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캠퍼스 침투' 이번엔 성공?
    "학습권 침해" vs "학교 재정에 도움"
    By mywank
        2010년 08월 14일 11: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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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서강대학교 입점에 실패한 (주)삼성테스코의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최근 다시 ‘캠퍼스 침투작전’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에 택한 곳은 주변 지역에 대형마트가 없는 숭실대학교이다. 이들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대학 캠퍼스에 대형마트가 사상 처음으로 입점하게 된다. 숭실대 구성원들과 주변 상인들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대형마트 ‘캠퍼스 1호점’ 생기나

    (주)삼성테스코와 숭실대는 지난 5월 ‘숭실대 교육·문화복지센터 민간 투자시설 사업 실시협약’을 맺었다. 서강대의 경우와 같이 학교 측은 학내에 일부 부지를 제공하고, 유통업체 측은 이곳에 새 건물을 지어주는 방식(27년 무상임대)으로 홈플러스 입점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숭실대는 문화관, 고전압 실험실, 경상관, 테니스장이 있는 연면적 7만 2783m²의 부지를 내놓았고, (주)삼성테스코는 1천억 원의 건축비를 약속했다. 이곳에 들어설 대규모 상업시설인 ‘숭실대 교육·문화복지센터’의 지하 1~2층은 대형마트, 지하 3~5층은 마트 전용 주차장, 나머지 지상 11층은 강의실·연구실을 비롯해 기타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상복합이 아니라 ‘학상복합(學商複合)’이라 부를 만하다.

       
      ▲숭실대 안내판 옆으로, 홈플러스가 들어설 문화관(왼쪽)이 보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 건물은 오는 2014년경에 완공될 예정이지만, 홈플러스가 이곳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 주변 상인 반발과 교통영향평가,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앞으로 넘어야할 산은 많은 상황이다. 지난 2008년 5월 협약 체결 뒤 홈플러스 입점이 추진됐던 서강대는 학내외 반발과 인·허가가 지연 등으로 지난해 8월 입점 계획이 철회된 바 있다.

    이처럼 (주)삼성테스코가 대학 입점에 집착하는 이유는,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를 따라잡기 위한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발표된 지식경제부 조사자료(2009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이마트는 127개, 홈플러스는 114개 대형마트를 운영 중이다. 업체들 간에 입점 경쟁으로 부지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 캠퍼스 점포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요충지’인 셈이다.

    삼성테스코의 ‘대학 집착증’ 왜?

    숭실대 역시 외부 자본을 끌어들임으로써, 거액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학교 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숭실대는 지난 2005년부터 ‘캠퍼스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기존 건물에 대한 신축 및 리모델링 공사를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등 외부환경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경상관 부근에서 학생회관 신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과 유통업체 간에 ‘윈윈(win-win) 전략’이 구축된 상황에서, 학내 구성원들과 주변 상인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레디앙>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숭실대를 찾아가, 홈플러스 입점에 대한 캠퍼스와 주변 상권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숭실대에서 오래된 건물 중 하나인 경상관 내부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홈플러스 입점 예정지는 학교 정문 바로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고, 숭실대입구 삼거리와 지하철 7호선 숭실대입구역 3번 출구에 인접해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 또 인근에는 3,000여 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상도 엠코타운’ 아파트단지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유통업체의 입장에서는 최적의 상권을 형성할 수 있는 ‘금싸라기 땅’이었다.

    정문에 들어서자, 최근 신축된 안익태 기념관과 형남 공학관 옆으로, 상대적으로 오래되어 보이는 문화관과 경상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홈플러스가 들어설 곳으로 학교 관계자는 “두 건물은 지어진 지 30~40년이 되어서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 입장에서 정문에 있는 오래된 두 건물은 대외 이미지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의 전통보다는 새로 올리는 ‘신상’을 추구하는 세태와도 닮은 듯하다. 

    홈플러스 입점이 추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아직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숭실대 총학생회(회장 유재준)도 이번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는 다음달 1일 이후에야 홈플러스 입점에 대한 학내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이를 수렴해 학생회 차원의 입장을 정하고 향후 대응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총학생회, 학내 여론조사 실시키로

    이날 숭실대에서 홈플러스 입점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힌 학생들을 만나 볼 수 있었지만 ‘상업주의’ 혹은 ‘주변 상권 침해’ 문제보다는, 대부분 ‘학습권 침해’ 등 개인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점을 반대의 이유로 들었다. 또 이런 입장을 밝힌 학생들이라도, 대형마트 등 상업시설 입점에 따른 이점이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감추지 않았다.

       
      ▲숭실대 경상관 부근에는 학생회관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송기은 씨(국제통상학과)는 “공사가 시작되면 시끄러울 것 같다. 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외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텐데, 공부에 방해만 되지 않겠는가. 학습 여건에 ‘플러스’가 되는 부분이 없는 것”이라며 “하지만 대형마트 등이 생기면 아무래도 학교생활이 편리해지는 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광 씨(건축학부)는 “홈플러스가 들어서면 사람들이 차를 가지고 장을 보러오고, 운송 트럭들도 수시로 들락날락하지 않겠느냐. 학교 주변이 혼잡해지고 소음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며 “하지만 대형마트가 생기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학교가 더욱 예쁘게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입점을 반기는 학내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권지원 씨(기계공학과)는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학교에 여러 이득이 생길 텐데, 결국에는 학생들에게도 이득이 돌아오지 않겠느냐”라며 “상업시설이라고 무조건 반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권 아무개 씨(경영학 석사과정)는 “외부 자본을 유치하면 학교 재정이 나아지기에 찬성한다”라고 밝혔다.

