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화폐는 달러와 위안화
    평양 고급 취재원 밝힐 수 없어”
        2010년 08월 13일 10: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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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 대한 뉴스는 믿어줄래야 믿어주기 힘들다. 출처도 불분명하고, 확인할 방법도 없고, 무엇보다 그에 대한 해석이 친북이냐 반북이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의 북한 뉴스란 건 알량한 첩보나 소문에 이데올로기적 희망과 상업주의적 선정(煽情)을 적당히 버무린 ‘소설’ 수준이기 십상이다.

    북한 뉴스시장

    그러던 북한 뉴스 시장에 ‘좋은 벗들’이나 ‘우리민족서로돕기’ 같은 대북 교류지원사업 사회단체들이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북한 뉴스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언론매체들이 여럿 생겨났다. 북한을 다루는 언론매체 중 요즘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이 ‘열린북한방송’이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영세한 북한 전문 뉴스매체에 불과했던 열린북한방송의 뉴스를 여러 내외신이 인용 보도하면서, ‘적중률 높은’ 북한 뉴스 공급처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은 공개되지 않았던 김정일 동상 사진을 최초로 발굴한 열린북한방송의 뉴스를 거의 대부분의 내외신이 인용 보도하였고, 북한 화폐개혁 관련 뉴스도 열린북한방송 내용이 인용됐다. 이후 <뉴욕타임즈>, <아사히>, <CNN>, <BBC> 등이, 남북한 정부가 확인해주지 않는 북한 정보를 확인해주는 출처로 열린북한방송을 이용하고, 열린북한방송의 활동 자체를 보도하기도 하였다.

       

      ▲하태경 대표(사진=열린북한방송)

    이는 반북운동단체들이 퍼뜨리는 ‘누가 사형 당했다더라’는 식의 뉴스와 상반되는 뉴스를 열린북한방송이 여러 차례 보도했고, 몇 차례에 걸쳐 열린북한방송의 보도가 사실임이 증명된 덕분이다.

    물론, 열린북한방송의 이와 같은 적중률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무엇보다도 열린북한방송만의 북한 뉴스관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오랜 관찰이 필요할 것 같다.

    아래는 11일 오후 서울 신림동의 열린북한방송 사무실 근처 커피숍에서 이루어진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 *

    북한 주민과 세계의 소통 촉매제

    – ‘열린북한방송’을 소개해달라.

    = 열린북한방송의 목표는 북한 주민들과 세계의 소통에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정보 사회인데, 북한은 세계적으로 가장 정보가 폐쇄돼 있는 곳이다. 그래서 먼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의 소식을 전하는 북한 주민 대상의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고, 또 하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수수께끼 같은 나라인 북한 내부의 소식을 바깥에 알려 세계와 북한이 통하는 창(窓)의 역할을 하려 한다.

    – 하나는 대북 단파라디오 방송이고, 또 하나는 북한 뉴스를 세계에 제공하는 사업인데, 북한 뉴스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대북 단파라디오는 효과가 있는 것 같나?

    = 탈북자를 대상으로 ‘외부 방송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샘플 조사를 가끔씩 한다. 2005년에 언론재단이 한국에 온 지 2년 이하 탈북자 304명을 대상으로 ‘외부 방송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조사를 하니 32명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작년에 ‘인터미디어’라는 미국의 매체조사 기관에서 미국에 있는 탈북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니, 57명이 ‘YES’라고 답했다. 몇 년 동안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앞서의 미국 조사에서 열린북한방송을 들어본 사람은 250명 중 5명이었다. 단순 환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10만 명 정도의 북한 주민은 열린북한방송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 주민 10만 명이 듣는다

    – 원래 북한에서는 라디오 주파수 고정이고, 단파 라디오는 없지 않나?

    = 라디오를 구입해서 경찰서에 신고하면 우체국에서 납땜을 해주는데, 요즘에는 거의 신고하지 않는다. 중국은 나라가 넓어서 국내 방송용으로 단파 라디오를 사용하는데, 그게 북한 장마당에 많이 돌아다닌다.

    – 그런 사업하는 데 드는 돈은 어떻게 마련하나?

