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5년 이상 계속 떨어져
최고가 반토막까지…2백조 거품경기”
    2010년 08월 21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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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대인 부소장(사진=이재영)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재벌연구소와 국책연구소만이 활약해오던 경제 분야 싱크탱크 시장에서 아주 특이한 존재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의 대책, 최근의 세계금융위기에 대한 경고와 대안 제시에서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주류 경제이론과는 판이한 시각을 제공하면서도 언론과 시민사회로부터 그런 시각의 정당함을 인정받으면서 독보적 권위를 쌓아오고 있다.

특히, 최근의 부동산 위기 논쟁에서 선대인 부소장이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눈부시다. 그는 정부와 재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아무런 제약 없는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고, 시장 상황에 대한 그의 예측은 발언이 나오자마자 여러 중앙언론과 경제전문지들의 뉴스란을 장식하고 있다.

혈세로 버블 지탱, 물가고와 대기업 수출 교환

지난 8월 10일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선대인 부소장은 최근의 경기호전 상황을 혹평했다. 그는 “일반 가계를 희생시켜 국민 세금으로 부동산 버블을 지탱하고, 고환율 정책으로 서민경제를 어려움에 처하게 하면서 수출대기업에 보조금을 준 꼴이다. 이러니, 지표만 보면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 가계들의 체감이 나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대인 부소장은 최근의 지표 호전이 국공채 200조 원으로 만든 거품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저축은행들의 주택대출 상당 부분은 이미 부실화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주택가 침체 추세가 최소 5년 이상 갈 것이고, 수도권에서는 고점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대인 부소장은 2012년에 여러 경제 악재가 겹치면서 이명박 정권에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예견하기도 했다.

최근 김광수연구소가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데 대해 선 부소장은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하면 국민 대다수의 삶이 좋아지고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쳐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근본적 개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집권세력,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8월 10일, 서울 합정동의 카페에서 이루어진 선대인 부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 *

–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소개해 달라.

=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 일하던 김광수 소장이 2001년 5월에 창립한 연구소다. 한국에 여러 싱크탱크가 있다고 하는데, 외환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두뇌 기능이 없어서 되겠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독립적인 싱크탱크로서 창립한 것이다. 당시, 외환위기가 왜 터졌는지,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다룬 보고서를 내서 관계에 큰 화제가 됐었다.

설립 직후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300만 원짜리 고가의 경제보고서를 내는 게 주된 일이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대한 경고, 부동산 버블의 위험성 경고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연회비 20만 원인 저가의 대중적인 경제보고서를 내는 사업을 펼쳤고, 『위험한 경제학』 등의 출판물을 냈다.

‘정직한 지식의 생산 기관’이 모토

다른 연구소들처럼 우리 연구소 역시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일인데, 우리 연구소의 모토는 ‘정직한 지식의 생산 기관’이다. 한국에서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는 자본에 의해 굉장히 왜곡돼 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권익을 희생시키는 정보가 난무하는데, 우리는 재벌 눈치 보지 않고, 국책연구소들처럼 정부에 휘둘리지도 않고, 개미 유료회원들의 힘을 바탕으로 해서 사심 없이 정보와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앞으로 출판 사업을 더 본격화할 것이고, 모바일 기반의 정보 제공 사업과 이러닝(e-learning)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부동산경제보고서>를 새로 낼 계획이다. 우리 나라 주택가격지수가 많이 왜곡돼 있는데, 이 보고서를 통해 우리 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주택가격지수를 발표할 것이다.

– 국민은행 지수 같은 것과 다른 지수를 낸다는 것이냐?

= 국민은행 지수는 호가(呼價) 지수다. 호가가 실거래가보다 훨씬 높게 형성돼 있어 문제가 크다.

– 요즘은 프로젝트는 안 하나?

