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들 "전쟁터인지, 공사현장인지"
        2010년 08월 09일 10: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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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재 채취 노동자들의 연령대는 40대 초반부터 60대에 걸쳐 있다. 자녀들이 대부분 중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낙동강에서 25년을 일해 온 부위원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솔직히 집에 들어가기 힘들고 겁이 나요. 우리 조합원들 집에 가면 볶여서 못 삽니다. 돈 때문에, 돈 타령 때문에요. 큰 애가 고1이고 작은 애가 중3인데요. 학원을 다 끊었습니다. 제 경우 애가 어리지만 다른 조합원 분들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라 더 힘들게 지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기술이라곤 낙동강에서 모래 생산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밖에 나가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래서 우리 목숨을 담보로 해서 끝까지 낙동강을 지켜내야겠다는 일념으로 조합원들이 결의에 차 있고, 끝까지 하겠다는 결의를 다 받아둔 상태입니다.”

    “전쟁터인지 공사 현장인지 분간이 안 가요”

    골재채취 노동자들은 대구 경북 지역에 700명가량 된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은 56명이다. 한때 백 명 가까이 이르던 조합원들은 4대강 공사가 미친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버티지 못하고 하나 둘 떠나갔다. 4대강 공사 초기, 정부는 이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 김창수 부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답사팀 (사진=이상엽 작가)

    “4대강 개발 공사하는데 저희 일손이 가장 필요로 하거든요. 근데 왜 거부했냐면 길어봐야 1년 내에 끝날 낀데 내 살 뜯어먹기 위해 거기 일하러 갈 수 없잖아요.”

    얼마 전 골재 채취 사업자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유서에는 ‘4대강 사업이 원망스럽다’고 쓰여 있었다. 그의 죽음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에 대한 절망 때문이었다. 조합원들 중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노동조합을 탈퇴한 후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도 있다. 부위원장이 동료의 얘기를 전해준다.

    “야, 지금 여기 노동 강도가 70년대 그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내가 왜 노동조합 탈퇴해서 이 고생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말해요. 새벽에 시작해서 한밤중이 되어야 일을 마친대요. 현장에서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 외국인 노동자들이랍니다.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서겠죠.”

    우리는 공사 현장을 보기 위해 사무실을 나와 화원유원지를 걸었다. ‘꽃동산처럼 아름답다’는 이름처럼 유원지는 낙동강이 낳은 수려한 경치를 뽐내고 있다. 화원유원지는 달성보와 강정보 사이에 있는 구간이다. 맞은편 강둑에 모래사장에서 퍼낸 모래가 쌓여 있고 작은 준설선 한 대가 강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이상엽 작가

    골재채취 노동자들은 12년 전 그네들 삶의 터전인 낙동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낙동강 환경감시단을 만들었다. 모래를 퍼올리는 자신들의 일이 강에게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강변의 쓰레기를 줍고,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철새가 날아올 즈음이면 먹이를 주었다. 부위원장이 공사가 시작된 이후 강의 변모를 우려한다.

    “제가 4대강 공사하기 전에 근무할 때 새벽 5시쯤 현장에 가면 고라니하고 수달을 많이 만났어요. 온갖 천연기념물들이 뛰놀고 했거든요. 지금은 가보면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게시대의 보호종 물고기들을 보면서) 이런 물고기들은 지금 다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조금 있으면 산란철인데, 이런 물속에서 산란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어민들이 고기도 상당히 많이 잡아 올렸거든요. 고기 어종도 다양했어요. 우리도 친하게 지내서 많이 얻어먹었는데……. 여기 있으면 전쟁터인지 개발 공사 현장인지 분간이 안 가요.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저리 가랍니다. 모래바람 때문에 눈도 못 떠요.”

    우리가 서 있는 고수부지 위엔 보호종 물고기들 사진을 게시한 표지판이 있다.

    이 지역에는 잉어, 붕어,누치, 끄리, 모래무지, 메기 등 다양한 수산동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포획 금지기간 및 금지체장을 준수하고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을 보호하여 소중한 수산자원을 우리 후손에게 잘 돌려줍시다.

    그 아래엔 대상 어종의 사진과 금지기간, 금지체장을 붉은 글씨로 표기했다. 그리고 천연기념물과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 문구도 표기해 두었다.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야생동물은 아래와 같으니 정성껏 보호합시다’

    이 문구 아래에도 사람들이 잘 보고 보호할 수 있게 어름치, 무태장어, 꼬치동자개 등의 천연기념물과 감돌고기, 흰수마자, 미호종개, 얼룩새코미꾸리, 두드럭조개 등의 멸종위기야생물고기들의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 사진=이상엽 작가

    세 가지 색깔의 낙동강

    낙동강은 화원유원지에 이르러 금호강을 만나고 진천천을 만난다. 멀리 합수지가 보이고 그 너머 성서공단의 공장과 굴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유원지에서 머지않은 강정보 공사장에서 내려오는 흙탕물과 성서공단, 염색공단 등 다섯 곳의 공단을 거치며 산업폐수와 생활하수가 유입된 검은 강물이 여기서 만난다.

    흙탕물과 검은 물, 두 물줄기의 색깔이 선명하게 구분된다. 4대강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색깔이 다른 두 개의 물길이 합수지점에서 만났다. 그땐 흙탕물이 아니었다. 진천천의 푸른 물까지 더하면 세 가지 색깔이 만나고 있다. 세 가지 색깔의 물길은 서로 섞이지 않고 한동안 나란히 흐르다 흐린 빛깔의 낙동강 물빛을 만들어낸다.