    =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 예산의 80~90%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외국에서 나온다. 펀딩하려 미국에 2년 동안 머물며 미국 국회예산을 따냈다. 백악관과 국무부, 의회를 찾아다니며 설득해서 미국 국회예산 펀딩에 성공했다. 그리고 유럽의 ‘국경 없는 기자회’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한국 정부의 프로젝트도 조금 한다.

    – 요즘에는 대북운동단체도 많고 북한 관련 언론매체도 많다. 열린북한방송은 그런 단체나 매체들과 무엇이 다른가?

    = 우리 스스로는 우리가 팩트에 충실하고 적중률이 높다고 자평한다. 열린북한방송은 평양의 깊숙한 소식들을 알고 있는 고위급 라인이 강하다. 노선 차이도 있다. <데일리 엔케이>는 북한민주화 기관지인데, 우리는 저널리즘에 충실한 언론매체일 뿐이다.

    – 고위급 라인이라는 건 어떤 사람들인가? 그런 사람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

    = 각각의 사람들이야 여러 이유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하나 같이 목숨 걸고 하는 일임은 매한가지다. 그런 사람들의 신분이나 접촉 경로는 절대 밝힐 수 없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제공하는 정보가 신뢰할만한 것인지도 한국에서처럼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다.

    여러 출처의 서로 다른 정보를 크로스 체크하고, 믿을 만하다는 경험을 쌓는 방법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적중률이 높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가려지고 있다.

    – ‘반북운동’ 아닌가?

    = 아니다. 우리는 북한을 소재로 하는 전문 언론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북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인권선언 19조는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매체의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정보접근의 자유를 말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 활동이 인권운동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진짜 목표는 KBS 대북방송을 이기는 것이다. 우리는 가급적이면 칼럼도 안 쓰려 한다.

    "반북 아니다"

    – 그래도 ‘반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 우리가 전하는 북한 소식 중에 부정적인 게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이라는 것이 원래 사회 부조리 캐고 부정적인 곳을 들추는 것 아닌가.

    얼마 전에 우리가, 북한 국가대표 축구감독이 숙청되지 않고 열심히 축구 연습 중이라는 보도를 했는데, 우리가 반북이라면 이런 정보를 입수하더라도 보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조선로동당 박남기 계획재정부장이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 쓰고 총살됐다는 국내 보도가 있었는데, 우리는 총살되지 않고 오지로 쫓겨났다는 정보를 입수해 반박 보도를 했다.

    – 요즘의 북한 이야기를 해보자. 북한 국내로는 화폐개혁과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문제, 국제적으로는 천안함 사건과 한미 군사훈련이 핵심 이슈인 것 같다. 먼저, 화폐개혁부터 이야기해달라. 화폐개혁 실패로 인해 북 붕괴설까지 나오고 있는데?

    = 그렇게까지는 안 갈 것 같고, 민심이반이 가장 분명하고 뚜렷한 현상이다. 북한의 경제적 계층을 분류해보면 2~3%의 최상위층, 30% 가량의 중산층, 나머지 65%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절대빈곤층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화폐개혁 실패의 가장 큰 피해자가 누구인가를 살피면, 최하위층은 돈이 없어서 피해를 입을 것도 없고, 중산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 화폐개혁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인데, 그 첫째는 사회적 부의 이전이었다. 장롱 속에 돈 쌓아놓은 부자들의 돈을 사회적으로 동원하여 국가 재정을 충실히 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 부를 이전하려는 것이었다.

    화폐단위를 1/100로 바꾸면서도 월급을 예전처럼 그대로 주고자 한 것은 그만큼 월급을 올려주겠다는 의도이다. 또 하나의 목표는 달러를 못 쓰게 하여 장롱 달러를 끌어모아 국가에 부족한 외화를 충당하려 한 것이다.

    화폐개혁 실패로 북한 중산층 붕괴

    이번 화폐개혁 때 북한 돈 10만 원까지만 바꿔준다고 했는데, 1달러에 3,500원 가량 하던 당시 환율로는 30달러가 채 안 되는 돈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그날 장마당에서 장사해 번 돈으로 쌀 사가지고 들어가 먹고 살기 때문에 그만한 돈도 없었다. 그리고 최상위 2~3%는 달러나 위안화를 모아놓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람들도 별 피해가 없었다.