= 지난 정부 때까지는 정부 프로젝트를 했는데, 요즘은 안 한다. 기업 프로젝트는 없다. 기업 프로젝트보다는 회원제 사업에 치중한다. 그래야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 기업들이 김광수경제연구소를 ‘반기업’이라고 보지는 않느냐?

= 통념상의 ‘반기업’이라 매도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연구소는 대한민국의 어떤 자본가들보다도 제대로 된 시장경제를 실현하려는 입장이 강하다. 물론 시장근본주의는 아니다. 시장이 가지고 있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 기능이 잘 작동하도록 하고, 재벌의 담합과 독과점을 막아 소비자 중심의 시장경제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미션이다.

– ‘소비자 중심’이라는 걸 연구소에서 공유하고 있는가?

제대론 된 시장경제 실현하겠다… ‘친기업’은 ‘반시장’

= 그렇다. 시장경제라는 것은 원리상으로도 소비자가 중심이다. 사회적 잉여의 극대화는 개별경제행위자, 즉 소비자에 의한 것이다. 공급자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친시장’이 ‘친기업’으로 오해되고 있는데, ‘친기업’은 원리상 ‘반시장’에 가깝다.

– ‘소비자 중심’이라는 것은 막스 베버의 경제관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 막스 베버를 따른 것은 아니고, 시장경제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소비자 중심일 수밖에 없다는 상식을 말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곧 일반 가계들이고, 시민이자 유권자다. 이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 정부나 기업, 경제신문들은 한국이 굉장히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현재의 경기동향 또는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나?

= 정부가 자화자찬하고 있는 것과 일반 가계가 체감하는 것은 극도로 다르다. 정반대다. 6월 말쯤에 기획재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6개월 전에 비해 경기가 좋아졌느냐?’는 설문조사 결과도 같이 발표했는데, 이 설문에 기업가 등 전문가 그룹은 ‘좋아졌다’는 답변이 65%, ‘나빠졌다’ 답이 14%인데 반해, 일반 가계에서는 ‘좋아졌다’는 답이 16%, ‘나빠졌다’는 답이 47%로 나왔다. 이처럼 정반대의 인식은 한국 경제가 얼마나 외화내빈 상태인지를 보여준다.

경제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GDP 수치 올리는 게 아니라, 가계의 소득을 늘리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부는 분기별로 7~8%씩 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정반대로 생각하는 것은 이런 식의 경제성장이 잘못된 것이거나 이런 식의 성장이 백해무익하다는 말이다.

한국경제 외화내빈… 경제지표 자체 엉터리

경제 판단이 이렇게 다른 현상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지표 자체가 거짓말이다. 연구소에서 데이터를 많이 다루다 보니, 정부의 데이터가 너무 엉터리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GDP를 집계할 때 속보치를 여러 차례 점검확인해서 확정치를 내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속보치를 별 확인 없이 확정해버린다. 한국 정부의 고용률 지표 같은 것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이미 증명됐다.

또 하나의 원인은 빚을 내서 경제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붕괴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도 극심한 침체로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시중은행들이 1500억 달러의 단기외화를 끌어와 부동산 시장에 퍼부었는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외국 자본이 달러 회수에 나선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거품 부양책과 수출 대기업 중심 정책으로 대응한다.

부동산은 막대한 재정 투자와 규제 완화로 대응하고, 대기업을 위해서는 감세, 고환율, 지급보증 등으로 대응한다. 같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일본은 대 달러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미국 시장 안에서 일본 상품과 한국 상품의 경쟁력에 큰 차이를 나타냈다.

결국 지금의 지표 호전이라는 것이 일반 가계들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았음이 여기서 드러난다. 돈이 다 건설토목 사업과 대기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가가 엄청 올랐기 때문이다. 일반 가계들이 경제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가계를 희생시켜 국민 세금으로 부동산 버블을 지탱하고, 고환율 정책으로 서민경제를 어려움에 처하게 하면서 수출대기업에 보조금을 준 꼴이다. 이러니, 지표만 보면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 가계들의 체감이 나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진보적 시각에서 이야기하는 경제양극화론과 같은 관점인가?

