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사장, 청와대 끄나풀 역할했다"
        2010년 08월 18일 08: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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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임원들이 4대강 사업 관련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PD수첩>의 방송을 보류한 것과 관련해, 담당 제작진인 최승호 PD는 "청와대가 4대강 사업 비판을 못하게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최승호 PD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정부, 청와대가 4대강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며 "MBC 사장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이자, 청와대의 끄나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호 PD는 "심지어는 재판부가 방송을 검토하고, 국토부 주장도 듣고 난 뒤 방송하라고 한 것 아닌가"라며 "그런 결정이 이뤄지고 난 뒤에 방송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MBC는 이날 오후 임원회의를 열고 이날 <PD수첩> 방송을 보류하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이날 <PD수첩>은 4대강 사업에 관여한 영포회 등 정부 내 비밀 조직 관련된 내용을 방송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MBC 내부 심의에서도 방송 결정이 내려졌고 법원이 국토해양부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한 상황에서, MBC 임원진이 이같은 결정을 내려 노조의 반발이 일고 있다.

    다음은 최 PD와의 일문일답이다.

                                                      * * *

    – 20년 만에 방송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제작진은 조금 전까지 주조정실에 이날 방송 예정이었던 테이프를 전달했다. 지금은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된 것은 없다. 다만, 방송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사측이 방송 보류 결정에 대해 제작진에게 충분히 설명했나.
    "전혀 없었다. 사장이 결정한 거니까. 우리한테 설명하고 그런 게 아니었다."

    – 김재철 사장이 왜 방송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보나.
    "청와대가 ‘지금쯤 한 번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 것 아닌가. 김재철 사장은 MBC 사장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이자, 청와대의 끄나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정부, 청와대가 4대강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서 (방송 보류)지시를 내린 것이다."

    – 사측은 ‘국토부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논란이 돼 사실 확인 차원에서 사전 시사를 요구했지만, 제작진이 이를 거부해 보류했다’는 입장이다.
    "단체 협약으로 국장책임제를 하고 있어, 국장이 책임지고 (사전)시사도 하고 정상적인 것을 다 했다. 법률 검토도 다 했고, 심의 과정도 다 거쳤다. 심지어는 재판부가 방송을 검토하고, 국토부 주장도 듣고 난 뒤 방송하라고 한 것 아닌가. 그런 결정이 이뤄지고 난 뒤에 방송 하지말라고 한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는 것이다."

    – 1990년 이후로 PD수첩 방송이 이렇게 보류된 적이 없지 않나.
    "지난 1990년에 보류 결정이 내려졌을 때도, (사측은) ‘1주일만 미루자는 것’이었다. 또 우리 치부를 북한에 보이는 것이 꺼려져 1주일 정도 미루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 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에 대해 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 당시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 당시 방송은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직전 농촌의 현실을 다룬 내용이었는데, 문화방송 사장이 당시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불방을 지시했다.)

    – 향후 방송은 언제 방영되나.
    "지금 현재는 아무 것도 (예정된 것이)없다. (사측은)방송을 안 내보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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