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까지 핵무기 폐지토록 해야"
        2010년 08월 10일 03: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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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9일, 2010년 원수폭금지세계대회는 나가사키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올해의 원수폭금지세계대회는 다른 때보다도 의제가 명확한 회의였다. 필자가 처음 참석한 것이 2005년이었는데, 당시는 그야말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부시행정부 시기였고, NPT재검토회의도 최종문서도 제출하지 못한 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NPT재검토회의의 결과가 나온 상태였고 그 성과와 한계도 명확했다. 그렇기 때문에,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또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이벤트’도 있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한 것이다. 아키바 타다토시 히로시마 시장은 일본 정부를 향해 일본이 핵무기 철폐의 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미국의 핵우산으로부터 이탈해야 한다"고 공개적 요구를 하기도 했다.

    지난 두 번의 기사에 이어 이번에는 원수폭금지세계대회를 정리하고, 향후 반핵평화운동의 과제를 점검해 본다는 의미에서 조셉 거슨의 인터뷰를 싣는다. 조셉 거슨은 미국 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hip Committee)의 프로그램 디렉터이며, 올해 5월 NPT재검토회의를 즈음한 뉴욕 국제공동행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수폭금지세계대회에는 80년대부터 참석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Empire and the Bomb : How the US Uses Nuclear Weapons to Dominate the World』(‘제국과 핵무기’, 2007년)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일본어판으로도 번역되었다. 또한, 한국과 중국도 수차례 방문한 바 있는 동아시아 전문가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8월6일 히로시마에서 진행되었으며, 통역이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그의 허락을 얻어 발표문과 논문 등을 통해 보완했음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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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총장 중요한 메시지 던져줘"

    – 올해 5월 뉴욕에서 개최된 NPT재검토회의의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이번 원수폭금지세계대회의 의제가 되고 있다. 2010 NPT재검토회의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한다면?

       
      ▲ 조셉 거슨 (사진=참세상)

    = 우선 한계를 말하기 전에, 우리가 일궈낸 집단적 노력의 성과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NPT재검토회의 최종문서(final document)에 “핵무기 없는 세계”의 달성이라는 문구를 명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 그것은 핵강대국들이 그들의 핵무기를 제거한다는 "명확한 책무(unequivocal undertaking)"가 재차 확인된 셈이다. 셋째, 2012년에 중동 지역의 비핵지대 건설을 위한 회의를 2012년에 개최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성과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우리의 투쟁에 있어 다음 단계를 위한 토대를 닦았다는데 있다. 세계의 많은 핵무기철폐 운동들이 연대를 형성했고 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었다. 특히, 핵무기 없는 세계를 달성함에 있어 유엔의 관료들과 각국의 대사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NGO 주최 워크숍에 직접 방문해 지지 연설을 했다고 들었다.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행동과 연설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줬다. 그의 국제공동행동기획위원회(뉴욕 국제공동행동을 준비하기 위해 세계의 NGO들과 활동가들이 참가한 임시네트워크-필자) 주최 집회에서의 연설은, 핵무기 철폐는 정부에게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대중적인 운동과 NGO의 역할이 필수적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는 “저는 여러분이 원칙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 알고 있습니다”라면서, 올해 히로시마를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반기문 사무총장은 실제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했다-필자). 또한, “우리의 공통된 비전이 핵무기로부터 자유로운 세계를 이루게 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NPT재검토회의 제한적 승리

    – 그러나, NPT재검토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은 것도 사실인데.

    = NPT재검토회의 마지막 날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유럽의 핵보유국들은 핵무기금지협약(Nuclear Weapon Convention)의 협상과 그 구체적인 일정을 명시한 합의를 하는 것을 반대했다.

    또한, 핵무기와 핵무기의 인프라를 현대화하려고 하는 핵강대국들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제한적 승리(limited victory)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작년 ‘프라하 연설’이나 그후 미러 양국 간의 전략핵무기 감축 협상 등의 프로세스가 진행되면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핵정책을 평가한다면?

    = NPT재검토회의 직후, 나는 오바마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를 다시 읽어봤다. 미국의 선제공격 정책을 재확인하고, 또한 향후 30년 동안의 미국의 핵 지배를 보장하기 위해 핵무기 인프라를 확대하고 현대화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는 미러 양국의 ‘새로운 전략핵무기 감축 협상(New START)’을 의회에서 비준받기 위해, NPT재검토회의 이후 향후 십여 년 간 핵무기 현대화를 위해 1천8백억달러의 예산을 쓰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의 푸틴 총리는 향후 50년 이상 러시아의 핵무기 인프라 현대화를 위한 재정을 확대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최근 십여 년 동안 미국 국가안보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비국가 행위자인 테러리스트와 혹은 깡패국가(rogue state)에 의한 핵공격을 막는데 있었다.

    이 정책의 핵심적 요소는 첫째, 핵무기 확산을 저지하는 것이다. 둘째, 미국이 자국의 역사에서 세계지배를 위해 ‘선제 핵공격’을 위협해왔다는 사실을 정치적으로, 심리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실제로, 나가사키 원폭투하 이후 30회 이상의 전쟁과 위기 국면에서 ‘선제 핵공격’을 위협하고 준비하기도 했었다.

       
      ▲ 조셉 거슨의 저서 ‘Empire And the Bomb’

    "2020년까지 핵무기 철폐 요구해야"

    – 미러 양국이 추진 중인 ‘New START’를 평가한다면?

    = 오바마 대통령은 ‘New START’의 의회 비준을 위한 표를 사기 위해 핵무기 현대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쓰겠다는 공약을 했다. 또한, ‘New START’가 그대로 실행된다고 해도 미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전 세계 핵무기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게 된다.

    그들은 우리에게 양국이 실전배치한 핵무기의 3분의 1까지 감축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양국이 여전히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6만개에 해당하는 파괴력을 가진 핵무기들을 유지하고 있을 거라는 말은 해주지 않았다.

    미국 과학자동맹(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은 “‘New START’는 미러 양국 모두의 핵 구조에 있어 어떤 변화도 강제해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핵무기철폐를 위한 세계적 차원의 대중운동의 향후 과제는?

    = 핵무기 철폐 운동은 우리들의 공동체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각국의 정치적 동학에 개입해 들어가야만 한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 중 하나는 한 나라의 운동들이 다른 나라의 운동을 어떻게 잘 지지, 지원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New START’의 비준을 쟁취해내기 위한 운동을 전개해 갈 것이다. 그 조약이 실패할 경우 미러 양국의 새로운 군비경쟁에 불을 붙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핵무기철폐 운동은 올해 11월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에서 NPT재검토회의 합의의 이행을 촉구하도록 개입해 들어가야 한다.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에는 중동지역 비핵지대는 물론이고, 핵무기 현대화를 중단하고 2020년까지 핵무기를 철폐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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