   
  

= 결국은 경제양극화로 나타난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양극화 정책을 펴다가, 현 정부 들어서 가속도가 붙었다. 이명박 정부가 양극화를 인위적으로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표상의 경기 호전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막대한 재정 적자에 의한 부양 효과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회기인 2007년에 정부 예산이 250조 원이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3년 동안 누계 230조 원이 늘어났다.

한국 GDP 총액이 1,000조 원 정도 되니, 그 정도 돈을 그냥 길바닥에 뿌리기만 해도 23% 성장이 돼야 하는데, 그 돈이 다 어디에 갔느냐?

현 정부 들어선 이후 국공채 순증액이 200조 원이다. 결국 재정 확대 대부분이 빚 낸 것이라는 얘기다. GDP의 20% 정도나 되는 빚을 내서 이 정도 성장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빚 낸 200조 날아갔다

–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정도까지 경제가 어떻게 될 거 같은가?

= 수출대기업 지원 정책은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 성공이다. 부동산 부양 정책은 일시적으로는 성공으로 보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버블 붕괴 에너지를 키운 것이다.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함에도 지난해에 DTI(총부채상환비율) 풀어주고, 만기대출 상환연장해줬다. 이러면서 가계부채가 45조 원 늘어났다. 이만큼 버블이 더 커진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펴면서, 반등을 기대한 사람들이 빚을 내서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었는데, 지금 부실 위험에 처해 있다. 그리고 상환연장해주면서 이자까지 더 붙은 대출상환 시기가 곧 닥쳐온다. 2012년 하반기가 되면 만기 상환 도래액이 분기별로 25조 원이 넘는데, 지금처럼 집값이 내리는 상황이 계속돼다가 결국 2012년에는 못 갚게 될 수 있다.

– 가계와 금융의 연계 파산이 올 수도 있겠냐?

= 속단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 연계 파산 가능성이 높다?

=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같은 급격한 금융시스템 붕괴는 오지 않을 것이다.

– 한국의 주택가 대비 대출 비율이 미국보다 많이 낮지 않느냐?

= 그렇다. 서브프라임론은 집값의 100%나 대출해줬다. 거기다가 수많은 파생상품으로 확산됐고 같이 붕괴했는데, 한국에서는 미국보다 대출이 비교적 양호하게 관리됐고 파생상품이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식 붕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가계들이 대출을 못 갚게 되면 금융에 큰 충격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수도권 주요 도시들 주택가가 이미 고점 대비 20~30% 떨어져 있고, 후순위 대출을 한 저축은행들 주택대출 상당 부분은 이미 부실화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다. 그걸 숨기고 있을 뿐이다.

저축은행들 이미 부실화 사정권 안에

– 숨기고 막는 방법이 뭐냐?

= 막기 힘들다. 저축은행에 공적자금 2조 8천 억 추가 투자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도화선이 타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리하자면, 부동산버블 붕괴로 제2금융권은 이미 막대한 부실 위험성에 노출되기 시작했고, 제1금융권도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실거래가가 20% 더 떨어지면서 더 위험해질 것이다.

– 가계와 금융 부실화가 이미 시작됐다?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 그렇다 이미 시작됐고, 미국처럼 급격하지는 않겠지만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미국 같지 않다면 일본형 장기불황일 수도 있겠느냐?

=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정부 정책 대응에 따라 충격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LH공사와 수도권의 개발공사들, 지자체의 재정 위기는, 정부가 이미 막개발을 부추겼고 수익이 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는 증거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개발사업을 중단한 것은 민주당 성향이어서가 아니라 그럴 돈이 없어서다.

– 부동산 대출이 부실화되고 은행에 돈이 궁해지면, 제조업으로도 악영향이 갈 텐데?

