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친위부대 앞세운 ‘불통’ 개각
        2010년 08월 09일 09: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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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 개각을 지켜본 야당은 말문이 막혔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인사스타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만’과 ‘독선’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개각 결과는 대통령 친정체제 강화로 이어졌다. 차기 국무총리에는 김태호 전 경남 도지사를 기용했다.

    이명박 정부 2인자라는 이재오 의원은 특임 장관으로 내정됐다. 교육기술과학부 장관에는 대통령 신임이 두터운 이주호 차관을 기용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이재오 장관 측근인 진수희 의원을 기용했다. 박재완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다시 대통령 곁에 있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신재민 제2차관이 기용됐다.

    총리에 김태호, 특임 장관 이재오, 문화부 장관 신재민

       
      ▲ 이명박 대통령 (사진출처-청와대)

    지식경제부 장관에 이재훈 전 지경부 차관을 기용했고, 농림수산부 장관에는 친박근혜계인 유정복 의원을 기용했다. 이밖에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에는 임채민 전 지경부 1차관 , 중앙노동위원장에는 정종수 전 노동부 차관이 인선됐다.

    차기 국무총리로 40대의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기용한 것은 겉으로만 보면 파격인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김태호 전 지사는 한나라당 차기 대선후보 구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숨은 카드라는 분석 때문이다.

    한나라당 차기 대선후보를 키우는 차원에서 김태호 전 지사를 기용했다면 이번 개각의 목적 중 하나는 박근혜 전 대표 견제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을 재보선 승리 직후에 곧바로 특임장관에 기용한 것은 여론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이 대통령의 선택이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친박근혜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선택이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강행했다.

    4대강 관련 장관 재신임…외교라인 모두 유임

    이주호 교육부 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신재민 문화체육부 장관 카드는 이명박 정부 인사의 특징 중 하나인 ‘회전문 인사’ 비판을 자초할 수 있는 선택이다.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 주변에서 눈에 든 ‘충성도 높은 인물’을 기준으로 인사를 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2년 넘게 일한 장수 장관들은 교체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은 유임됐다.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대통령과 ‘4대강 코드’를 맞춰온 이들은 최장수 장관의 타이틀을 얻게 된 셈이다.

    ‘외교 파탄’ 논란으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나 천안함 사태 책임을 물어 교체가 유력시됐던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모두 유임됐다. 외교 국방의 총체적 문제점이 지적되는 상황에서도 대통령 충성도가 높은 인물은 중용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황당한 ‘개각 깜짝쇼’ 손놓고 지켜본 언론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개각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자초할 수 있는 파격이다. 언론은 ‘40대 총리 기용’에 초점을 맞춘 신선한 개각으로 몰아갈 가능성도 있지만, 내용은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도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개각에 대한 보안은 유지시켰지만, 국민의 눈높이와 무관한 이번 개각 결과는 언론 책임론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대로 개각이 나오는 것을 언론이 알았다면 발표 이전에 비판적인 보도를 통해 대통령의 다른 선택을 유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 기자단은 개각명단 보도를 발표 전까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언론 검증시스템’을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야당 "최악의 오만 개각" 한목소리

    이명박 대통령은 측근들을 권력의 중심부에 포진시키면서 배수진을 치기는 했지만, 정국 상황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개각은 한마디로 MB친위부대를 전면에 내세운, 국민무시 역대 최악의 개각이다. 말로는 소통을 내세우면서 4대강을 밀어붙이려는 오만한 개각이다. 안보무능, 외교 파탄의 책임을 물어 꼭 교체해야할 책임자들을 잔류시킨 책임회피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재오 의원을 특임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국민들로서는 황당하고 충격적인 일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투표지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은평 주민들을 배신하고, 이재오 의원을 개각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역대 MB 인사 중 최악의 인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번 개각이 친서민과 소통·화합이라는 이명박 정부 집권후반기 국정목표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고 평가한다”면서 “이번 개각을 통해 서민들에게 더욱 다가가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욱 밝고 활기차게 하는 국정운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깐깐한 인사검증 예고

    한나라당 기대와는 달리 총리 및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부터 순탄치 않아 보인다. 야당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다짐하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민심을 완전히 반하는 개각, 국민을 철저하게 무시한 개각에 대해 민주당은 모든 당력을 집중해 철저히 검증해 나갈 것이다. 각 상임위별로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번에 내정된 인사들에 대해 철저한 인사 검증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김태호 내정자를 비롯해 각 장관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반성 없는 개각에 대한 실망은 진보신당은 물론, 국민들도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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