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기술유출방지 제도 마련을"
    By 나난
        2010년 08월 13일 06: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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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인도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M&M)가 쌍용차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보다 자동차 기술력이 떨어지는 인도 기업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기술유출 후 쌍용차를 매각한) 상하이차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힌드라 "쌍용 기술로 미국시장 적극 공략"

    마힌드라 그룹은 쌍용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전 쌍용차의 벤츠엔진 기술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쌍용차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 같은 사회적 우려의 소리는 더욱 힘을 얻었다.

    이에 노동계는 물론 한국사회는 마힌드라 그룹의 쌍용차 인수에 기대 반 우려 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나 상하이차의 ‘먹튀’(먹고 튀는) 행각에 정리해고, 희망퇴직 등의 이름으로 공장을 떠난 노동자가 3,000여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수 기업의 확실한 투자 약속과 정부의 기술유출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자연스레 뒤따르고 있다.

       
      ▲ 사진=이은영 기자

    이종탁 한국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마힌드라가 상하이차와 비슷한 이유(쌍용차 기술을 이용한 세계시장 공략)에서 인수를 원하는 상황이니 만큼 장기지속성의 부분에서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마힌드라가 외국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쌍용차의 핵심 기술만 활용하거나 브랜드 네임만 가져갈 우려가 있다”며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해고자를 중심으로 공장 밖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실장은 “인수자가 중국에서 인도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상하이차의 기술유출 문제가 법정에서 다퉈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하이차보다 (경쟁력이) 낮은 기업으로 매각을 서두르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상하이차보다 경쟁력 낮은 회사인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기술유출 방지와 투자 유치에 대한 약속 이행 담보”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설립돼 있는 기술유출방지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위원회에 참여해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노사 또는 노사정이 함께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나 상하이차가 투자 약속을 어기며 기술만 빼간 것과 관련해서도 “투자 유치 약속이 이행될 수 있도록 감시․감독 기능이 마련돼야 한다”며 “마힌드라 그룹은 쌍용차에서 기술을 빼나가겠다는 발상을 하기보다는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은 물론 이에 대한 이행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장 정상화 과정에서 고용이 보장된 이들로 공장 안에 새롭게 만들어진 쌍용차 노조의 이규백 교육선전 실장 역시 “상하이차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제도적 보완은 물론 정부나 지자체의 보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하이차는 실질적인 투자를 약속했지만 말 뿐, 그로 인해 쌍용차는 자생능력을 상실했다”며 “공격적 투자를 통한 신차 개발과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쌍용차 노조는 현재 차기 쌍용차 인수 기업에 대해 △고용승계 △실질적 투자 약속 △투자의 이행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보증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고용승계, 물질적 보상, 피해자 치유"

    한편, 상하이차의 기술유출과 먹튀 행각의 최대 피해자인 3,000여 명에 달하는 쌍용차 정리해고 및 희망퇴직자에 대한 고용보장과 피해보상 문제가 향후 인수 과정에서 변수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이창근 실장은 “실제로 상하이차의 먹튀 행각의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폭도’라 매도당하며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승계와 물질적 보상의 차원을 넘어 피해자들에 대한 치유와 사회적 화합을 위한 인수기업의 행동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와 산업은행 차원의 지난해 쌍용차 사태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재발방지 약속과 기술유출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 역시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등으로 공장을 떠난 노동자들을 다시 공장으로 복직시키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기업이 정상화가 돼야 이것이 현실화 가능하기에 이 부분을 국가 차원에서 인수기업이 이들의 복직을 담보할 수 있는 투자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노조․단체협약․근로조건 승계 등의 문제는 법적으로도 당연히 인수기업이 승계하도록 돼 있다”며 “무급휴직자의 복직이나 정리해고자 문제는 인수회사에서 반드시 책임지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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