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 통일세는 전쟁세"
        2010년 08월 16일 1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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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세’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밝히면서 ‘통일세’가 정치권 화두로 던져졌다.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이 “각계각층에서 논의를 시작해 달라”는 주문에 그쳤지만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등 현 정부의 업무 추진 스타일에 미루어 이번 ‘통일세’ 제정 사업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실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당장 16일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를 통해 “언젠가 이룰 통일을 위해 통일세를 검토할 때가 됐다”며 “정부 안이 나오면 야당과 잘 얘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통일세’ 추진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감세’ 정부가 통일 문제와 관련해 선뜻 ‘증세’의사를 내비친 셈으로, 증세에는 공감대 확산과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하지만 현 정부의 주장은 두 가지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어진 분단 상황의 관리를 넘어서 평화통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나 야권은 비판적이다.

    감세에서 증세로?

    무엇보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의 기조 변화 없이 통일세의 신설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 남북교류기금 사용률이 현격하게 떨어짐에도 증세를 통해 통일의 조건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또한 구체적인 조세부담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부자감세’를 기반으로 하는 현 정부의 조세 정책 기조로 볼 때 다수 국민에 부담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화문 앞에서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일세 도입 언급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현재 있는 남북협력기금도 제대로 사용 못하면서 새로운 세금 도입부터 논의한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며 “통일세 논의에 앞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을 통해 남북 간 교류-협력이 선결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새로운 세금 도입에 앞서 2012년부터 내리려고 하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의 중단, 다시 말해 부자감세를 중단하는 것이 순서”라며 “사회적으로 능력 있는 분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통일세 재원으로 사용하면 될 것을 부자들 세금은 깎으면서 중산서민으로부터 새로운 세금을 걷어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역시 “돈이 없어서 남북관계 개선 못 했나”라며 “남북 간 협력과 통일을 위해 소요될 재원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이미 설치된 남북협력기금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 집권 한 해 집행률이 18.1%로 2007년 집행률 66.7%의 1/3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남북협력기금이 남아도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비핵개방 3000’ 운운하며 남북 관계를 긴장시켰고 남북관계가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 이전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라며 “남북관계 악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장본인인 이명박 대통령이 난데없이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통일세를 만들자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라고 지적했다.

    남북협력기금 사용 극히 부진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왜 이런 제안을 느닷없이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명박 정부가 남북평화와 통일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재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불과 며칠 전까지 동서해상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정부가 통일세를 걷자니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김정진 변호사는 “재원마련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해서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공정공평한 증세를 위해서는 소득세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동안 소득세에 대해 계속 감세를 해왔다”며 “만약 소득세를 올리려 한다면 그동안 감세한다고 말해왔던 게 더 우습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석 조승수 의원실 정책수석보좌관 역시 “실질적으로 밑그림이 안 그려진 상황에서 판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만약 소비세 부과로 간다면 결국 십시일반으로 나누자는 것인데 그동안 이 정부가 부자감세를 해 온 상황에서 십시일반 걷자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 정책에 비교적 호의적 태도를 취해온 보수언론들도 ‘통일세’ 신설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부가 각종 감세정책을 동원하고, 세종시·4대강사업 등으로 막대한 재정적자를 내고 있는데 통일세를 꺼내기엔 부담스러운 환경”이라며 “국민적 반감으로 번지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역시 “새로운 세목을 만드는 것은 기존 세금의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통상 조세 저항이 더 크다”며 “그보다는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남북협력기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고 축적해 순리적으로 통일에 대비하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통일세 도입은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대북 이슈 선점?

    관심은 왜 조세저항까지 각오하면서 현 정부가 ‘통일세’ 카드를 꺼내들었냐는 것이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측과 대화 없이 대결 구조로 가고 있는 현 정권이 통일세를 말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전쟁세를 걷겠다는 것”이라며 “통일세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악화된 국가 재정과 부채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등으로 악화된 국가 재정을 메우기 위해 ‘목적세’인 ‘통일세’를 신설해 끌어들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목적세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걷힐 가능성도 불확실한 세금을 전용하기 위해 그러한 화두를 던졌다기보다는 보다 단기적인 노림수가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는 “어느 언론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는 신호를 국민들에게 줌으로써 남북관계를 계속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지적을 했는데 이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며 “북한 관련 이슈가 그들의 텃밭을 지키는데 중요한 이슈인 만큼 계속 그와 관련된 화두를 던져나가겠다는 것 아니겠나”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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