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투쟁사업장 대화 물꼬 트이나?
    By 나난
        2010년 08월 12일 11: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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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장기투쟁 사업장 몇 곳에서 노사 간 대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기륭전자와 동희오토 노사가 최근 교섭을 위한 간담회 형식의 노사 만남의 자리를 약속했거나, 실무교섭을 연 것이다.

    해고와 노조 탄압, 파업과 장기투쟁으로 이어져오며 오랜 갈등을 겪어 온 만큼 이 같은 흐름이 극적 타결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사가 2~3년 만에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기륭전자 조합원들.(사진=이은영 기자)

    5년째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는 최근 회사와의 만남을 약속했다가 회사 측이 일정을 연기해 불발됐다. 지난 2008년 10월 12일 마지막 교섭을 끝으로 마주 앉지 못했던 기륭전자 노사가 약 2년 만에 대화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서울 가산동 옛 기륭전자 사옥 터를 매입한 건설사의 중재에 따른 것이다. 건설사는 구 기륭전자 사옥 터에 아파트형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농성을 펼치며 공장 건설을 위한 자재출입을 막는 등 공사 진행을 막고 있는 상태다.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은 “최근 건설사 측에서 ‘공사를 막지 말라’, ‘이번이 마지막 기회 아니냐’며 노사 간 대화를 중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기륭전자 노사는 지난 10일 오후 4시 만날 예정이었지만 회사 측이 휴가 등을 이유로 일정을 미뤄 약 2년 만의 노사 대화는 불발됐다. 건설사 관계자가 노조 측에 전달한 바에 따르면 노사 간 대화의 자리를 이번 주 내에 다시 잡기로 했다.

    하지만 기륭전자 노사의 이 같은 움직임이 ‘극적 대화, 극적 합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기륭전자 노사 간 대화를 중재한 건설사는 지난 10일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구 공장터에 찾아와 “교섭도 하니 자재 들어가는 것을 막지마라. 그렇지 않을 시에는 물리적으로 정리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에 김 분회장은 “교섭이 쉽게 열릴 것 같지는 않다”며 “문제를 정말 해결하기 위한 교섭이 아닌 공사 강행을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수, 목, 금 중에 교섭을 하자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는 건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륭전자분회는 회사와의 교섭이 열릴 경우 2008년 마지막 교섭 당시 요구했던, 22명에 대한 자회사를 통한 고용보장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 한달째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앞에서 농성 중인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사진=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한편,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한 달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희오토는 최근 사내하청업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비록 노조가 요구했던 원청인 기아차와의 직접교섭은 아직 열릴지 않았지만 노조는 사내하청업체가 대화에 나선 것은 기아차의 힘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는 이백윤 지회장이 소속돼 있는 ㅅ 업체와 만나 요구안을 전달했다. 최근 해당 업체는 노조에 본교섭을 위한 실무교섭을 요구했고, 이날 노조는 해고자 9명에 대한 원직복직과 노조활동 보장, 노조 사무실 제공, 전임자 인정, 단체협약 체결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제출했다. 업체 역시 교섭을 위한 요구안을 이번주 내에 작성해 노조에 전달하기로 했다.

    업체 측은 지난 4일 노숙농성장을 철수해야 간담회에 응하겠다는 기존의 요구를 철회하고 6일 노사 간 대화의 장을 노조에 요청했으며, 간담회 일정이 한 차례 연기돼 11일 오전에 열린 것이다.

    이 지회장은 이번 간담회에 관련해  “동희오토 투쟁에 대해 사측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회사의 심적 부담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지회장은 “기아차가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면서 동희오토도 사내하청 교섭으로 정리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원청인 기아차와의 직접 교섭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꼴이 돼 교섭에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하지만 사실상 기아차가 움직이지 않았으면 하청업체가 교섭에 나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므로, 기아차 노무관리실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사의 교섭은 지난 2007년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고, 하청업체별로 한 차례씩 교섭을 진행 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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