    반면 중산층은 북한 돈으로 200~300만 원 가량씩 집에 저금을 해두고 있었는데, 10만 원밖에 안 바꿔주니 이 사람들이 자기 자산을 날린 꼴이 되었다.

    – 그렇다면 옛돈과 새돈을 대신 바꾸어주는 암거래 시장이 형성됐을 것 같은데?

    = 그런 게 횡행했고, 그런 일 하다 잡혀가서 처벌받고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 듣기로는 전쟁 전 농지개혁보다도 더 센 정책인 거 같은데, 그런 무리수 정책이 될 것이라 믿었을까? 결과적으로 실패인가?

    = 실패다. 중산층 30%는 북한 정권에 비판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30% 중에 20% 가량의 민심은 이번에 정권 반대층으로 이반됐다고 봐야 한다.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면 물가도 같이 떨어져야 하는데, 그 조건은 공급이 원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니 그런 구상이 다 망했다. 경제를 모른 것이다. 처음에는 좋았다. 화폐개혁 전에 쌀이 1kg에 2,000원이었는데, 화폐개혁 직후에 20원이 되니 구매력이 100배 올랐고, 노동자와 농민들, 연금생활자들은 처음 한 달 동안은 ‘우리 수령님 최고’라는 식으로 좋아했다.

    그런데 시장에 쌀이 없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쌀 1kg가 다시 1,300원으로 올랐다. 게다가 임금을 올려준 것도 제대로 집행이 안 됐다. 잘 나가는 공장에서만 임금이 제대로 지급됐다. 결국 중산층이 재산 빼앗긴 것밖에 아니다.

    – 이런 일련의 경제개혁이 어떻게 나갈 것 같은가?

    = 북한 돈이 신뢰를 잃어버렸다. 거래를 달러나 위안화로 하려고 하고, 같은 물건이라도 북한 돈으로 지불하려면 수수료를 더 줘야 한다. 남미에서 달러가 공용화폐가 된 것처럼 평양에서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iton) 현상이, 국경 지역에서는 위안화가 공용화폐 비슷하게 되어버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북한 돈의 달러와 위안화 환율이 계속 올라가고, 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평양에서는 달러라이제이션

    – 그 정도면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력이 없어진 수준인데?

    = 통제력을 거의 상실했다. 이번 화폐개혁 때 시장을 없애고 공급계획경제를 부활시키기 위해 장마당에 가격을 정해놓고 그 이상의 거래를 단속하고 했었다. 그런데 장마당에서 쌀이 거래되지 못하니 결국 쌀값만 더 올려놓고 말았다. 이런 시장통제를 작년 11월부터 시작해 올해 2월까지 계속했는데, 그동안 계속 물건값이 오른 것이다. 그래서 올 3월에 항복하고, 장마당에서의 자유로운 거래를 다시 허용했다.

    – 그렇다면 옛 화폐 수준으로 물가가 다시 오르고, 민심만 잃은 꼴인가?

    = 그렇다. 북한 정권이 얻은 것 한 가지는 상층부에 대한 통제력이다. 달러나 북한 돈을 숨겨놓았다가 최고위층의 정보를 가지고 미리 바꾸어놓을 수 있었던 계층은 친위세력 강화에 활용됐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에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군부나 관계에 축재와 정경유착이 강했고 북한 정권이 그것을 두려워했는데, 이번에 그런 계층들에게 정권의 힘을 보여주면서 충성을 확보했다.

    – 다음 권력이 김정은으로 가고 있는 건 맞는가? 김정일 비서나 그 주변의 권력자들이 김정은 후계구도에 합의한 것인가?

    = 맞는 것 같다. 지금 이 상황에서 김정일이 다른 후계자를 찾으려면 어려움이 크다. 고위급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김정은으로 합의된 것으로 다 알고 있다. 김정은 생일인 올 1월 8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해 인민들에게 후계를 알렸다. 내년에는 공식공휴일이 될 수도 있다. 올해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65주년에 대외적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김정은 후계 구도, 북 수뇌부와 중국 합의"

    – 그런 후계구도는 북한 수뇌부가 정하겠지만, 중국과도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 작년 가을 다이빙궈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을 접견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5월달에 중국에 가서 김정은을 소개하려고 했는데,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화폐개혁이 실패한 상황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다 평양을 비울 수 없다고 해서 김정일만 중국에 갔다.

