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능교육 앞은 ‘집회금지구역’”
        2010년 08월 17일 01: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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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신고 하다가 지쳐 쓰러진다.”
    “집회 조직하고 집회 하는 것보다 집회신고 하는 게 훨씬 힘들다.”

    이명박이 집권한 후 변화된 모습이다. 실제로 이제 집회신고는 웬만한 고시수준이다. 집회 참가자 수, 시간, 장소, 행사준비물 등에 대해 시시콜콜 간섭하고 근거규정도 없는 협약서 작성을 강요하는 등 아예 집회신고서를 경찰서에서 다시 작성해야 할 지경이다. 게다가 경찰서마다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집회신고 한 번 하고 나면 파김치가 된다.

    이런 와중에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는 대한민국 집회금지통고 건수 1위 경찰서인 혜화경찰서와 처절하게 맞서왔다. 2009년 3월, 경찰서장이 바뀐 후 혜화경찰서는 같은 해 4월 19일부터 재능교육 본사 앞은 물론 그 주변에서 개최하려고 한 모든 집회에 대해 금지통고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사진=재능교육지부

    혜화경찰서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강원본부, 전비연, 전해투,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 종로지역위원회, 노동해방 택시연대, 특수고용 대책회의, 서비스연맹, 개인 명의의 모든 집회에 대해 700여회가 넘는 집회금지통고를 했다.

    ‘공중부양’이라도 하오리까

    문제는 금지통고 이유가 너무나 황당하다는 것이다. 혜화서의 논리대로라면 재능교육 앞에서는 어떠한 이유로도 집회를 개최할 수 없게된다. 혜화경찰서의 집회금지 이유는 주민민원, 국가주요도로(후문 앞), 주택가 이면도로(정문 앞), 폭력시위전력 등인데, 헌법적 권리, 헌법재판소의 판례, 일반 상식 등에 비춰 보더라도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것들뿐이었다.

    우선 재능교육 본사는 상업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집시법에 따라 80db의 소음기준이 적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이 제3종 주거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주거지역 기준인 70db로 소음을 제한하겠다는 것인데 이후 집회에서 한 차례 74db이 나왔다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또, 재능교육지부가 매주 금요일 11시경 집회를 개최해 왔고 이 시간대는 8차선 대로인 창경궁로(국가 주요도로)의 교통량이 극히 적어 통행차량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셀 수 있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주요도로라는 이유로 무조건 금지통고를 했다.

    반면 재능교육 본사 정문 앞 도로는 보․차도 구분이 없는 협소한 이면도로라는 이유로 금지통고를 했다. 그러면 대체 어디서 집회를 하란 말인가? 지하에서? 공중부양해서?

    황당한 집회금지 이유들

    끝으로 폭력시위전력은 끼워맞추기의 전형이다. 이미 2009년 4월 19일부터 집회금지통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재판과정에서는 2009년 4월24일, 4월 30일의 상황을 적시하고 이것도 여의치 않자 금지통고서에는 전혀 언급도 않던 2008년 4월 4일의 상황까지 들이댔다.

    예언가도 아닌데 10여일 후에 일어날 사태를 미리 알았을 리도 없고, 1년이 훨씬 지난 사건들을 집회주최 단위도 다른 단체에 일률적으로 적용해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능교육지부가 집회신고서의 내용을 바꿔 집회신고를 해도 내용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기존 집회신고서의 내용대로 집회신고 접수증을 내주는 일도 있었다. 집회신고서 행사준비물에 깃발이 없다는 이유로 깃발을 들면 사법처리 하겠다는 협박도 있었고, 질서유지인 명단에 적혀 있는 사람들이 다 왔는지 확인하겠다는 요구도 있었으며 이런 이유로 수사의뢰를 해서 사법처리까지 진행한 건도 여러 건이 있다.

    이처럼 말도 되지 않는 상황에 맞서 혜화경찰서의 상급 관청인 서울지방경찰청에 이의신청도 해 보았지만 금지통고 절차상의 하자가 있었던 경우(1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각결정되었다.

    기본권 보장하고 책임자 처벌해야

    이에 학습지노조는 집회금지통고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2010년 2월 승소했지만 혜화경찰서는 가처분에 따른 하루를 제외하고 다시 모든 집회를 금지했다. 재능교육 본사 주변에 대해서는 집회허가제를 넘어 집회금지제가 적용된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학습지노조는 다시 같은 소송을 제기했고 마침내 지난 7월 23일 승소했다. 법원은 혜화경찰서가 집회금지 이유로 들었던 것들에 대해 단 하나의 인용도 없이 학습지노조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혜화경찰서는 판결문을 받아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패소 이후 열흘이 넘어선 8월 3일까지 집회금지통고를 계속했다.

    너무나 짧은 분량으로 글을 써야하기에 지난 1년여의 상황을 다 쓰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결론은 간단하다. 심각하게 훼손된 국민기본권이 하루 빨리 복원되어야 할 것이고 국민기본권을 무참하게 훼손한 책임자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다시는 집회신고 하다가 지쳐 쓰러지는 일이 없어야 하고, 경찰 입맛대로 집회신고서를 다시 작성해 주고 나와야만 집회를 할 수 있는 반민주적인 사태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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