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기 국정, 독주의 망령이 보인다
        2010년 08월 09일 09: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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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에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내정하고 장관급 9명을 교체하는 집권3기 개각을 8일 단행했다. 김 총리 내정자는 올해 48세로, 40대 총리가 임명된 것은 1971년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후 39년 만에 처음이다.

    젊은 총리 기용은 9일자 언론들이 ’40대 총리’를 1면 헤드라인에서 빠뜨리지 않을 정도로 이번 개각의 핵심이슈가 됐다. 청와대도 김 총리 내정자의 기용에 대해 "40대 총리 기용을 통해 젊어진 내각이 소통과 통합, 활기차고 창의적인 국정운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 총리 내정자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소 장수의 아들"이라며 "소통과 통합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고 첫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젊은 총리라는 깜짝 카드에 가려졌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번 개각은 사실상 친위내각의 결정판이다. 국민여론은 청와대의 소통불통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측근들을 대거 장관으로 중용, 전면에 포진시켰다. 이것만 보더라도 국민들의 부름에 답한 청와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후반기 국정운영을 지금 방식대로 밀고 간다는 것이다.

    다음은 9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총리후보 48세 김태호>
    국민일보 <"소통・통합의 아이콘 되겠다">
    동아일보 <48세 김태호에 내각 맡겼다>
    서울신문 <마흔여덟 리더십, ‘소통’의 아이콘으로>
    세계일보 <집권 후반 국정주역 ‘세대교체’>
    조선일보 <새 총리 48세 김태호 씨>
    중앙일보 <40대 총리, 그 밑에 ‘실세’ 특임장관>
    한겨레 <총리 40대 김태호・특임장관 이재오>
    한국일보 <48세 김태호 ‘세대교체・친위내각’ 중심에>

    MB, 파격 ’40대 총리’ 선택 "성장과정이 내 분신 같다"…차기 대선구도 영향?

    집권 후반기 내각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40대인 김 전 경남지사를 총리로 전격 발탁한 것이다.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인적개편의 화두로 제시해 온 ‘세대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한겨레 8월9일자 1면

    김 총리 내정자는 농고 출신에 서울대를 나왔고, 40세에 전국 최연소 민선지사로 당선돼 연임했다. 두 차례 민선 경남지사를 지낸 행정경험은 정치력 시비를 피해갈 수 있으며,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도 담을 수 있다. 나아가 김 내정자는 "농민의 아들로서 어려운 환경과 여건을 성실함과 도전정신으로 극복했다"는 청와대의 소개처럼 이 대통령과 흡사한 성공 스토리도 갖고 있다. 세대교체, 소통, 친서민 이미지와 성취에 대한 희망도 두루 강화할 수 있는 인물로 본 셈이다(경향신문).

    김 총리 내정자가 첫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소 장수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면서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며 20~30대에 하면 된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고 밝힌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때문에 언론들은 김 총리 내정자를 차기대선 주자로까지 보고 있다. 조선일보는 3면 <"성장과정이 내 분신 같다"…’차세대 주자’로 키우나>에서 김 총리 내정자 임명을 놓고 여권에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친이 주류들은 "대통령이 세대교체를 위해 영국 보수당 원로들이 캐머런을 키웠던 것처럼 과감하게 젊은 인물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실제로 친이 소장파 쪽에서 김 내정자를 차기 후보감으로 오래 전부터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친박계에서 김 내정자의 발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정치적으로 김 내정자의 임명에는 그동안 정권에 소외감을 비쳐 왔던 PK(부산 경남) 지역 민심에 대한 고려도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김 내정자의 고향인 경남 거창에는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지역의 정치, 경제계에서는 "지역을 위해 반가운 소식"이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 발탁, 스페셜 미션은 정권 재창출?

    40대 총리발탁과 더불어 이재오 의원의 특임장관 발탁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의원은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지 불과 11일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각을 예상한 곳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 이 의원의 위상과 특임장관이란 자리가 갖는 성격 등을 고려할 때 그의 입각은 예사롭지가 않다는 게 언론들의 중평이다. 이 대통령이 왜 그를 서둘러 내각으로 불러들였는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 동아일보 8월9일자 2면

    언론들은 이 대통령이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 의원을 특임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집권 후반기에도 흔들림 없이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로로 분석하고 있다(동아일보). 대통령과 수시로 대화하면서 당과 내각을 오가며 당정청의 유기적 작동 체계를 구축하는데 이 의원만큼의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을 거라는 관측이다. 벌써부터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추진이 이재오 장관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장관 내정자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막후 조율사’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조선일보). ‘4선 실세’라는 위상과 정치적 비중을 고려할 때 전임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된 역할과 권한을 갖고 ‘메신저’와 ‘군기반장’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여권 내부에서 "이번 개각은 사실상 이재오를 위한 개각"이라는 시각이 강한 이유다.