    그런데 김정일-후진타오 합의문에 김정은 후계를 중국이 인정한 것을 암시한 대목이 있다. ‘북한과 중국의 대를 이은 발전을 위해 상호 공동 노력한다’라는 대목인데, 이는 2012년 후진타오에게서 권력을 넘겨받을 시진핑과 김정은 구도에 대해 상호 인정한다는 것이다.

    – 북한 권력층 일부에서 반발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 당연히 꽤 불만이 있는데, 표출은 절대 못한다. 친김정일이었는데, 김정은 시대에 도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최고위층은 불만이 있다. 중국도 안 좋아한다.

    – 지금에야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런 후계구도가 원만하게 진행될까?

    = 김정일의 정치적 수명과 물리적 수명이 변수다. 김정일이 오래 살면 김정은에게 유리하고, 그렇지 못하면 반대 상황이다. 그래서 김정일은 매제인 장성택-김경희 부부를 유언집행자나 섭정, 후견인으로 정해놨다. 중국에 김정남을 좋아하는 여론이 많지만, 그런 여론이 무리하며 공식화되기는 어렵다.

    – 북한이 그렇게 어려운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남한 안의 평가에서도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효과 없이 시끄럽기만 한 이명박의 대북정책"

    = 먼저 천안함 외교를 보면 유엔에서 북한에게 패배한 것이다. 왜 실패했느냐? 합조단에 중국과 러시아를 불렀어야 한다. 조사 결과가 조금 더 완화되었을 수도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처음에 배제한 것은 큰 오류다.

    그리고 항공모함까지 부른 군사훈련은 왜 하느냐? 결국 중국과의 긴장을 높이는 결과만을 만들고 있다. 북한을 제재하려면 중국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데, 중국을 배제시키고 지나치게 대미 일변도로 갔다. 이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그리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책이 보여주기식 노이즈 팔리시(Noise Policy)뿐이다. 북한에 삐라 뿌리고 군사분계선에서 스피커 방송한다고 하는데, 당시의 분위기에 편승한 것일 뿐이다. 우리가 전쟁 하자는 것도 아니고, 북한을 고통스럽게 하겠다는 건데, 시끄럽게 하는 게 고통스럽게 하는 건 아니다.

    국민들 정서도 가능하면 차분하고 냉정하게,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고통을 주자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아무런 실효도 없이 긴장만 고조시키는 것이다.

    – 천안함 침몰에 대해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는데, 과학적 증거 외에 정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 우리는 북한이 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천안함 공격에 대해 알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어렵게 정보를 입수했고, 그 정보는 나중에 합조단이 발표한 것과 상당히 일치한다.

    그렇다면 왜 북한이 그걸 했을까? 수령 사회인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퍼스낼러티를 연구하는 게 중요한데, 당하면 꼭 보복한다는 게 김정일의 철칙이다. 김정일이, 작년 11월 대청해전에서 패한 직후 12월 말에 서해 해군사령부에 김정은과 같이 내려가서 ‘반드시 보복하라’고 지시했고, 그 지시에 따라서 해군사령관 정명도가 국방위원회에 안을 올렸고, 그 안을 국방위 부위원장인 김영춘과 오극렬이 검토해서 김정일에게 보고했고, 처음에는 김정일 생일 부근에 하려다가 날짜를 변경해서 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 긴장을 높이는 것이다. 북한의 정책 최우선 과제는 후계 안정화고, 그걸 위해서는 국제정치학 이론대로 외부에 적을 만들어 내부를 단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에 대한 군부의 지지 확보도 목표다.

    "북한의 최우선 목표는 김정은 후계 안정화"

    – 그런데 당시 상황은 북핵 위기 국면에서 대미 교섭 국면, 6자회담 준비 단계로 전화하려는 상황 아니었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미 협상도 예정돼 있었는데?