    "학습권 침해" vs "학교 재정 개선"

    이날 숭실대에서 만난 학생들은 찬반 의견이 엇갈렸지만, 전반적으로 홈플러스 입점 문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숭실대 측 철거 요구에, 정문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쫓겨난 노점상들 (사진=손기영 기자) 

    반면, 숭실대 주변 지역 상인들의 ‘절박함’은 학생들이 느끼는 것과 사뭇 달랐다. 우선 학교 정문 앞에서 떡볶이, 순대 등 분식을 팔던 노점상들은 홈플러스 입점의 ‘1차 피해자’였다. 숭실대는 지난해 3월 김대근 신임 총장이 취임한 뒤 대대적으로 ‘클린 캠퍼스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사실상 정문 앞에 있는 노점상들을 철거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숭실대 측은 노점상들이 계속해서 철수하지 않자, 정문 안쪽에 노점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분식을 파는 임시 매점 2곳을 설치하기도 했다. 결국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 측이 마련한 임시 매점을 이용하게 되었고, 손님이 끊기게 된 대부분의 노점상들이 지난해 6월 장사를 그만뒀다고 이곳 상인들은 전하고 있다.

    이곳에 있던 노점상 11곳 중 현재는 3곳만이 학교 측의 ‘탄압’을 피해, 정문 앞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겨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결국 학교 측의 ‘클린 캠퍼스운동’은 대형마트를 입점시키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었던 셈이다. 학교 앞에서 15년째 분식을 팔고 있는 장영희 씨는 “지난해 초부터 학교에서 계속 노점상들을 다른 곳으로 쫓아내려고 했는데, 최근 홈플러스가 학교에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떡볶이 파는 노점상부터 쫓아내

    그는 또 “학교에서 노점상을 쫓아내기 위해 별짓을 다했다. 정문 안쪽에 매점을 만들어서 우리가 떡볶이를 2,500원에 팔면 1,000원에 팔고, 튀김을 2개 1,000원에 팔면 5개 1,000원의 파는 식으로 악의적으로 장사를 방해했다”라며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쫓겨나니 장사도 거의 안 되는 실정이다. 주변에 다른 상인들이 함께 해준다면 같이 싸울 용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숭실대 부근에 있는 ‘상도 골목시장’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숭실대 정문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는 ‘상도 골목시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숭실대와 가장 가까이 있는 재래시장으로, 홈플러스가 들어서게 되면 ‘직격탄’을 맞게 되는 지역 상권이었다. 이곳에서 만나본 대부분의 상인들은 홈플러스가 숭실대 입점하다는 소식에 적지 않은 위기감을 느꼈지만, 싸움에 나서는 데에는 회의감을 나타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솔직히 홈플러스보다 숭실대가 더 나쁜 놈이다. 대학교가 공부하는 곳이지, 장사하는 곳이냐”라며 “크고 예쁜 곳이 생기면 손님들이 다 그쪽으로로 갈게 뻔하다. 하지만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 그냥 앉아서 당하는 거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옆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다른 상인도 “앞으로 그게(홈플러스) 들어서면 장사하는데 지장이 크다. 여기 시장에 있는 상인들이 모두 죽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 사람들이 (대형마트를) 만들려는 것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말릴 수가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골목시장 상인들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지역 주민들은 누구보다 홈플러스의 숭실대 입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숭실대가 있는 서울 동작구와 인근 관악구에는 대형마트가 한 곳도 없어, 이마트 용산점이나, 롯데마트 서울역점 등을 찾아가 장을 보는 지역 주민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었다.

    지역 주민 이 아무개 씨는 “지금도 먼 데까지 가는데, 동네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당연히 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으며, 오경숙 씨는 “상도동은 없는 게 많은 동네라, 대부분의 주민들이 대형마트가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다. 찜질방, 헬스장도 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숭실대 입점을 저지하기 위해, 서강대의 경우처럼 지역차원의 연대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당시 (주)삼성테스코 측은 서강대 R관 자리에 ‘개교 50주년 기념관 및 국제인문관’을 지어주는 조건(30년 무상임대)으로 이 건물(지하 4층, 지상 11층)의 6개 층을 사용하려고하자, 서강대 학생들은 지난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의 진보정당, 상인들과 연대해 이를 철회시킨 바 있다.

    공대위 실천단장이었던 정정로 씨(경제학과)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서강대 학생들도 홈플러스 입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몇몇 뜻있는 학생들이 공대위를 제안했고, 민노당 마포구위원회와 지역 상인들이 연대하면서 입점 반대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서강대에 이어 숭실대에서도 대형마트와의 격돌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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