    이 특임장관 내정자의 입지가 크다보니 당장 김 총리 내정자에 대해 ‘견습 총리’라는 말도 나온다. 이 내정자는 김 내정자보다 17살이나 많은데다 중앙권력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총리도 특임장관의 행보에 상당부분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당장 "견습 인턴 총리 위에 특임총리"라는 논평이 나왔다.

    경향 "오만과 독선, 국민 무시의 극치 보여준 개각" 혹독한 평가

    이번 청와대의 개각에 대해 경향신문은 "오만과 독선, 국민 무시의 극치를 보여준 개각"이라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경향신문은 관련사설에서 "내정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쇄신이나 소통, 통합의 의지를 읽을 수 없다"며 "대신 측근 인사들의 전진 배치만 눈에 띌 뿐이다. 한마디로 이 대통령식 오만과 독선, 불통 인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8월9일자 사설

    집권 후반기를 맞는 현 정부가 이번 개각을 통해 독단적인 국정운영과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를 많은 국민들이 기대했지만 이 대통령은 그런 바람에 역행하고 회전문 인사를 통해 측근들을 기용함으로써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청와대가 40대 총리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김 총리 내정자가 이끌 내각에는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 이주호 교육과학・신재민 문화・박재완 노동장관 내정자 등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들이 포진해 있다"며 "그래서 야당에서는 김 내정자를 ‘견습 인턴 총리’라고까지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이 최측근을 내각에 포진시킨 이유에 대해 "4대강 사업과 같은 논란과 갈등 현안을 계속 자기의 의지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인 듯하다"며 "이들 면면을 볼 때 지난 2년 반보다 정치사회적 갈등이 더욱 심화될 공산이 커 보인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한겨레도 사설 <‘초보 총리’에 실세 장관들’로 짜인 새 내각>에서 "이번 8・8 개각의 특징은 한 마디로 이 대통령의 측근을 전면배치한 ‘친정체제’ 구축, 그리고 차기 대선주자 관리를 염두에 둔 ‘정치형 개각’이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천안함 사건을 비롯해 리비아와의 외교마찰, 이란 제재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정책적 판단착오를 거듭해 온 외교안보 라인을 모두 유임시킨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대목"이라고 혹평했다.

    보수언론마저 친위체제 구축-대북・4대강 부처장관 유임 ‘소통부재’ 우려

    중앙일보는 사설 <8・8 ‘친위내각’ 성공하려면 독주 대신 소통을>에서 이 대통령이 새 인물보다 측근을 다시 중용했다면서 내각 스스로 ‘회전문 인사’를 뛰어넘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일보는 "이 대통령은 참신성에 대한 요구는 ’40대 총리’ 하나로 흡수하면서 대신 과감한 ‘친위 내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며 "탕평이나 적극적인 새 인물 영입보다는 자신의 수족으로 후반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 중앙일보 8월9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이어 "새 내각이 과연 국정쇄신과 소통, 화합의 측면에서 최상의 팀이냐는 데에는 의문이 따른다"면서 "대선 캠프 인사만 주로 쓰고, 자리를 잃은 인사를 다시 챙겨주고, 정권내에 갈등을 양산했던 인사를 곧바로 중용한 것은 국정 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사설 <‘소통’ 시험대 오른 40대 총리와 대통령 측근 장관들>에서 "국토해양부 장관을 유임시키고 대통령 측근들을 대거 기용한 것을 두고도 ‘4대강 관련 야당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껏 이 정권은 ‘독선’과 소통부재’ 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정권이 이런 비판에서 끝끝내 벗어날 수 없을지, 아니면 반대진영에도 손을 내밀어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새 내각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또 외교・안보팀 유임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G20 정상회의와 지금의 대북제재 국면이 일정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꼽고 있지만 "유임된 장관들은 그간 왜 자신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못박았다.

    개각보도 엠바고로 ’40대 총리’ 카드 최대한 활용한 청와대

    이와는 별개로 이번 개각발표는 상당히 성공한 쇼였다. 과거 같으면 총리 후보가 내정발표 전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1차 검증을 거치면서 흠이 드러나 최악의 경우 막판에 명단이 바뀌는 경우까지 있었지만 이번엔 이런 불상사가 전혀 없었다. 청와대가 개각단행까지 총리후보에 대한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기자들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개각발표 30분 전에야 기자들에게 명단을 공개했고, 이 시간은 후보를 검증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덕분에 청와대는 측근들을 대거 기용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최대한 피하면서 ’40대 젊은 총리’라는 깜짝 카드로 ‘소통과 통합’의 개각으로 포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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