= 다들 가계 대출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걱정 되는 것은 기업의 부동산 대출은 아예 통계가 없는 것이다. 제가 추정하는 바로는 2006년 이후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 200조 중 100조 가까이는 부동산 시장에 들어갔을 것이다. 운영자금, 시설자금으로 빌려서 집 사고 땅 사고 있었던 것이다. 대기업들은 비축해준 돈이라도 있는데, 중소기업에는 그런 것도 없으니 상황이 심각하다.

– 부동산가 하락이 어느 정도까지 갈까?

= 수도권 핵심 도시들은 2006년 말, 2007년 초를 고점으로 20%~30% 가량 떨어졌고, 수도권 주변 도시들은 2008년 중반을 고점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주택가 침체 추세가 최소 5년 이상 갈 것이다. 일시적 기복은 있겠지만, 하락세가 최소 5년 이상 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가 5년 이상 계속 하락, 가격 반토막

– 아직도 주택가가 높기야 하지만, 그래도 실수요는 있는 거 아니냐?

= 시장경제에서 수요라는 건 가격에 따라 변동하는 것이다. 우리 연구소는 투기수요마저도 고갈됐다고 본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다 보니 투기심리를 부추키고 대출로 버텨준 건데, 이제는 그런 방법이 안 통한다. 가격이 맞지 않으면 실수요가 아니다.

– 그렇다면 이른바 시장적정가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냐? 어느 정도 떨어져야 된다는 것이냐?

= 지금까지 20~30% 떨어졌는데, 앞으로도 그 정도 떨어져야 한다. 버블이 심했던 수도권은 고점 때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머리에서 발바닥까지 내려 갈 텐데, 지금은 어깨 정도까지 내려와 있는 정도다.

– 이런 주택가 폭락이 주로 중산층에게 몰릴 텐데?

= 신용카드 사태 때는 저소득층에게 위험이 몰렸는데, 지금은 중고소득층에게 몰릴 것이다. 저소득층은 이미 무너져 있는 상태고, 중고소득층까지 무너지면 그 빚을 청산할 때까지 한국경제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은데 영국과 스웨덴에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됐을 때는 중산층의 정치적 보수화가 있었던 것 같다.

= 일본에서는 부동산 버블 붕괴하고 나서 사회당 내각이 처음 들어섰고, 지금의 민주당 내각이 들어선 것도 미국의 금융위기에 따른 일본의 3차 위기 영향이 있다. 미국도 오바마 행정부 출범은 경제 위기 영향이 크다. 경제위기가 꼭 진보나 보수로 귀결되기보다는 버블을 만들고 정책 실패를 한 정부를 교체하는 경향이 크다.

–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에게도 위기가 올까?

= 부동산 부양책을 쓰면 쓸수록 버블 붕괴 에너지는 더 커질 테고, 그럴수록 장기침체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이 그랬다. 이명박 정부는 일본 정부의 전철을 고스란히 되밟아 가고 있다. 그러면서 시장의 가격조정을 막고, 부실채권을 발생시키고, 망해야 하는 건설회사들을 살려줬다.

그런데 정부의 1차 조정능력,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바닥났다. 이명박 정부의 성격상 이게 더 심해지면 부동산 정책에 모든 사회경제 정책을 희생시킬 것인데, 2012년에 이런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그때 주택 만기대출이 몰리고, 서울 뉴타운 입주가 그때 본격화되고, 고령화 경향이 그때부터 본격화될 것 같다.

– 그래도 그해에 대선이 있으니 비정상적 상황까지는 안 가지 않겠느냐?

= 2012년은 늦춰 잡은 것이다. 내년 정도면 버블 붕괴가 더 심해질 테고, 붕괴를 감지하는 위험심리가 사람들 사이에 일반화될 수 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 ; 집을 가지고 있지만, 집 때문에 빈곤한 사람들) 이야기를 해보자. 수도권에만 100만 가구라던데.

