘기하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두 정치인의 밀담(密談)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무엇일까.

다음은 23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능력 무관, 임명 반대" 65%>
국민일보 <"정권 재창출 위해 함께 노력">
동아일보 <한나라 "북 쌀지원 재개" 정부에 주내 공식 제안>
서울신문 <국정운영 잘한다 차기대선 지지도 박근혜 40대 총리 인선 부적절>
세계일보 <순국선열 잊고 사는 대한민국>
조선일보 <"정권 재창출 위해 노력">
중앙일보 <물에 잠긴 신의주…북한 "위화도 100% 침수" 이례적 공개>
한겨레 <4대강 완공 욕심 ‘레임덕’ 앞당긴다>
한국일보 <"정권 재창출 같이 노력">


이명박-박근혜, 은밀한 대화 내용은

   
  ▲ 경향신문 8월23일자 1면.

언론은 ‘합리적 의문’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적당히 포장하고 감추는 것은 ‘홍보 책임자’가 할 일이다. 현직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가 몰래 만났다. 하루가 지난 뒤 뒤늦게 알려졌다. 두 정치인은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갈등 관계였다.

그런 두 정치인이 웃으며 사진을 찍는 장면이 언론에 제공됐다. 두 정치인이 웃으며 만났으니 ‘잘 된 일’이라고 평가하면 될 일인가. 국민이 궁금해 하는 곳,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이 언론의 몫이다. 애석하게도 8월23일자 어떤 조간신문도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두 정치인이 극비리에 만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1시간 35분 동안 배석자 없이 만났다. 두 정치인의 밀담(密談)은 빙산의 일각만 세상에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23일자 1면 <MB-박근혜 "정권 재창출 함께 노력">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단독 오찬회동을 갖고 현 정부의 성공과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이 대통령이 인위적으로 후계구도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대선후보 경선 중립’ 취지의 언급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고 보도했다.

MB 정부 성공과 한나라당 정권 재창출 논의

   
  ▲ 한겨레 8월23일자 6면.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1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재창출 위해 함께 노력">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1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비공개 오찬회동을 하고,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6면 <MB, 박근혜와 회동서 "대선 장애물 놓치 않겠다">라는 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 전환점을 맞는 상황에서 여권의 제2대 주주와 화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치적 포용력과 소통의 모습을 알렸다는 점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이 대통령과 갈등 상황이 이어지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주가 입지가 흔들리고 있던 상황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갑자기 신뢰의 관계가 됐다?

   
  ▲ 한국일보 8월23일자 1면.

이런 측면으로만 보면 두 사람의 정치적 회동은 남는 장사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중앙일보는 23일자 사설에서 “진정한 화합이 실현되려면 지난 갈등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쪽 갈등의 근원은 신뢰의 문제가 있었다. 회복이 어렵다는 그 ‘불신’ 관계가 갑자기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로 바뀌었다면 선뜻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한국일보는 1면 <"정권 재창출 같이 노력">이라는 기사에서 “두 사람의 독대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두 사람이 이날 개헌 문제에 대해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1면 <"정권 재창출 위해 함께 노력">이라는 기사에서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중점 사업인 4대강, 친서민 대북정책 등을 설명하고 ‘공정한 차기 대선주자 관리’라는 입장을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MB, ‘박근혜 죽이기’ 않기로 약속?

   
  ▲ 국민일보 8월23일자 3면.

두 정치인의 대화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는 분석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두 정치인이 싸우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도 성공작이라는 평가는 본질을 빗겨난 해석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차기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인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을 수도 있다. 국민일보는 3면 <틀어졌던 MB·박 해빙무드…후반기 국정 공조모드로>라는 기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정권 재창출’과 ‘같이 노력키로 했다’는 구절이다. 친박계는 그간 이 대통령과 친이계가 ‘박근혜 죽이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3면 <95분 밀담…웃음 띤 박 "분위기 좋았고 만족">이라는 기사에서 “여권의 정치적 지분을 분할하고 있는 1, 2대 주주가 실제 어떤 대화를 나눴으며 어떤 대목에서 공감했고 상호 의견이 갈렸는지는 향후 대선 지형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 대통령이 이번 회동에서 ‘중립’ 의사를 밝혔다면 향후 박 전 대표 측에 상당한 안전판을 제공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선 보장’ ‘이명박, 퇴임 안전판’ 합의 있었나

언론에 알려지지는 않은 본질적인 ‘합의’ 또는 ‘동의’가 있을 수도 있다. ‘박근혜 죽이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얻어내고자 박근혜 전 대표가 청와대를 찾았을까. 그것이 전부일까.

박근혜 전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보장, 아니면 그에 준하는 약속이 오갔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협력과 함께 퇴임 후에 대한 ‘안전판’ 제공 가능성도 있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두 사람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정현 의원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정치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의견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조선일보는 4면 <삐걱대던 이·박 ‘소통’…차기 레이스 제 궤도 찾나>라는 기사에서 “박 전 대표 측은 "이번 회동이 역대 가장 성공적"이라고 했다. 이런 반응이 ‘차기 구도’와도 관련된 것이라면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차기 경쟁구도도 이번 회동으로 완성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이 대통령 생각하는 차기 경쟁구도 완성"

   
  ▲ 조선일보 8월23일자 3면.

관심의 초점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밀담(密談)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의미로 말하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둘 만이 아닌 정치적 뒷거래를 했는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동아일보가 가장 격앙된 어조로 이번 회동을 비판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는 <이-박 회동 ‘깜짝쇼 찔끔 공개’ 국민 무시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동아는 “두 사람의 회동은 홍상표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조차 ‘한다는 낌새만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깜짝쇼’였다”고 비판했다.

동아는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막연한 이야기만 했다. 두 사람이 어떤 내용에 합의했고 어떤 내용에 이견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95분 동안 나눈 대화 내용을 이렇게 찔끔 공개해도 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비밀 회동 방식은 ‘그들만의 정치’"

   
  ▲ 동아일보 8월23일자 사설.

동아일보 사설은 본질을 꿰뚫고 있다. 조선일보도 4면 <일단 만나보고 분위기 좋으면 공개?>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21일 회동은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다. 배석자도 없었다. 회동 내용은 일부만 전해졌을 뿐 1시간 35분 동안 나눈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두 사람만이 아는 ‘중요한 합의’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앞으로도 관심의 초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지적한 내용은 경청할 대목이다.

“대통령이 여당의 실력자를 만나는 것은 중요한 국정행위다. 그런데도 비밀 회동 방식을 택하고 더구나 회동 결과를 청와대가 당당히 발표하지 않고 박 전 대표가 측이 ‘찔끔 공개’한 것은 ‘그들만이 정치’일 뿐,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아니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도 반한다. 대화 내용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 억측과 추측이 난무해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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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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