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화두 '세대교체'는 없다?"
        2010년 08월 11일 02:2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8.8 개각의 핵심인 김태호 총리의 내정은 정치권에 세대교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김 총리 내정자가 박정희 정권 시절 김종필 총리가 임명된 이후 39년만의 40대 총리인데다 이번 총리 인선으로 그가 여권의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면서, 박근혜-김문수-오세훈의 구도에 파열구를 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세대교체론 폭발력 있나?

    세대교체는 사실 야권에서 먼저 쏘아올렸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송영길 인천시장(63년생)과 안희정 충남도지사(65년생), 이광재 강원도지사(65년생), 김두관 경남도지사(59년생)는 40대 후반, 50대 초반이다. 이들이 당장 당권이나 대권주자에 합류하기 어렵지만 차차기 대선의 후보군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 왼쪽부터 김태호 총리 내정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

    실제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386출신들의 거센 돌풍을 지켜보면서 40대 리더십의 중요함을 강조해왔고, 이 연장선에서 ‘40대 총리론’을 구상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가운데 이 대통령은 김태호 내정자에 관심을 가져왔고 김 내정자와 함께 이재오 특임장관을 지명함으로서 세대교체와 권력누수 방지를 동시에 이루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진보정당에서도 민주노동당에서 40대 초반의 이정희(69년생)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됨으로서 세대교체를 이루어냈다. 당시 민주노동당 강기갑 전 대표는 차기 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둔 진보신당도 노회찬-심상정으로 대표되는 기존 리더십에 세대교체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관심사는 ‘세대교체론’의 폭발력이다. 지난 1972년 대선을 앞두고 박정희 대통령에 맞서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인 신민당에서 ‘40대 기수론’으로 대표되는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와 결국 김대중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의 3선을 위협하는 등 상당한 정치적 파괴력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의 세대교체론과 지금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김태호 총리의 내정 이후 차기 대권구도의 ‘세대교체 바람’을 예상하기도 하지만, 세대교체의 주체가 기존 권력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김태호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했으며 민주당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의 배경에 노무현의 힘을 무시하기 어렵다.

    허울좋은 말일 뿐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60년대 말 ‘40대 기수론’은 박정희 정권보다 더욱 보수적인 야당을 반권위주의적인 야당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신진 정치리더의 출현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지금은 단지 세대를 바꾸는 것 외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세대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내용이 중요한데 지금은 그냥 허울 좋은 말처럼 들릴 뿐 내용적으로 상징되는 것이 없다”며 “단순히 나이가 젊어지는 것 뿐이고,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젊어지는 것이 무조건 좋은지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현연 진보신당 정책위의장 역시 “세대교체라는 것이 단지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비전의 제시인데 이번 김태호 내정자는 단지 나이가 40대일 뿐, 젊은 이명박으로 불리면서 기득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수정치인으로서의 목소리가 강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총리의 교체를 세대교체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역시 “세대교체라고 한다면 교체를 당해야 할 윗세대가 존재해야 하지만 지금은 3김시대나 권위주의시대 같은 강력한 윗세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때문에 ‘40대 기수론’과 같은 강력한 세대교체로 지금의 현상을 풀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 소장은 “이같은 현상은 386세대가 사회 주류층인 40대가 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지난 지방선거에도 신진기수를 내세운 정당이 이긴 것이고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이들이 사회여론을 주도하는 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희 대표 북한 비판 발언 주목해야

    또다른 한 축에서는 청와대 발 ‘세대교체’와 야권의 ‘세대교체’는 분리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권력누수 방지용으로 선택된 세대교체와 야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대교체의 흐름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의 새로운 변화와 진보적 가치의 일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야권의 세대교체와 정계개편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취임 일성으로 북한에 대해 비판을 가했는데 이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대표 역시 “이번 개각을 세대교체의 측면에서 엮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 개각은 단지 권력누수를 막기 위한 개각에 불과하다”며 “사회여론을 고려해 한 개각이 아니기 때문에 여론이 악화되면 이미 제도적으로 레임덕에 빠져든 이명박 정권으로는 또 개각이라는 카드 밖에 꺼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