    낙동강에서 이 구간은 오염도가 가장 심한 곳으로 오염의 사각지대로 일컫고 있다. 이곳에 이르러 낙동강 물은 4급수가 된다.

    우리가 삼락둔치에서 만난 이준경 씨는 부산 경남 지역 주민들의 물에 대한 공포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 경기는 팔당댐 물을 먹습니다. 팔당 쪽에는 대규모 공장이 없고 도시가 없습니다. 오염원이 거의 없어요. 전라북도와 충청도는 대청댐 물을 먹습니다. 큰 공장이 역시 없죠. 전라남도는 영산강 수질이 나쁘기 때문에 주안댐 물을 먹습니다. 유일하게 부산 경남지역만 댐 물을 안 먹습니다. 낙동강물에 의존하는 지역은 대구(74%), 경남(90%), 부산(94%)입니다. 문제는 낙동강을 따라 공장이 많다는 거죠.”

    오염된 물로 인한 사망자는 하루 26000명이 넘는다. 전쟁으로 희생되고 있는 사망자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산업화 시기 낙동강 줄기를 따라 쉴 새 없이 공장이 들어섰다. 낙동강은 공업화 전진기지였다.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구미 국가공단이 들어섰고, 그후 포항엔 중화학 공업기지가 들어섰다. 이어 울산, 창원, 마산, 창원, 부산 등의 지역에 26개의 공단이 건설되었다. 이중 대구 경북 지역에 24개의 공단이 세워져 있다. 공단이 건설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유입된 인구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부산 경남 지역민들은 대도시인 대구의 하수와 공단에서 유입된 폐수가 유입된 강물에서 오는 물을 먹고 있다.

    물을 살리는 길

    이준경 씨가 4대강 사업의 목적인 수질 문제를 짚는다.

    “그런데 낙동강의 수질이 어떻냐는 것이죠? 낙동강 오염은 금호강 때문입니다. 대구에서 내려오는 금호강은 90년대 초반 하수처리시설을 만들면서 수질이 개선됐습니다. 낙동강은 최근 10년 동안 수질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부산이 5급수 정도였는데 지금은 2~3급수입니다. 구미까지는 팔당에 가까운 1급수입니다. 공단에서 오는 물들을 엄격하게 고도처리하기 때문입니다.

       
      ▲ 사진=이상엽 작가

    1991년에 페놀사태가 터졌죠?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 오염원은 화학물질을 내보내는 공장 폐수입니다. 문제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난분해성 화학물질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마다 1000종 이상의 신규 유해 화학물질이 새로 생깁니다. 신규 화학물질은 문제가 발생해야 새 항목에 포함됩니다.

    유해화학물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오염된 폐수를 강이나 하천에 내보내지 않고 재활용하는 무방류 시스템입니다.

    우리 낙동강에 그런 공장이 600개 정도 됩니다. 1조 정도만 투자해서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폐기물을 처리하면 수질 오염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해소됩니다. 대규모 도시와 공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고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곳으로 세계적인 사례가 되는 겁니다.”

    4대강 사업은 수질개선과 함께 수량 확보를 내걸고 있다. 정부는 낙동강의 수질 개선을 내세우면서도 부산경남지역 취수원을 246km 거리의 남강댐으로 옮기는 사업을 추진했다. 남강댐 증고사업에 따르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최근에는 <낙동강유역종합치수계획>에서 신규댐으로 지리산댐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지리산댐을 건설해 부산경남지역의 물 공급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는 수질 개선과 함께 수량 확보 사업의 허구를 설명했다.

    “4대강 사업은 낙동강에 10억 톤의 물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다른 강은 밖으로 빠져나가는 강물이 없습니다. 그런데 낙동강은 구미에서 공업용수로 낙동강물을 사용해요. 포항의 제철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공업용수는 안동의 임하댐을 통해 가져갑니다. 그게 40만 톤입니다. 울산의 공단에서 120만 톤을 가져갑니다. 200만 톤 이상의 물이 매일 빠져나가고 1년이면 7억 톤의 물이 빠져나갑니다.

    그러니까 이 물만 안 빠져나가게 하면 제일 좋죠.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방법이 있죠.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물을 재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포항제철이나 현대자동차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인데 재활용 비율이 거의 제로입니다. 우리나라 하수처리가 모두 고도처리로 바뀌었습니다. 고도처리법에 의하면 하수 처리 시설을 통해 30%를 재활용하라고 돼 있어요. 지금 울산에서 사용하는 하수 처리수가 100만 톤이 넘습니다. 고도처리를 통해 재활용하면 공업용수가 따로 나갈 리가 없어요. 그거만 활용하면 충분히 확보됩니다.”

    참고로 미국 플로리다 지역의 물 재이용 비율이 5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에 그치고 있다. 화원유원지를 떠났다. 버스를 타고 다리 위에서 낙동강을 바라보았다. 구불 구불 끝 모르고 몸을 틀며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흘러가는 강, 몸을 트는 곳마다 모래를 펼쳐놓는, 모래에 감싸인 강, 낙동강은 화원유원지에 이르러 제 물빛을 잃고 세 가지 색깔의 강물로 흐르고 있었다. 다리 위에서 보는 강물은 검은 물줄기와 흙빛 물줄기가 더 짙은 색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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