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성나라당’-민주당 ‘성추행당’
        2010년 08월 12일 06: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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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성희롱 인식이 안이함을 넘어 심각한 수준이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 소재 대학생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쏟아낸 것에 대해 12일 김무성 원내대표가 “의원직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민주당은 이강수 고창군수의 성희롱 사건을 묻고 가는 분위기다.

    김무성 원내대표 "강용석, 의원직 유지가 바람직"

       
      ▲ 지난달 20일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중앙일보 ‘성희롱’ 기사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지난달 16일 강 의원은 당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성 대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고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여성 대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다면 네 (휴대전화)번호도 따갔을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 같은 강 의원의 발언이 재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이같은 사실이 보도된 후 즉각 윤리위원회를 열어 강 의원을 제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후 제명결정을 확정해야 하는 의원총회를 차일피일 미뤄왔고 결국 이날 김무성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면죄부를 부여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MBN>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의원이 해서는 안될 실언을 한 것으로 본인이 뉘우치고 있다”며 “앞으로 주의를 하도록 징계하되 의원직은 유지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부당하게 김영삼 전 총재를 제명한 것 외에 한 번도 제명한 역사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강 의원의 제명을 결정하고 지난 9일에는 강 의원의 재심청구 기각을 결정한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의 결정과도 위배된다. 또한 강 의원은 현재 발언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관련보도를 낸 기자를 고소하는 등 ‘반성’의 기미도 없다. 때문에 야권과 여성계에서는 김 원내대표에 대해 “무책임하고 반인권적인 발언”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성나라당 vs 성추행당

    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이강수 고창군수의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윤리위원회를 열었지만 민주당 윤리위의 조치는 ‘주의’수준이었다. 군청 계약직 여직원을 상대로 “누드 사진을 찍자”고 말하는 등 심각한 죄질이었으나 당시 민주당은 강용석 의원과의 비교를 거부하며 “정치공세의 성격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문제는 양 당이 ‘제 눈의 들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는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철봉 발언’, 이명박 17대 대통령 후보의 ‘마사지 업소 종사자 성희롱’ 발언,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등 한나라당 성윤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성나라당”이라며 비판의 칼을 겨눠왔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성희롱 전력이 있는 우근민 전 제주지사를 제주지사 후보로 공천하자 당 여성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민주당의 모습은 스스로 ‘성추행당’임을 증명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성희롱 사건에는 동병상련 느끼나?"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김무성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나라당이 진정한 성희롱 정당임을 스스로 고백한 실로 충격적 사건”이라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으로 민심을 심각하게 이반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우 대변인은 민주당 이강수 고창군수 사건 당시에도 “민주당이 자당 소속 공직자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면서 한나라당 의원의 성희롱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민망한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 역시 “한나라당은 재보선 시기 불똥이 튀는 걸 막아보려고 신속히 당원제명 징계까지 결정해 놓고 그 뻔뻔함이 혀를 내두를 정도이고 민주당은 이강수 고창군수의 성희롱 사건의 정황이 밝혀진 가운데도 경찰의 무혐의 판단을 근거로 버티며 구두경고 이외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적 분노와 시끄러운 여론이 조금이라도 잦아들면 유야무야 사건을 무마하려는 양당의 행태는 마치 거울쌍처럼 닮아 있다”며 “다른 사안에는 여야가 적이 되어 싸우지만 성희롱 사건에는 동병상련을 느끼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심 대변인은 “타당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스스로의 비판을 돌아보고 그 기준을 고스란히 자당 정치인들에게 적용해 보라”며 “한나라당이야 말로 묵묵하게 국회 윤리특위 결정을 기다려야 하며, 민주당은 자기반성을 기초로 이 군수에 대한 징계 및 책임 있는 사건해결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단체 "강력한 제재 필요"

    한편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12일 영등포 여성미래소통센터에서 ‘정치인의 성희롱 발언, 현황과 대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성희롱 정치인에 대한)차기 출마 제한 등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소장은 보수정당들의 이와 같은 행태에 대해 “정치인들의 성희롱 발언은 당연히 문제고 이는 정당차원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인데 전반적으로 정치인들은 당 내 윤리위나 징계위에서 당헌, 당규의 원칙에 입각한 책임있는 행동보다는 고소 결과를 두고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무성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바로 (강용석 의원을)제명조치 할 것처럼 강경하게 나가더니, 제대로 조치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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