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기자들', 제무덤을 파고 있다"
        2010년 08월 20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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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들어 반복적이고 임의적으로 이뤄지는 청와대와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엠바고 관행이 도를 넘어 자발적 보도관제의 모습을 띄고 있다며, 언론계 엠바고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는 전·현직 언론인들의 쓴소리가 나왔다.

    새언론포럼, 언론광장,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청와대 기자단의 자발적 보도관제-엠바고’를 주제로 특별 집담회를 열었다.

    이날 집담회는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들여 8·8 개각과 관련한 인사(하마평) 보도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청와대와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엠바고(보도유예) 관행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의 연장선에 있다.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은 “한마디로 기자들이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으로 이대로 간다면 기자들에게는 희망이 없다”며 기자단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이날 발제에서 개각 기사 담합을 통해 취재 경쟁을 포기하고 인사검증도 뒷전에 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사안은 보도 시기와 내용 모두를 통제했으므로 엠바고가 아니라 자발적 보도관제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출입기자단이 임의로 엠바고라는 이름으로 보도관제를 실시해 국민의 알권리를 박탈하고 인사검증을 포기한 것은 한국 언론의 현주소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새언론포럼, 언론광장,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청와대 기자단의 자발적 보도관제-엠바고’를 주제로 특별 집담회를 열었다. (사진=미디어오늘 김수정 기자)

    김 대표는 반복적-임의적으로 행해진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부연했다. 한두번이 아니란 얘기다. 이번 개각 인선뿐 아니라 △지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지난해 말에야 엠바고가 풀린 UAE 원자력 발전사업 수주 △지난 달 불거진 리비아와의 외교 마찰 등이 그것이다.

    그는 청와대 대변인이 임의로 엠바고를 설정할 수 있는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규정의 사전보도 금지 조항을 근거로 “(정부가) 엠바고를 제도적으로 언론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정권 유불리가 엠바고 판단기준이 됨으로써 정권의 언론통제에 언론이 결탁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백병규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청와대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하다 ‘이 대목부터는 관계자로 해달라’고 하면 홍보수석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핵관)로 바뀐다”며 “이것이 공공연하게 통용되는 게 현 청와대와 언론의 관계”라고 꼬집었다. 그는 “청와대 기자단 의사결정 구조가 상당히 왜곡돼 있다. 다수결이라는 미명하에 청와대가 요구하는 것을 기자단이 받아들이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이며 “MB정권의 프레스프렌들리는 청와대에서만은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택 한경기자클럽 회장은 출입기자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국민의 알권리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회장은 “청와대 운영규정을 아무리 봐도 풀과 엠바고에 대한 내용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기자들이 한국 최대 권부인 청와대를 감시하러 가는 게 아니라 홍보하러 가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문제를 계기로 엠바고 관행에 대한 언론계의 근본적인 반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이게 정말 청와대 출입기자 운영규정인가?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 규정을 보고 이것이 기자들이 만든 것인지 의문스러웠다”며 “기자라는 직업이 주는 책임감과 권한을 자신과 언론사를 위한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시절 춘추관장을 지낸 김기만 전 동아일보 기자는 당시 춘추관 상황을 전하며 현재의 청와대 출입기자단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당시는 풀기자 운영규정과 춘추관 운영규정이 있었는데 당시는 직접 취재가 가능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직접 취재가 막히면서 상시 규정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이를 보완해 개악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 청와대 출입기자 운영규정은 내용 자체가 언론비하적이다. 중견기자들이 이런 운영규정을 비판 없이 받아들였는지 의아스럽다"고 밝혔다.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은 외부에서의 자극과 비판을 당부했다. YTN 해직기자 출신인 우 회장은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청와대를 출입하다 지난 2008년 10월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으로 해고 당했다. 우 회장은 “청와대 출입기자의 경우 청와대로부터 일방적으로 취재 소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홍보수석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외부의 양식 있고 의식 있는 기자들의 압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들은 이 같은 문제를 제기와 함께 △한국기자협회에서 엠바고 등 출입기자 운영에 대해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안할 것 △언론계 안팎의 문제제기를 성명을 통해 제기할 것 △출입기자단 관행의 문제점을 보완할 방법 고민할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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