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노동정치 복원이 길이다"
        2010년 08월 18일 12: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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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 ‘좌파’ 쪽 인사들이 최근 진보정치 진영의 논쟁을 놓고 ‘토론’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위기에 처한 진보정당 운동과 노동운동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논의됐고, ‘반MB연대’와 진보정당 상층부를 중심으로 얘기되는 ‘진보정당 대통합론’을 비판했다. 

    진보정당 정체성 훼손하는 반MB

    17일 오후 6시 30분,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이하 전진)가 주최한 ‘기로에 선 노동자 정치세력화 어떻게 할 것인가’토론회가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토론자들은 ‘반MB연대’를 “우경화”라며 우려했고, “무조건적인 ‘진보정당 대통합’”에 반대했다.

       
      ▲기로에 선 노동자 정치세력화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허영구 민주노총 전 부위원장은 “신자유주의 야당과의 민주대연합을 통해 국회의석 과반수를 얻으면 노동악법을 개정하고 자본의 탄압을 막아낼 수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고, 박준석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진보정당이 정체성마저 희생하면서 신자유주의 보수세력과 연대해 그들의 지분을 나눴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김은주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진보정당 통합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김 부위원장은 “자주파는 모든 결정과 판단을 기계적 다수결의 원칙에 복속시켰고 선도탈당파는 충분한 토론과 공유 없이 일방적으로 분당을 주도했다”며 “하지만 통합은 민주노동당 주류세력의 종북, 패권적 사고방식과 부도덕한 활동방식이 온존하는 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개혁세력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태도 역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가로막는 중대 걸림돌”이라며 “엊그제까지만 해도 투쟁의 대상이었던 세력과 아무런 변화 없이 ‘반MB’라는 미명하게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지만 그것이 정말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이라면 존중할 수는 있어도 함께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 통합 신중해야

    박준석 전 부위원장도 “진보정당의 통합과 선거연합은 신중해야 한다”며 “강령과 정책노선, 조직운영 원칙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며 선거연합으로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는 정책중심의 연합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적 절차와 통일된 방침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진보양당뿐 아니라 노동진영의 노동자 정치세력화과정도 ‘실패’라는 평가를 내렸다. 허영구 부위원장은 “무한착취의 시대에 자본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고, 박준석 전 부위원장도 “민주노총과 산별노조는 조직을 잃었고 노동자정치세력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아졌다”고 우려했다.

    허 전 부위원장은 “섣부른 의회주의로 빠져들고 조급주의, 소영웅주의, 출세주의가 득세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김은주 전 부위원장도 “10년이 넘는 정치세력화 역사에 성과 축척은커녕 갈수록 위축되고 전망도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운동, 진보정당운동의 정파적 행위에 그 원인을 찾았다. 그는 “정파가 노동운동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을 자기 조직 활동가로 키워내면서 정작 투쟁에 소홀해졌고, 당은 결국 다른 보수정당과 어떠한 차별성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상황에 대한 대안은 조금씩 달랐다. 허영구 전 부위원장, 박준석 전 부위원장은 “노동운동의 복원과 노동자정치 실천”, 즉 ‘노동의 강화’를 통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허 부위원장은 “관망과 허무와 냉소주의를 벗어던지고 노동자정치 실천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파탄 난 노동자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며 “노동운동 복원-계급적 연대 실천-노동자정치 실천”을 제시했다.

    긴 호흡으로 노동운동 체질 강화를

    박 부위원장은 “노조의 조직력을 강화하고 정책대안 생산능력을 강화해야 하며 노동자 정치의식 강화와 차별성 있는, 진보적이고 설득력있는 정치실천을 보여야 한다”며 “아울러 일상적인 노동자 주민운동을 강화하고 중소영세 사업장 및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자 가족이 함께 하는 지역운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긴 호흡으로 노동운동의 체질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정광진 전국노동자회 운영위원장도 “보편적 계급형성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민주노조운동의 재구성 및 노동자운동의 재편이 필요하며, 현장과 지역을 일상으로 강화하는 생활정치에 착목해 계급적 단결을 굳건하게 세워 나가는 조직기풍을 진작하고, 원칙과 내용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자운동의 위기 극복은 신자유주의적 사회행태,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운동형태 전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그러한 대안에 입각한 사회적인 재편을 수행함으로써 가능하다”며 “개별적으로 해체된 노동자 대중의 계급적 재형성 역시 그와 같은 포괄적 대안을 새로운 계급형성 전략으로 전개해갈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주 전 부위원장은 ‘좌파연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진보신당이 명망가 정당의 폐해를 당 조직노선 논쟁을 통해 일정부분 극복하면서, ‘반신자유주의 정치연합’ 노선의 토대가 만들어졌고, 사회당은 독자노선을 넘어 진보신당과 연대의 폭을 넓히고 ‘진보대안연합추진위’를 설치해 진보진영 재구성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 이러한 연대관계를 상시적으로 더욱 더 강화해야 한다”며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험의 실패를 인정하고,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과거로의 단순 회귀가 아닌 과거의 오류와 온갖 해악적 관행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청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연대 상시적 강화해야

    이갑용 위원장은 “노동자가 정당운동에 목을 매면 아무도 투쟁에 앞장서지 못한다”며 “노동자가 중심성을 가지고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악법 철회’를 중심으로 투쟁해가면서 진보정당과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름대로 울산에서 정파에 소속되지 않는 고민하는 활동가들과 모여 작은 것을 실천하고자 한다”며 “진보신당과 사회당, 사노위가 모이면 ‘좌파연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그들이 정리해고를 철폐할 수 있느냐를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전진의 주최로 열렸으며 구형구 전진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토론자로는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준석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김은주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정광진 전국노동자회 운영위원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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