    = 북한은 6자 회담에 대해 피동적인 입장이다. 하기 싫은데, 미국과 중국이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하겠다는 식의 제스춰를 취하는 것이다. 6자 회담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는 것은 북핵 포기를 요구한 미국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미국에 가겠다고만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냥 외교적 제스춰만 한 것이다. 결국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대립하고 방미는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 교류협력을 중단한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불가피했다. 금강산에서 총 맞아 죽지 않았나? 개성공단 같은 경우는 북한과 이명박이 서로 길들이기를 하다가 이렇게 된 거다. 서로 길들이기,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불가피한데, 그 다음에 관계 정상화가 안 된 것은 북한 내부 요인 탓이 크다.

    한국의 북한 연구자들은 남이 유화하면 북도 유화하고, 남이 강경하면 북도 강경하다는 식의 생각들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북한은 그런 수동체가 아니다. 북한도 내부 정치가 있고, 남과의 관계만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 그렇다면 바람직한 대북정책은 무엇이냐?

    = 방송국 입장이 아니라 개인 입장을 이야기하자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옳다. 80년대, 90년대에는 화해협력이나 통일을 위해서는 남한의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북한이 구조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북한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정책 선택을 해야 한다.

    – 북한의 변화란 무엇인가? 변화를 시키는 방법은 또 무엇인가?

    북한, 최소한의 인권 지켜야

    = 수령제를 하든 왕제를 하든 북한 마음이다. 하지만 대외 관계에서는 근대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국제적 보편 기준으로 확립된 것을 지키고, 대내적으로는 최소한의 인권 기준을 지켜야 한다. 이동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같은 최소한의 시민권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 당장 표현의 자유나 집회, 정치의 자유를 지키라고는 하지 않겠다.

    – 한편으로는 북한의 사회적 민주화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발전이다. 이것은 미국이나 남한 우익뿐 아니라, 중국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둘이 수령제나 일당독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김정은이 세종대왕처럼 성군(聖君)이 되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 리비아 가다피 아들이 대미 관계를 개선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북한이 선택할 문제다.

    – ‘북한 민주화’론이나 북침 주장 같은 것도 있었다.

    = 북한의 국체(國體)가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불가피할 수는 있지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동독 사례에서 보듯이 그런 변화는 외부의 힘이 아니라, 주민들의 선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북한 붕괴론은 두 가지인데, 북한이 남한에 흡수되는 동서독식 경우를 말하는 것이 하나이고, 무정부 상태가 될 것이라는 급변 사태론이 또 하나다. 동독이 서독에 흡수된 것은 주민들의 선택과 동서독의 지도부가 그것을 수용했기 때문인데, 김정일-김정은 정권이 붕괴된다 할지라도 남북의 지도부가 동독과 같은 선택을 하기는 만만치 않다. 비현실적이다.

    무정부 상태의 가능성은 그나마 개연성이 있지만, 김정일-김정은 이외의 세력이 등장하여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중국 같은 외국이든 남한과 북한의 정치세력이든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시나리오를 관철하려면 그만한 세력을 북한 내부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 진보세력, 북한 변화에 도움 줘야

    – 다른 대북방송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대북 압박과 봉쇄, 정권 붕괴와 체제 교란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열린북한방송은 그런 목적이 전혀 없다는 말인가?

    = 우리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선택을 지원해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체 게바라나 노먼 베쑨처럼 국경을 넘어서는 민주주의자들의 국제 연대 정신은 필요하다.

    – 북한에 관심 있는 남한의 민주주의자들이 북한의 민주주의를 도와야 한다는 말인가?

    = 그렇다. 당장 통일을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진보신당 같은 정치세력이 북한과 절연하고 살 것인가?

    – 잠재적 불만계층이야 있겠지만, 그렇게 연대할 만한 사회적 운동세력이 북한에 있겠나?

    = 사람 사는 곳에 왜 그런 게 없겠나. 예전에 북중 국경에서 3년 동안 탈북자 지원활동을 했는데, 그때 북한의 젊은 엘리트 학생들과 정치경제학 공부, 민주주의 공부를 했었다. 한반도 전체의 정치를 생각하는 정치세력이라면 그런 구상 없이 미래의 정치를 일구어 갈 수 없다. 남한 진보세력과 시민사회는 북한 주민들과의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이런 일을 국가가 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정치세력과 시민사회는 대북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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