하우스푸어보다 88만원세대를 도와라

=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시장경제에서 투자는 자기 책임이고, 집값 오를 때 이익을 누렸던 사람들에게 손실을 보상해줘서는 안 된다. 그렇게 안 하면 좋겠지만, 한국경제가 너무 부동산으로만 몰려왔으니, 그렇게 해야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고,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정부는 하우스푸어가 더 이상 양산되지 않도록, 규제정책을 견지해야 한다.

88원세대는 부동산 거품에 대한 책임이 하나도 없는데, 붕괴로 인한 피해까지 입어야 한다. 88만원세대 같은 워킹푸어를 도와줘야지 거품에 책임이 있는 하우스푸어를 도와줄 일이 아니다. 88만원세대와 근로저소득취약계층에게 부동산에 들인 돈의 절반만 써도 부동산 붕괴의 사회적 충격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

   
  

– 최근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정책’를 한다고 하는데?

= 기본적 시스템은 반서민인데, 일부 정책만 친서민 해봐야 거짓말이다. 서민 돈을 빼앗아서 부동산에 쏟아부으면서 생색내기 개별정책 몇 가지 써봐야 소용 없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다.

– 이번 개각에서 경제팀은 그대로 유임됐다.

= 요즘 ‘소통’을 강조하던데, 소통은 자신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이재오 특임장관을 내세운 것은 역주행이다. 정책을 친서민으로 해야지, ‘소 장수 아들’을 내세운다고 친서민은 아니다.

사람에게 투자해야… 창당해서 총선 참여

– 김광수경제연구소가 한국 사회의 개혁이나 지속성장을 위해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 금값으로 오른 땅값을 내리고 사람값을 올리는 정상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부동산가 하락은 시장의 조정능력이 자연스레 복원되는 과정이다. 거품경제가 아니라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지식정보화경제, 창의경제의 핵심은 사람이고,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문화, 복지, 교육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건설업 비중은 OECD 어느 나라보다도 높고, 문화와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OECD 어느 나라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 균형을 바꿔야 한다. 개발연대 때처럼 삽질패러다임 토건부양책으로는 더 이상 살 수 없고, 사람의 두뇌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창의적 노동력이라거나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발상은,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사람입국위원회가 내걸었던 모토와 비슷하다.

= 구체적 정책 측면은 다르다. 사람입국위원회가 추진했던 노동형태의 변화가 전산업에 보편화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지식정보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라는 측면은 선진경제이론 대부분이 비슷하다.

– 김광수 소장이 2012년 총선 때 당을 창당하고,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떻게 되고 있나?

= 군부정권으로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쳐 지금의 정부까지 여러 정부와 노선을 거쳤는데,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제대로 된 개혁이 있었느냐? 사람들의 삶의 질이 좋아졌느냐? 아니다.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하면 국민 대다수의 삶이 좋아지고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쳐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우리 정치는 사람들에게 절실한 것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 개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집권세력,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여야로는 그런 게 불가능하다. 정치시장의 수요를 보면 새 정치세력에 대한 갈구는 분명히 있다. 이 수요를 누구든 충족시켜야 한다.

아마도 연구소와 정치세력화를 분리해서 독립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7개 광역시도를 비롯해서 9개 지역에 지역포럼이 마련돼 있다. 8만 5천 명의 온라인 포럼 회원 중 600명이 온라인 모임에 참여해 올해 초부터 활동하고 있다.

– 절차적 민주주의 발전이 서민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 사회경제적 권리 중심의 대응이라는 주장은 그동안 진보정당들이 주장해온 바와 같다.

= 큰 지향성은 비슷한데, 진보정당들의 문제해결능력은 의문이다. 근본적 개혁을 지향하는 어떤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지만, 보수냐 진보냐는 이념적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체적 개별 정책들이 집합된 집적체로서의 솔루션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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