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된 '대중적 진보정당' 필요하다
        2010년 08월 20일 08: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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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가지 충격

    6.2 지방선거가 끝나고 두 가지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는 투표 당일까지도 느낄 수 없었던 민주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와 반MB 결집표였고, 두 번째는 교육감 선거 개표방송에 당이 없는 교육감 후보들에게 붙어 있던 ‘진보-중도-보수’라는 딱지였다.

    당선증을 받는 순간까지도 잘 믿어지지 않는 듯 보였던 과천 민주당 당선자들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 지질 않는다. 한나라당과의 1대 1 구도에서 당선된 국민참여당 비례대표 의원은 자기 선거를 잊고 유시민 후보 개표방송만 보던 중 내가 전화를 걸어 당선 사실을 알려줬으니 말 다 했다.

    보수층이 두터운 중산층 도시 과천에서 비례대표는 당연히 한나라당 몫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당들이 비례대표 후보를 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결과였다.

    한편 후보들의 성향을 진보-중도-보수로 나누는 교육감 선거는 매우 시사적이었다. TV와 같은 대중매체는 가장 대중적인 언어로 이야기 하는 법. 이제 한국 사회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정치지형이 이렇게 나뉘어 있다는 증거로 느껴졌다.

    예전에는 민주와 보수, 여당과 야당 밖에 없지 않았던가? 이제는 ‘진보’가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굳건히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 정치지형에 조응하는 정당으로 보수정당, 중도정당은 분명한데 진보정당은 분명치 않아 보인다.

    진보정당 정치인의 잠못 이루는 밤

    지역에서 다수의 욕망에 기반하여 개발주의가 판치는 것을 보면서 가끔은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들 때도 있다. 시의원이 되고 나서 가장 곤혹스러운 때는 상대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때이다. 의회 내에서 표결에 밀리는 것은 둘째 치고, 일반 시민들이 수백, 수천 명의 의견이라며 불가능하거나 내가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요구를 해 올 때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잠도 잘 오지 않는다.

       
      ▲ 과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일제고사 반대 퍼포먼스를 진행 중인 필자 (사진=황순식 블로그)

    그러나 선거와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진보정치운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때로는 져야 할 때도 있고, 타협해야 할 때도 있다. 이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도 가능하다. 정치와 선거는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정치권력의 획득은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지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 가는 것이다. 차이를 부각시켜야 할 때도 있지만, 차이를 지우며 끌어안아야 할 때도 있다.

    정의롭지 않은 정치를 하거나 정의로운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것도 무책임하지만, 정의로운 공약을 갖고 있지만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그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것 역시 무책임하다. 진보정당의 역할은 이상적인 대안사회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을 획득하여 그것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 아니라 ‘실질적 선택지’ 되어야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유세를 하던 중이었다. 중앙당에서 나온 로고송인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곡이 나왔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당장 삶이 힘겨운 서민들은 미래를 위해 투자할 여유를 가지기 힘들다. 지역에서 많은 서민들을 만났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당장’의 필요이고, ‘당장’의 관계였다. 당선 가능한, 또는 자신과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을 지지하는 것은 그들에게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보수정당을 찍는 서민들이라는 오래된 딜레마를 아직도 가르침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무작정 당선가능성이 높은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진보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더 많은 진보의 정치권력 획득을 위해 싸워가는 데 스스로를 너무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현재 진보정치를 바라는 한국의 평범한 대중들에게 진보신당은 ‘선택지’가 아니다. 진보신당의 생각에 동의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 다른 당을 선택했다. 그 책임은 유권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를 하겠다는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해야 답이 나온다.

    지난 4년간 나는 시민운동 출신의 무소속 시의원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일을 해 왔고, 지금은 새로 당선된 국민참여당 시의원까지 하나의 정당처럼 함께하고 있다. 과천 시의원 총 7명 중 세 명이니 적지 않은 숫자다.

    보수 정치인의 ‘물타기’ 두려워하지 말자

    다음 대선 후보에 대한 입장은 달라도 지금까지 과천시의 현안들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맞춰 나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다른 지역에서도 민주노동당부터 국민참여당까지 개인차를 넘어 정당 사이에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 것이다.

    중앙 정치에서도 국제 정세에 대한 거시적인 시각이 다르다고 지금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모든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당장 당선 가능한 대선 후보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의원 몇몇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당분간은 보수적 행정부가 던져놓는 수많은 문제들과 사고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벅찰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은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는 세력이 존재한다.

    앞서 기고한 윤성환 동지의 ‘선거중심 정당’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생태적 복지국가’라는 화두와 내용을 가진 대중적 진보정당이 지금 진보신당이 가야 할 길이라는 데 적극 동의한다. 그것을 위해 생태와 복지, 평화와 사회적 연대라는 가치에 동의하는 폭넓은 ‘통합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시의원을 하면서 느낀 것은 친환경, 서민복지는 보수정당도 말은 잘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과천시장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니 박근혜 의원도 정동영 의원도 복지국가니 담대한 진보니 하고 말은 하는 것이다. 시대의 요구이고 ‘무상교육/무상의료’ 등을 통해 진보정치가 만들어 낸 화두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그런 발언을 유도하고 약속을 지키라고 해야 한다. 그들이 무섭다고 피해갈 필요는 전혀 없다.

    보수 정치인들의 머릿속에 먼저 담겨 있는 것은 성장과 개발이고 자본의 자유이고 노동의 유연성이고 감세이다. 현실 속에서 이러한 가치들과 진보적 가치들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정치권력을 획득해 나간다면 힘을 가지고 “좋은 게 좋은 거고, 그때 그때 달라요~”라는 그들의 물타기를 폭로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눈에 보이는 진정성을 구분해 내는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6.2 선거 후 많은 언론이 진보신당에 큰 관심을 가졌었다.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대표의 결단에 대하여 많은 글들이 나왔고, 진보신당의 앞으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하지만 심상정 대표에 대한 징계 안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박수치는 외부의 시각은 찾아보기 힘들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식었던 아찔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정당은 대중을 떠나서, 더구나 지지자를 떠나서는 생존할 수 없다. 물론 유럽과 같이 급진적인 소수정당도 필요하고 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는 사민주의 정당이 집권한 나라에서 녹색당 당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좀 더 큰 책임지는 ‘대중적 진보정당’이라고 나는 믿는다.

    * 진보신당 내부에서 노선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연합정치’를 강조하는 의견을 가진 진보신당의 당원들이 <레디앙>이 지속적인 투고를 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4~5차례 정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다른 견해를 가진 독자 여러분들의 활발한 투고를 기대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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